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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 이글에는 만화 "몬스터"의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젠가 꿈에 나왔던 그림 때문에 떠오른 히틀러와 몬스터의 요한 때문에 몬스터를 다시 읽는다. 융 학파의 꿈에 대한 글들을 많이 읽다가 몬스터를 다시 읽으니 만화 내용이 이렇게 다르게 읽히는 구나. 캐릭터들이 서로가 서로의 그림자로서 엮겨있는 것이 보인다.


Dr.텐마는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그러면서 환자들의 감정까지도 보살피는 진정한 명의다. 그토록 치우쳐있는 선한 사람이기에 "요한"은 그의 그림자를 투사할 완벽한 대상이 된다. 사람의 생명을 보잘 것 없이 여기고,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죽이며, 그들의 공포를 즐기는. 텐마의 직업인 의사에게는 특히 뇌 수술을 하는 의사로서는 한 생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역할이 주어진다.



텐마가 에바와 원장의 생명을 평등하게 보지 않는 모습에 그토록 증오하는 감정을 느낀 것은, 아마 그것이 자신 안에 있는 그림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텐마는 죽어가던 요한을 살려냈다. 다시 말하면 자신 안에서 죽어가던 그림자를 발견하고 이를 살린 것이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끊임없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의식하게 된다. 이에 텐마는 자신이 살려낸 요한을 죽이러 간다. 이는 당연한 방향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그림자를 뒤늦게 발견하게 되고, 그 후에는 이를 없에고 싶어하니까.


안나는 처음 등장시 지나칠 만큼 밝고 명랑한 아이다. 그녀의 카운슬러가 인식하듯이 무엇인가로부터 도망치고 싶어하는 느낌으로. 안나의 꿈에서 몬스터가 나왔다고 한다. 꿈은 자기 안에 있는 자신을 드러내주기 때문에 그 몬스터는 안나 자신이 다름아니다. 그리고 그 그림자를 투사할 최적의 대상은 역시 "요한"이다.


룽게 경감은 텐마를 쫓는다. 룽게 경감은 철저히 이성의 뇌로 분석하는 인물. 그에 비해 텐마는 사람들과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룽게 경감의 그림자는 텐마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텐마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의 그림자를 만나러 가듯이, 룽게 경감도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고 텐마라고 하는 자신의 그림자를 만나러 간다. 그 역시도 체포하기 위해서지만.



이런 관점들에서 볼 때, 요한은 엄청난 인물이다. 그림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그림자농축이랄까.


히틀러 역시도 당시 수많은 독일 사람들의 그림자를 투사하기 좋은 인물이었을 것이다. 히틀러가 그런 생애를 살게 된 것은 어쩌면 수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자신의 그림자를 너무 많이 투사했기 때문은 아닐까. 히틀러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우리들 자신의 그림자와 화해하지 못했다. 그 히틀러가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못했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우리 자신의 그림자를 부정하고 제거하려고만 하고 있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듯 하다.


몬스터에서는 결국 마지막에 텐마가 자신의 그림자를 죽이려는 시도를 그만둔다. 자신의 그림자를 인정하고 자신의 모습으로서 받아들인 것이다.


우리는 언제 우리 자신을 받아들일까.


2013.09.21

몬스터 특별판 1 Chapter 1, 2 - 10점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서울문화사(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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