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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삼국지 1 - 10점
김종서 지음, 김선희 그림, 박기홍 글/랜덤하우스코리아


앞서 이야기한 "히카루의 바둑"은 어린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만화라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둑 삼국지"는 마찬가지로 바둑 내용을 몰라도 즐길 수 있지만, 성인들도 흥미진진하게 읽을 만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김종서 작가의 "전신 조훈현"이라는 책을 원작으로, "실제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그린 작품이기 때문이죠.


작품의 배경이 된 시대의 세계 바둑 흐름을 잠시 살펴보면, 현대 바둑을 이끌던 일본이 80년대 쯤부터 주춤하는 사이, 중국은 무서운 기세로 일본을 따라잡습니다. 그런 중국 바둑의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이 85년, 86년, 87년 세 번의 "중-일 슈퍼 대항전"입니다.


중국와 일본이 각각 8명의 대표 선수가 팀을 이루어서, 연승방식으로 진행한 대회였습니다. 세 번의 대회에서 중국의 마지막 선수 녜웨이핑을 일본의 최고 선수들이 아무도 꺽지 못하면서 모두 중국이 승리합니다. 당시 1회 대회 패배로 일본 대표 3명이 삭발까지 했죠. 아래 사진에서 86년에 조치훈이 휠체어에 타고 둔 것으로 유명한 대국에서 상대였던 고바야시의 머리가 짧은게 이 때의 삭발 때문이었죠. 세 번의 슈퍼 대항전 패배는 일본 바둑이 내리막를 걷게 되는 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휠체어 대국" (1986년 조치훈 vs 고바야시) (사진 출처)

 

큰 승리를 거둔 중국 대륙은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88년 대만의 바둑 애호가인 재벌 잉창치가 자신의 이름을 건 세계 대회 "잉창치배"를 개최합니다. 아마 잉창치는 세계 최고 실력을 자랑하고 있는 녜웨이핑이 일본 선수들을 모두 꺽고 우승해서 중국 바둑의 위대함을 세계에 알리려고 했을 겁니다.

 

잉창지배의 출전권 16장을 나라별로 어떻게 나누어줬는지를 보면 당시 세계 바둑계의 세력 구도를 알 수 있습니다. 일본 6장, 중국 5장, 대만 3장, 한국 1장, 미국 1장.(일본 6명 중 조치훈이 있었지만, 그는 일본 기원 소속이었죠) 사실상 미국과 한국은 세계 대회라는 형식에 맞추기 위해 끼워넣은 것이죠. 한국이 중국보다 수십 년을 앞선 프로 바둑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완전히 무시해버린 겁니다.


그렇게 중국이 무시한 한국에서 출전한 단 한 명의 선수, 조훈현이 일본과 대만 선수들을 꺾고 결승까지 올라 갑니다. 이 결승에서 조훈현은 중국 최강자 녜웨이핑을 상대로 2:1로 지고 있는 상황에 처합니다. 그러나 네 번째 대국을 조훈현이 역전승으로 이기면서 2:2가 되었고, 이제 마지막 다섯 번째 대국이 남은 1989년 9월 2일, 만화 바둑 삼국지는 여기에서 시작합니다. (다음회에 소개할 유명한 웹툰 "미생"에 나오는 바둑 기보가 바로 이 마지막 대국의 기보입니다.)


만화 <바둑 삼국지> 중의 한 장면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극적입니다. 바둑 삼국지를 보면 바둑이라는 세계가 마치 다양한 정파와 사파가 서로 먹고 먹히는 싸움을 하는 무협지의 강호 같습니다.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 자기 스타일의 바둑을 두면서 싸우죠. 그런 치열한 싸움을 작가가 만화라는 형식을 잘 이용해서 극대화 시키더군요.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그 중 특히 감탄사를 내뱉은 장면은 수읽기 장면입니다. 개인적으로 지난 번에 소개한 히카루의 바둑에서는 사실 수읽기 묘사가 좀 비현실적으로 느껴져서 아쉬웠습니다. 그런데 바둑 삼국지는 사실적인 묘사를 놀라운 방식으로 보여주더군요. 실제로 저도 바둑을 두면서 같은 방식으로 수 읽기를 해왔기에 더 강렬하게 느낀 것 같습니다.


만화 <바둑 삼국지> 중의 한 장면


바둑 삼국지의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2010년 이후 현재까지 연재가 중단된 상태라는 겁니다. 단행본으로는 5권까지 출판되었고, 연재는 7~8권 분량까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연재가 중단된 사이, 파란이 서비스를 종료했기 때문에 현재는 엠게임에서만 당시 연재본을 볼 수 있습니다. (엠게임 "바둑 삼국지")

 

바둑 삼국지를 그린 작가는 김선희, 박기홍 부부입니다. 이 두 분이 콤비로 활동하면서 "불친절한 혜교씨"라는 작품도 그렸었죠.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그림 담당인 김선희 작가가 만화 아일랜드로 유명한 윤인완 스토리 작가와 함께 콤비를 이루면서 "웨스트우드 비브라토"를 비롯해서 "심연의 하늘"이라는 작품을 네이버에서 연재하고 있더군요.


김선희와 윤인완의 < 웨스트우드 비브라토 > 중의 한 장면


개인적으로 웨스트우드 비브라토를 너무 행복하게 읽었고, 심연의 하늘도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에는 작가님이 바둑 삼국지를 어서 다시 연재해주시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아마 윤인완 작가와 공동작업을 하고 있는 당분간은 힘들 것 같지만, 몇 년 뒤라도 좋으니 완결까지 그려주시길 기다리고 있죠. 이대로 끝나기엔 너무 명작이거든요.


다음번에는 이미 너무 유명한 작품이지만, 바둑이라는 소재를 매우 잘 이용한 윤태호 작가의 미생을 소개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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