
대학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근 10여년간 영어는 항상 내 발목을 잡아왔다. 효과적인 영어 공부 방법을 찾아해매기도 했고, 이런저런 방법들을 혼자서 열심히 시도해왔다. 예전에 권희섭님의 영어 학습법 글을 정리한 것도 그런 시도 중 하나였다. 허나 그 어떤 방법도 나에게는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아무리 누군가가 효과를 본 방법일지라도, 나에게 맞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걸 체감했다. 근육을 빠르게 키우기 위해선 매일 매일 헬스장에 가는 것이 당연히 효과적이다. 근데 내가 매일 갈 수 있는 사람인가? 매일 하루 10시간 이상을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나에게는 2시간에 한 번씩 나가서 짧게라도 산책하고 돌아오는게 훨씬 실천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도 실천하기 어렵다면 가치가 없다. 특히 나같이 독학으..
영화 중 한 장면 ⓒCJ E&M 투니버스 지난번 "추억의 마니"를 혼자 보고는 혼자 영화관에서 애니메이션 보는 재미에 맛 들린 저는 옥상달빛의 노래에 "하나와 앨리스: 살인 사건" 영상을 입힌 뮤직비디오를 보고 저 애니메이션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덕분에 정장 차림으로 혼자 명동까지 가서 혼자 보고 느끼고 왔네요. 지브리와 디즈니, 혹은 일본 TV 애니메이션에 익숙해져 있는 저로서는 "하나와 앨리스: 살인 사건"은 애니메이션 기법이 꽤 낯설었습니다. 하나는 독특하게 낮은 각도에서 인물을 보여주는 장면이 꽤 자주 나온다는 점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인물들의 움직임들이 부드럽지 않고 거칠었던 점입니다. 디즈니 같은 완벽주의 회사에서는 인물의 움직임을 실제 사람의 움직임을 캡처해서 높은 초당 프레임으로 부드럽고 ..
Photo by Niklas Morberg "2007년 2월, 겨울이 막 끝나갈 무렵이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장편제작연구과정이라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과정이 신설된다는 '소문'이 학생들 사이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장편제작연구과정은 이름 그대로 장편 제작에 실제 투입되어 애니메이션 제작 실무 노하우를 배우는 과정. 이 소문은 벌써 1년 전부터 학생들 사이에 공공연히 떠돌고 있었지만, 제작연구과정에 선뜻 지원하겠다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고 싶다는 열망과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마음속에서 요란하게 부딪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제불찰 씨 이야기" 제불찰 씨 이야기 - 한국영화아카데미 제작연구과정 1기 지음, 황희연 엮음/씨네21북스 하고 싶다..
영화 의 한 장면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경고 : 이 글에는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의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번엔 엘사의 능력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죠. 그녀의 능력은 "물"을 다루는 능력입니다. 물은 꿈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상징으로 주로 감정을 의미합니다. 즉, 엘사의 마법은 우리도 가지고 있는 능력, "감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얼음"을 이용해서 이를 시각적으로 굉장히 잘 보여주죠. Photo by J.Frog 앞의 2편(겨울왕국 : 꿈 상징으로 바라보기 (2))에서 이야기했지만, 바다는 무의식의 공간을 상징합니다. 따라서 물이 감정을 뜻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무의식이라는 공간은 이성과 논리적 사고보다는 수많은 감정들로 가득찬 공간이니까요. 융..
Photo by waynewhuang 저는 혼자서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림도 그려보고 싶고, 노래도 편곡해서 아카펠라로 불러보고 싶고, 영어도 잘하고 싶고, 글도 잘 쓰고 싶고, 보드게임도 만들고 싶고... 욕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애니메이션으로 짧은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보면서 그 과정을 영어로 기록한다면, 그림-노래-영어를 한 방에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아 나는 천재..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도해보다가 시간이 없어지면서 어느새 프로젝트를 잠시 묻어버렸습니다. 블로그 필명인 "Lazini 레이지니"도 그때 만들었던 캐릭터 이름입니다. 침대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는 캐릭터를 일종의 나만의 브랜드처럼 삼으려고 아주 심플한 그림으로 위의 영상처럼 테스트까지 했습니다. 거기까지..
영화 의 배경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경고 : 이 글에는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의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겨울왕국의 배경이 되는 공간들도 굉장히 상징적입니다. 주요 무대는 셋 입니다. 산과 바다, 그리고 그 사이에 물 위에 떠있는 듯한 성. Photo by José Luis Mieza 산과 바다는 꿈 속에서도 신화에서도 매우 자주 등장하는 공간입니다. 일반적으로 바다는 "무의식"의 공간, 산은 "의식"의 공간입니다. 프로이트는 정신을 지형학적으로 구분하면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중간에 전의식이 있다고 주장했었죠. 겨울왕국의 무대는 그런 정신의 구조를 그대로 배경으로 옮겨놓은 것 같습니다. 바다가 거대한 무의식을 상징한다는 것은 꿈을 그대로 시각화했던 영화, "..
영화 의 한 장면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경고 : 이 글에는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의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겨울왕국을 작년에 영화관에서 5번 봤었습니다. 2D, 3D, 자막, 더빙판까지. 그 후 개인적으로 최고의 애니메이션만이 아니라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 당시 저는 "꿈 분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이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요소나 스토리들이 매우 상징적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보았던 상징들의 의미를 떠오르는 데로 정리해보고자 이 글을 시작합니다. 글이 체계적이지 않고 이것 저것 찔러보는 식이 될 것 같지만 그래도 쓰겠습니다. 사실 제가 쓴다는데 누가 막을 수도 없고... 짧으면 3편, 길어지면 4~5편까지 ..
"당신을 좋아합니다. (あなたのことがすきです)" 오랜만에 혼자 영화관에서 본 애니메이션. 지난번 "바람 불다"를 극장에서 못 본 것이 한이 되어서 지브리의 다음 작품이 언제 나오나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누구든 같이 보러 가고 싶었는데 실패. 하지만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혼자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관 속에서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던 점에다가, 엔딩 자막 올라가는 내내 엔딩곡을 음미하며 눈물과 콧물이 자꾸 흘러서 부끄러웠거든요. 제 자리 왼쪽엔 커플로 온 남자가, 오른쪽엔 혼자 온 남자가 앉아있어서 우는 소리를 들려주고 싶지가 않더군요. 덕분에 소리 내지 않고 흐르는 것들을 열심히 닦기만 하느라 휴지를 많이 써버렸네요. 왜 울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슬퍼서 울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