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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겨울왕국 Frozen>의 한 장면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 코리아(주)

경고 : 이 글에는 애니메이션 "겨울 왕국"의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번엔 엘사의 능력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죠. 그녀의 능력은 "물"을 다루는 능력입니다. 물은 꿈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상징으로 주로 감정을 의미합니다. 즉, 엘사의 마법은 우리도 가지고 있는 능력, "감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는 "얼음"을 이용해서 이를 시각적으로 굉장히 잘 보여주죠.


Photo by J.Frog


앞의 2편(겨울왕국 : 꿈 상징으로 바라보기 (2))에서 이야기했지만, 바다는 무의식의 공간을 상징합니다. 따라서 물이 감정을 뜻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무의식이라는 공간은 이성과 논리적 사고보다는 수많은 감정들로 가득찬 공간이니까요.


융은 바다의 꿈은 무의식과 연관이 있다고 했다. 꿈에 바다가 나왔다면 자신의 무의식 흐름을 바라볼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깊은 바다에서 나오는 괴물은 내 안에서 해방되기를 바라는 태고적 이미지의 원형이 보여 주는 힘이다.


- 테레즈 더켓, "꿈은 말한다"


엘사가 성을 나와 산을 오르면서 "Let it go"를 부르는 부분은 겨울왕국 최고의 장면입니다. 여러 번을 다시 봐도 이 장면에서는 또 눈물이 나더군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마음 속에 있는 무엇인가가 해방되는 느낌입니다. 이 Let it go 노래 가사에는 영화 속에서 나오지 않았던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아래 번역은 제가 이해한 번역입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착한 소녀가 되렴"

Be the good girl you always have to be

"(너의 모습을) 숨기고, (감정을) 느끼지 말고, (이를) 다른 이들이 알게 하지마"

Conceal, don't feel, don't let them know


- 겨울왕국 OST, "Let it go" 가사 중


이 가사 안에는 엘사가 어떻게 자신의 그림자(참고:겨울왕국 : 꿈 상징으로 바라보기 (2))를 억눌러왔고, 느끼고 있는 감정을 무시해왔는지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사람이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감정에 대한 태도를 결정할 수 있을 뿐이죠. 엘사의 능력이 해방되는 이 "Let it go" 장면은 그동안 억눌려온 감정이 해방되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Photo by Rosh PR


어른도 그렇지만, 아이들은 살아가려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사회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감정을 수용하거나 억제하는 법을 배웁니다. 생존에 유리한 감정은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는 감정은 "내 것"이 아니라고 하거나 "다른 감정으로 왜곡"시켜서 받아들이는 겁니다. 누구나 그렇죠.


다만, 이 능력은 "유연해야" 합니다. 우리는 매순간 새로운 상황에 처합니다. 어린 시절 유용했던 방식이 지금 순간에는 나에게 독이 되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늘 그랬듯이 착한 아이로 있어야 해"는 유연성을 무시하는 위험한 말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늘 그랬듯이" 행동할 수 있을까요. 항상 일정하면 그건 로봇이지... 이 같은 말은 합리적 정서행동치료(REBT)를 만든 앨리스(Ellis)의 "비합리적 신념(Irrational Beliefs)"을 떠올리게 합니다. 앨리스는 정서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11가지 주요 비합리적 신념을 이야기했습니다.


1. 나는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사랑이나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2. 나는 완벽할 정도로 유능하고 합리적이며 가치 있고 성공한 사람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3. 어떤 사람들은 나쁘고 사악하고 악랄하기 때문에 비난과 벌을 받아야 한다.


4. 내가 원하는 대로 일이 되지 않는 것은 내 인생에서 큰 실패를 의미한다.


5. 불행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의해 발생한다.


6. 위험하거나 두려운 일들이 내게 일어나 큰 해를 끼칠 것이 항상 걱정된다.


7. 어떤 난관이나 책임은 부딪혀 해결하려 하기보다 피하는 것이 더 쉽다.


8.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의존해야 하며 나를 돌봐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어야 한다.


9. 과거의 영향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과거의 경험과 사건들은 현재 나의 행동을 결정한다.


10. 나는 다른 사람들의 문제나 고통을 나 자신의 일처럼 아파해야 한다.


11. 모든 문제에는 완벽한 해결책이 있으므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큰 혼란이 생길 것이다.


- 천성문 외, "상담심리학의 이론과 실제"


이런 "비합리적 신념"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반드시 ~해야 한다 (should, ought to, must)"라는 당위적인 요구이기 때문입니다. 앨리스는 당위적인 요구를 건강한 소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죠. 저만 해도 목록에서 1, 2, 10, 11번이 굉장히 찔리네요. 이런 비합리적 신념이 제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지 않도록 앞으로 계속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젠 엘사가 드러내는 감정들을 이야기해봅시다. 겨울왕국에서 엘사가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입니다. 트롤 현자가 영화 처음부터 말해주죠. "두려움이 너의 적이 될 것이다 (Fear will be your enemy)"라고. 엘사가 두려움에 휩싸일수록 엘사의 얼음은 날카롭게 바뀝니다. 이는 공격적인 행동 뒤에 숨어있는 마음을 시각적으로 굉장히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Photo by Daniel Hoherd

사람들이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은 그 안에 두려움과 공포가 숨어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공격성을 에리히 프롬은 "반동적 폭력"이라고 불렀습니다.


