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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Vivian Maier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본 다큐멘터리 영화였습니다. 다큐라고 하지만, 영화는 상당히 드라마틱하게 진행되다보니 84분의 러닝타임 동안 흥미를 잃지 않고 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가 많아서 중간에 잠깐 늘어지는 느낌은 받긴 했습니다.


영화는 한 청년(John Maloof)이 우연히 사진이 한 가득하게 담긴 상자를 경매에서 사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사진들을 훌륭한 사진가의 작품이라고 인정하는데, 과연 그 사진을 찍은 "비비안 마이어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해서 그 의문으로 끝나는 영화였습니다. 영화가 비비안을 추적한 존 말루프의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예술 작품"과 "예술가의 삶"에 대한 생각이 많이 떠올랐습니다. 


결점 없는 존재는 예술을 할 필요도 없다. 그러므로 반어적으로 말해, 이상적인 예술가는 이론상 절대로 완전한 존재가 될 수 없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 이러한 견해는 우리의 결점과 나약함이 종종 작품을 하는 데에 장애가 되긴 하지만, 역으로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 데이비드 베일즈와 테드 올랜드,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모든 예술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예술을 위해 예술가의 삶은 희생되어야 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섬세한 감각이나 감정을 지닌 이들은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지만, 그 섬세함으로 인해 그들의 삶은 상처로 얼룩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쳇 베이커처럼 인간적으로 최악에 가까운 사람이 너무도 아름다운 예술을 남기는 경우도 있죠. 예술 작품과 예술가의 삶은 어떤 관계이고, 우리는 그 둘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비비안 마이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주로 사용해서 전달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모습이 그녀인지는 알 길은 없습니다. 어떤 경우엔 그 묘사가 서로 모순됩니다. 그런 장면에서는 잭 블랙이 나왔던 영화 "버니"가 문득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Photo by Vivian Maier


영화를 볼 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비비안 마이어라는 사람이 알 수 없는 존재인 것이 아니라, 비비안 마이어라는 한 사람 안에 매우 다양한 존재가 들어있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이건 어쩌면 "비비안 마이어"가 독특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든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사람 한 명은 하나의 우주라고 하니까요. 얼마전에 들으면서 울컥했던 오지은의 "304개의 우주"가 떠오르는군요.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마음 아팠던 대사는 입양을 고민하고 있는 노부부에게 비비안의 한 말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돌보고 싶다면, 나는 어때요?"

"If you want to take care of somebody, why don't you take care of me?"


-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왜 버려진 아이를 바라보는 눈과 버려진 어른을 바라보는 눈이 다를까? 늘 어른도 아이도 동등한 존재라고 생각해왔고 이야기해왔는데, 문득 역으로 어른들이 돌봄에서 소외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하게 해주는 대사였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나"라는 존재는 주변 사람들에게 각각 어떤 사람으로 보여지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마음이 통한 지인과 함께, 서로 상대방의 주변 사람들로부터 그 사람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해서 정리해서 각자 본인에게 보여주는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Vivian Maier 사이트 : http://www.vivianmaier.com/
John Maloof 사이트 : http://www.johnmaloof.com/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 (2015)

Finding Vivian Maier 
8.6
감독
존 말루프, 찰리 시스켈
출연
존 말루프, 비비안 마이어, 매리 앨런 마크, 필 다나휴
정보
다큐멘터리 | 미국 | 84 분 | 2015-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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