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당신을 좋아합니다. (あなたのことがすきです)"


오랜만에 혼자 영화관에서 본 애니메이션. 지난번 "바람 불다"를 극장에서 못 본 것이 한이 되어서 지브리의 다음 작품이 언제 나오나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누구든 같이 보러 가고 싶었는데 실패.


하지만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혼자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관 속에서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던 점에다가, 엔딩 자막 올라가는 내내 엔딩곡을 음미하며 눈물과 콧물이 자꾸 흘러서 부끄러웠거든요. 제 자리 왼쪽엔 커플로 온 남자가, 오른쪽엔 혼자 온 남자가 앉아있어서 우는 소리를 들려주고 싶지가 않더군요.


덕분에 소리 내지 않고 흐르는 것들을 열심히 닦기만 하느라 휴지를 많이 써버렸네요. 왜 울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슬퍼서 울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여러 가지 감정이 복잡하게 눈물로 나왔던 것 같습니다. 특히 엔딩곡 노랫소리와 가사가 계속 기분을 멍-- 하게 만들더군요. 운 것도 오랜만인 것 같은데, 기분 좋게 울었네요.


혼자 보길 잘했다고 생각한 또 다른 이유는, 영화를 보고 나서 여운을 홀로 가만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왔으면 끝나자 마자, 영화가 이랬다, 저랬다, 그 장면 어땠냐 등의 이야기를 했을테니까요. 물론 저도 이런 분석이나 평을 안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영화가 나에게 준 어떤 큰 감정을 느끼고 있는 순간에는 말보다 그냥 그 상태를 좀 더 느끼고 싶습니다. 머릿속에서 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어떻게 적을까 하는 생각들이 떠오르긴 했지만, 영화를 본 그 기분을 더 느끼고 싶어서 일부러 무시해버렸습니다.


영화는 초반부터 뭔가 절 편안하게 해주었습니다. 영화 속 풍경들. 대사들보다 가만히 풍경들을 보며 느끼게 해주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그 풍경들이 머리와 가슴을 꽉꽉 누르고 있던 무엇인가를 녹이면서 마음을 풀어주더군요. 그  때 "아, 이 영화 지금 나한테 필요한 영화였구나"라고 느꼈습니다.


도시의 복잡함, 그리고 주변의 많은 사람 속에서 피곤함과 동시에 외로움을 느껴본 적 있는 사람, 그래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 그런 저 같은 사람이라면 홀로 보러 가면 참 좋을 것 같은 영화였습니다.


엔딩 자막이 모두 올라간 뒤에 일어나서 시끌시끌한 사람들 사이로 영화관을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조금 싫었습니다. 안나와 마니가 함께 있던 그런 곳에서 조용히 여운을 느끼고 싶었거든요. 도시가 아닌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지네요.


엔딩곡 Youtube : 추억의 마니 OST Fine On The Outside - Priscilla Ahn



추억의 마니 (2015)

When Marnie Was There 
8.1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출연
타카츠키 사라, 아리무라 카스미, 마츠시마 나나코, 쿠로키 히토미, 테라지마 스스무
정보
애니메이션, 판타지, 드라마 | 일본 | 103 분 | 2015-03-19


글이 마음에 들면 공감을 눌러주시고,

글쓴이와 얘기하고 싶으면 댓글을 달아주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