"...나는 반동적 폭력을 생명, 자유, 존엄성, 재산(자기 것이든 남의 것이든)을 지키기 위해 쓰는 폭력으로 이해한다. 반동적 폭력은 공포에 근원을 두고 있으며,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아마도 가장 자주 일어나는 폭력 형태일 것이다. 


이러한 공포는 현실적인 것일 수도 있고 상상의 것일 수도 있으며, 의식적일 수도 있고 무의식적일 수도 있다. 이러한 유형의 폭력은 죽음에 이바지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 이바지하며, 그 목적은 파괴에 있지 않고 보존에 있다. 


...반동적 폭력의 또다른 측면은 욕구불만에 의해 발생하는 폭력이다. 소망이나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동물이나 어린아이, 어른들이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러한 공격적 행동은 대체로 헛수고로 끝나기는 하지만 폭력을 사용해 좌절된 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도에서 비롯된다. 이는 분명 삶에 이바지하는 공격성이며 파괴를 위한 공격성은 아니다."


- 에리히 프롬, "인간의 마음"


실제로 겨울왕국에서 엘사가 보인 모든 공격적인 행동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혹은 안나를 해칠까 두려워서 하게된 "반동적 폭력"이었죠. 이 중 앞의 경우는 스스로 자신의 힘을 적절하게 사용한 경우였습니다. 덕분에 지키고자 하는 것을 의도한데로 지킬 수 있었죠.


하지만 안나를 해칠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오히려 안나를 다치게 한 경우가 있었죠. 이는 의도와 다르게 힘이 폭력적으로 날뛰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가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통제를 벗어난 힘이기에 예측할 수가 없죠.


이 같은 상황이 프롬이 지적한 "소망이나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나타나는 반동적 폭력이라고 봅니다. 비슷한 얘기를 대상관계이론에서는 공격성이 "관계에 대한 욕구"가 좌절된 결과라고 설명하고, 매슬로우는 공격성이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인 사랑, 안전, 소속감에 대한 좌절 때문이라고 설명했었죠.


겨울왕국에서 엘사의 힘이 의도하지 않게 남들을 공격하는 것은 "관계에 대한 욕구"가 좌절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오랫동안 누적된.


엘사는 어려서부터 그토록 사랑하는 동생을 옆에 두고도 만나지 못하고, 부모님조차도 만지지 못했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동생 안나는 부모님과 깊은 포옹을 했지만, 엘사는 한 발 떨어져서 예의바른 인사 밖에 할 수 없었죠. 어린 시절부터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계속 억눌러야 했던 겁니다.


Photo by Tania Cataldo


겨울왕국을 반복해서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엘사가 Let it go를 부르면서 자신의 힘을 어디에 처음 사용했는지 기억하시나요? 엘사는 가장 먼저 "올라프"를 만들었습니다.


엘사가 해방시킨 힘이 "감정"이라면, 다시 말해 엘사가 처음 드러낸 감정이 "안나와 함께 놀던 때의 행복감"이라는 뜻입니다. "안나와 함께 놀고 싶어."라는 마음이 "올라프"로 표현된 것이죠.


겨울왕국은 시작부터 끝까지 엘사가 자신의 힘을 다루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감정을 무조건 억누르지 않으면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도록 자기 감정을 알아차리고 이를 적절히 다루는 것. 그게 1편(겨울왕국 : 꿈 상징으로 바라보기 (1))에서 언급한 "성인이 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두려움이라는 감정과 홀로 싸우고 있는 엘사를 도와준 것은 안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중요한 장면 다시 보고 싶은 분들은 아래 유튜브 링크를 참고하세요. 


Youtube : Disney's Frozen, "Let It Go" Sequence by Idina Menzel


ps. 꿈을 분석할 때는 하나의 정답을 찾으려고 하면 안되고,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스토리 전체가 아닌 부분만 가지고도 독립적인 의미를 찾으려고 해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마치 이 글도 제가 그런 느낌으로 쓰고 있는 듯 합니다. 그래서 연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도 그냥 제가 떠올렸던 생각들을 이리 저리 찔러보면서 풀어놓고 있으니 두서 없어도 이해해주세요. ^^ 변명인지 합리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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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프로필사진 minttaste 우와~ 정말 잘 쓰셨네요! 올리신 사진들도 참 좋구요!ㅎ 덕분에 반동적 폭력이란 개념도 새로이 알게 되고 많이 배워갑니다!!:) 다시 한번 겨울왕국을 Lazini님이 분석한 걸 되세기면서 찬찬히 보고 싶네요!ㅎ 그럼 이번엔 안나편을 기대할게요~!! :) 2015.04.15 10:56
  • 프로필사진 Lazini 칭찬 받으니 기분이 좋네요. ^________^ 다시 봐도 정말 좋은 작품이죠! ㅎㅎ 다음편은 언제 완성될지는 모르겠지만, 기다려주세요.^^ 2015.04.15 13:28 신고
  • 프로필사진 minttaste 레이지님 글도 다시 읽어도 좋네요~ ㅋㅋ 그럼 또 다음편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ㅎㅎ 2015.04.18 00:06
  • 프로필사진 Lazini 네, 저도 다음글을 기다리고 있어요! ^^ (...음?) ㅋ 어서 손이 글을 써야할텐데.. ㅎㅎ 2015.04.18 14: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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