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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겨울왕국 Frozen>의 한 장면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경고 : 이 글에는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의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겨울왕국을 작년에 영화관에서 5번 봤었습니다. 2D, 3D, 자막, 더빙판까지. 그 후 개인적으로 최고의 애니메이션만이 아니라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게 되었습니다. 특히 그 당시 저는 "꿈 분석"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는데 이 애니메이션 속에 등장하는 요소나 스토리들이 매우 상징적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 보았던 상징들의 의미를 떠오르는 데로 정리해보고자 이 글을 시작합니다. 글이 체계적이지 않고 이것 저것 찔러보는 식이 될 것 같지만 그래도 쓰겠습니다. 사실 제가 쓴다는데 누가 막을 수도 없고...  짧으면 3편, 길어지면 4~5편까지 이어질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 속의 상징을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이전에 올린 "꿈 분석을 도와주는 책 20권"에서 참고할 책들을 찾아 읽어보시면 좋습니다.


2015/03/29 - [꿈 상징으로 이야기 읽기] - 꿈, 해몽 말고 분석하자 - 꿈 분석을 도와주는 책 20권


Photo by Richard Threlkeld


겨울왕국의 스토리 구조는 "성인식 과정",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에서도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은 성인이 된 엘사가 "대관식"을 하기 위해 성문을 여는 장면부터였죠. 참 직접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이전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푼젤"에서도 주인공이 성인이 되는 해에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었죠.


성인식이란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로부터의 정신적 독립"입니다.


Photo by Don LaVange


겨울왕국에서 엘사와 안나가 청소년기쯤 들어섰을 때, 부모가 폭풍우에 휩쓸려 죽습니다. 꿈에서 나타나는 부모의 죽음은 이제 "부모로부터 정신적인 독립을 시작했다"는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꿈을 꾸면 참 슬프고 무섭지만, 사실 뿌듯해야 합니다. 드디어 독립된 한 사람이 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니까요. 가장 멋진 경우가 꿈 속에서 부모를 직접 죽이는 경우라고 합니다. 자신이 능동적으로 독립을 추구했다는 뜻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성장 이야기들을 잘 살펴보면, 이야기 초반에 주인공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에서도 나중에 따로 리뷰하려고 생각중인데.. 시작부터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는 사라집니다. 그리고 성장해가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부모로부터의 독립은 굉장히 힘듭니다. 엘사와 안나 둘 다 모두 부모님의 보호라고 할 수 있는 성에서 나갑니다. 오랫동안 굳게 닫혀있는 성은 부모가 외부 위협으로부터 아이를 지켜주고 있는 안전망을 상징한다고 봅니다. 인간은 매우 연약한 존재이기에 포유류 중에서도 꽤 오랜 기간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동물입니다. 단단한 알껍질 같은 보호. 그러나 때가 되면 그 보호를 벗어나야 합니다. 잘 보호받아서 성장한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려는데 그 알을 시멘트로 발라버린다면, 병아리가 어떻게 될지 누구나 상상할 수 있을 겁니다.


Photo by My Wave Pictures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성문을 열어야 합니다. 성문이 열리자 호기심과 기대에 가득차 뛰어다니는 안나의 모습과, 남들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엘사의 모습, 이는 누구나 동시에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상반된 마음을 두 인물로 표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열린 성문을 통해 우리에게 호의적인 사람들만이 아니라 우리를 위협하는 사람들도 들어옵니다. 성문이 열린 이상 그들과 직접 마주할 수 밖에 없어지죠.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대문은 타인과의 관계가 어떤지를 잘 보여준다. 타인을 향해 문을 활짝 열 수도 있지만, 스스로 문을 닫아걸고 내면 깊숙이 가라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집은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홀로 틀어박혀 온종일 책만 읽을 수 있는 상아탑의 역할도 한다.


만약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많이 그려져 있다면, 그만큼 아이는 타인과의 만남을 중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 실비 쉐르메-케로이, "그림을 보면 아이의 심리가 보인다"


그림 치료에서도 집의 "대문"은 "타인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입니다.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통로라 할 수 있죠. 겨울왕국에서 "성문"이 열린 것은 더 넓은 "세계"를 향해 문을 열고 자기 세계를 확장시키는 시도를 의미합니다. 이와 비슷한 순간이 우리의 옛 이야기 "해님달님"에서 오누이가 호랑이에게 문을 열어주는 장면입니다.


