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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교육제도는 독서와 관련하여 특정한 방식을 정해놓고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가르친다. 

...학생들은 이미지, 상징, 인물을 면밀히 살피고 단서를 샅샅이 찾아서 해석과 의미를 파악하기를 강요당한다. 

다시 말해서 문학교사가 원하는 대답을 정확히 '꿰뚫어' 맞히기 위한 처절한 게임을 펼쳐야 한다." 

- 조셉 골드, "비블리오테라피" 


비블리오테라피 - 8점
조셉 골드스타인 지음, 이종인 옮김/북키앙


수능 시험, 언어 영역 시험에서 문학 작품 지문을 놓고 등장인물들 이름에 동그라미를 쳐가면서 그들 사이 관계를 머릿속에 집어 넣으며 문제를 풀어나가던 기억이 난다.
약 10년 전, 

비문학 지문은 애당초 논리적인 전개의 글이니 비난할 여지가 적은 편이지만,어째서 문학을 그리도 분석적으로 갈갈이 해체시켜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시와 소설, 수필 등은 읽으면서 감동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초등학교때, 셜록홈즈의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밤을 샜던 기억.

중학생때, PC통신(hitel) 창작소설란에서 이영도의 드래곤라자를 갈무리해서 밤새 모니터로 읽던 기억들.

분명히 나는 학교 문학 수업에서 그런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문학 수업에서 배운 것들 중에서 우리들에게 남겨진 것이 대체 무엇인가?

이런 나의 생각을 대변해주는 좋은 책이 있다는 것을 의도치 못하게 이제야 알고 읽는다. "비블리오테라피(Bibliotherapy)" (조셉 골드 지음, 이종인 옮김, 북키앙), 여기서 Biblio는 그리스어로 "책"을 의미하며 제목의 뜻은 독서를 통한 심리치료를 말한다.

책 표지를 넘기면 아주 인상적인 영어 문구가 써있다.


Read for 

Your Life


개인적으로 위의 문장에서 Life를 Success로 바꾸면 요즘 우리 서점가의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그런 현실에 안타깝다.

저자 역시 내가 언어영역 수능공부를 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대학 문학 수업에서 받았던 것 같다.


"나는 문학이 결국 인생과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독자와 학생은 바로 그 연결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나는 순진하게도 튜터리얼에 제출할 에세이에서 이런 문제를 토로하기로 마음 먹었다. 인생이란 무엇이며, 인생과 문학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 같은 기본적 질문을 제기하기로 한 것이었다.

...나는 에세이를 제출하고 나서 교수로부터 예기치 않았던 차가운 경멸의 말만 들었다. 교수는 나를 약 5분간 엄중하게 질책했다. '우리'는 이런 우둔한 질문을 던져서는 안 된다. '우리'는 주제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너무나 충격을 받았고 창피해서 어쩔 줄 몰랐다. 

...나는 이제 와서 내 질문이 엄청난 위력을 지닌 것이었음을 안다. 사실 교수는 내 질문에 겁을 집어먹었던 것이다. 그는 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갖고 있지 않았다. 만약 우리가 과감히 침묵을 깨뜨리고 지금 하는 행동의 타당성에 대하여 질문을 던진다면, '문학평론'이라는 산업 자체가 의심스러운 것이 되어버린다. 

...설혹 느낌이라는 반응이 타당하다고 해도 그런 것을 가르치기가 곤란하다고 그들은 본다. 느낌이라는 것은 독자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개인적 느낌을 인정하다 보면 교사들은 직업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 교사들이 '정답'의 소유자가 아닌것이 되고 정답을 텅 빈 그릇에 전달하는 사람이 아닐진대, 느낌을 인정한다면 그들에게는 할 일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 

...그러나 전문적 읽기 방법을 모르고서도 멋지게 책을 읽어낼 수 있다. 나는 교사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문학의 즐거움을 학생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무엇보다도 읽는 것을 사랑했기에 문학을 전공하게 되었을 것이다." 

- 조셉 골드, "비블리오테라피"


가장 많이 충동구매하는 물품이 책인 나로서는 너무도 반가운 저자였다.

내 억울했던 학창 시절 하소연을 다 들어주고, 내 생각이 옳다고 끄덕거려준 책이다.


"당신은 어떤 책도, 당신의 필요에 따라, 당신 마음대로 읽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그러니 계속 읽어나가라."

- 조셉 골드, "비블리오테라피"

201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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