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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치에 누워서 - 10점
어빈 D.얄롬 지음, 이혜성 옮김/시그마프레스


"어떻게 해야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변하게 할 수 있을까?"


이 생각이 약 6년 전까지 내 머릿 속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여자친구와 헤어진 이후 점차 다음과 같이 바뀌었다.


"어떻게 해야 내가 변할 수 있을까?"


문제의 대상이 상대방에서 나 자신으로 바뀌었었다. 그리고 몇 년 흐른 뒤 점차 원래의 생각으로 다시 돌아왔다. 조금 바뀌어서.


"내 앞에 있는 사람을 위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진정 무엇일까?"


사람이 다른 사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여기에 대한 대답을 나는 "심리상담을 통한 정신치료" 이론으로부터 얻었다. 현재까지는.

그렇게 관심을 갖고 심리학과 상담에 관한 서적들을 읽다보니 수많은 의문점들이 생겼다. 상담자와의 관계가 친구, 연인 관계와 무엇이 다른가? 상담자들은 무슨 생각과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떤 태도로 그들의 환자, 내담자를 만나고 있을까? 심리상담이 어떤 식으로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가? 참 궁금하면서도 선뜻 대답을 얻기 어려운 질문들이다.

그러나 소설 "카우치에 누워서" (어빈 D. 얄롬 지음, 이혜성 옮김, 시그마프레스)는 그 모든 것들을 묘사하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어니스트는 끈질긴 치료자였다. 아무도 그가 최선을 다하지 않는 치료 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료들 대부분은 그가 지나치게 적극적이고 야심만만하게 치료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수퍼바이저는 항상 그에게 "야아, 카우보이, 천천히 해! 근본은 그냥 놔둬야지. 사람더러 변화하라고 강요만 할 수는 없아." 라고 하면서 그를 비난했다."

- 어빈 D.얄롬, "카우치에 누워서"


내가 느낌 감정은 이 소설은 굉장히 흥미진진한 모험 소설이라는 점이다.

정신분석을 통한 심리상담이라는 분야에 속한 사람들이 어떤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헤쳐나가는지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된 것 같다.

어쩌면 심리상담이란 과정은 그 옛날 소년 만화에서 주인공이 예상치 못한 역경과 고통을 감수하면서 마왕을 물리치러 가는 과정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단지 그 길에 지독한 안개가 사방에 끼어져 있고, 누가 마왕인지, 그 마왕이 어디에 있는지, 그런 마왕이 몇 명이나 있는도 모른다는게 차이점이랄까.


"...그는 정신치료의 전통적 근본 가지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나와 있었다. 전통적인 치료 기술의 신조에서 너무 멀어져 있었다. 임상적인 현실에서 수용하는 것 이상으로 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완전히 독립적으로 자기 자신의 영역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야생마와 같은 정신치료의 황량함 속에서 완전히 길을 잃은 것 같았다. 

그의 단 하나의 선택은 그냥 정직하게 있는 것과 그 자신의 본능에 따르는 것뿐이었다."

- 어빈 D.얄롬, "카우치에 누워서"


스토리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마지막 챕터에서 심리상담가의 슬프지만 처절한 직업적 소명에 감동과 연민의 눈물이 났다.


"나는 내가 항상 하던 대로 할 거예요. 나는 그의 행동을 해석할 거예요. 나는 그에게, 아내가 항복해 오기를 그가 굉장히 바라고 있다고 말할 겁니다. 굉장한 권위욕에 눈이 어두워서 자신의 지혜를 가리고 있다고 말할 겁니다."

- 어빈 D.얄롬, "카우치에 누워서"

2012.01.01.

후에 알았지만, 영문 제목인 Lying on the Couch는 본 소설과 매우 밀접한 의미를 이중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번역상 그 의미를 못살리는 것이 안타깝지만. 

이 소설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내가 상담자가 된다는 것은 어떤 삶을 살게 되는 것인가를 조금이나마 옅볼 수 있게 해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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