오누이는 "호랑이가 올지 모르니 절대 문을 열어주지 말아라"라는 어머니의 당부를 어김으로써 호랑이나 호랑이가 사는 숲의 세계를 직접 직면하게 되고, 호랑이에게 잡혀 먹히지 않으려는 필사의 노력을 통해 하늘에서 빛을 발하는 해와 달로 태어나게 된다. 더 이상 이들의 세계는 산골 오두막이 아닌, 온 세상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하늘의 넓이만큼 확장되는 것이다.


- 고혜경,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오누이가 어머니의 당부를 어기고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문을 연 행위는, 문득 아담과 이브가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선악과를 먹은 것을 떠올리게 합니다. 에리히 프롬은 이를 "자유와 독립"을 향한 불복종이라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대학교 때 제가 통금을 어기고 다음날 아침에 당당히 들어온 것도 자유와 독립을 향한 위대한 불복종...


에덴 동산에 살던 아담과 이브는 자연의 한 부분이었고, 그들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었으며, 그것을 뛰어넘지 않았다. 그들은 태아가 어머니의 뱃속에 있듯이 그렇게 자연 속에 존재했다. 그들은 인간인 동시에 아직 인간이 아니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그들이 명령에 불복종하는 순간 변화되었다. 대지와 어머니에 매여 있던 결합을 깨뜨림으로써, 즉 그 탯줄을 끊어 버림으로써 인간은 인간 이전(pre-human)의 상태로부터 벗어나 독립과 자유를 향한 첫발을 내디딜 수 있게 되었다.


불복종의 행위는 아담과 이브에게 자유를 가져다 주었으며 그들의 눈을 밝게 해주었다. 그들은 서로를 이방인으로 인식하게 되었으며, 그들 외부에 존재하는 세계를 낮설고 심지어 적대적인 존재로까지 인식하게 되었다. 그들의 불복종 행위는 자연과의 원초적인 결합을 파괴했으며 그들을 한 개체로 만들었다. '원죄'는 인간을 타락시킨 것이 아니라 인간을 자유롭게 했다. 그것은 바로 역사의 시작이었다.


인간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고, 또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을 배우기 위하여 에덴 동산을 떠나야만 했다.


- 에리히 프롬, "불복종에 관하여"


엘사와 안나가 성을 떠날 때, 그들은 성에서 아무 것도 가지고 나오지 않습니다. 안나의 두둑한 지갑 빼곤... 엘사는 아무 것도 없이 몸만 뛰쳐나갔으며, 안나는 성에서 나오자 마자 금방 말과 망토를 잃어버립니다. 이는 독립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힘이 아닌 자기 힘으로 모험을 시작해야한다는 의미라 생각합니다. 


Photo by Thomas Frost Jensen


부모의 보호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고난과 역경이 가득합니다. 오누이는 위협적인 호랑이와 마주해야 했고, 에렌은 거인과 목숨을 걸고 싸워야했습니다. 안나는 나오자 마자 물에 빠져 귀엽게 추위에 떨고 늑대도 만나죠. 그 모든 고난은 우리가 성인이 되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 한국 사회는 성문을 너무 오랫동안 닫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외부 위협이 갈수록 심해져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결국 언젠가 성문은 열리거나 "진격의 거인"에서처럼 부서집니다. 이왕이면 외부에 의해 부서지는 걸 기다리기보다 먼저 각오를 하고 능동적으로 여는 것이 더 현명하다 생각합니다.


이 문을 여는 데 사실 자식보다 부모의 역할이 조금 더 중요할지 모르겠습니다. 추측건데 성인식의 과정은 아이보다 부모에게 더 어려운 과정일겁니다.


겨울왕국에서 엘사가 부모님께 "꼭 떠나셔야 하나요? Do you have to go?"라고 하며 가지 말라는 눈길을 보내지만, 그들은 슬픈 눈으로 "넌 괜찮을 거란다, 엘사. You'll be fine, Elsa."라고 말하고 (의도하진 않았지만) 결국 스스로 죽으러 떠납니다. 이는 아이들을 믿고 자신들의 역할이 끝났다는 것은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고통스러운 결정을 할 수 있는 부모가 우리 나라에 얼마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다음편에서는 겨울왕국의 공간엘사엘사의 능력에 담겨있는 상징적인 의미를 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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