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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지른 책들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소개팅 갔다가 허한 마음을 달래려고 마음의 양식들을 우걱우걱 충동구매했던 것 같습니다.; 5권 샀는데, 아래 4권이 아직 못 읽고 고이 보관 중인 책들입니다. 한 권은 현재 흥미롭게 읽고 있는 중이라 조만간 리뷰로 쓸 생각이라 뺐습니다.


이 책은 처음 꺼낼 때는 수필이나 철학적인 글인가 싶었는데 뜻밖에 평전이었습니다. 에리히 케스트너. 사실 들어본 적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책을 펼쳐보니 그가 쓴 "시"들이 인용되어 있는데, 펼친 페이지의 시가 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대는 아는가 대포가 꽃피는 나라를

그걸 모르는가? 알게 되리라!

그곳에선 모든 일터가 병영 같고

지배인들이 거만하게 버티고 있다.


그곳 사람들 넥타이 밑엔 병잔 단추가 있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철모를 쓰고 있다.

그곳 사람들은 얼굴은 있으나 머리가 없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면 바로 자손을 번식한다!


그곳에선 상관이 무엇을 원하면

- 뭔가를 원하는 게 그의 직업이다-

정신 차리고 우선 차렷 자세, 그 다음엔 부동자세다.

우로 봐! 그리고 누운 자세로 굴러!


그곳에선 아이들이 작은 박차를 달고

머리엔 가르마를 타고 태어난다.

그곳에선 민간인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그곳에선 주둥이를 다무는 자만이 승진한다.


- 케스트너, "그대는 아는가, 대포가 꽃피는 나라를?" 


살짝 훑어보면서 읽은 이 시인의 모습이 굉장히 완고하고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은 성격의 사람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고집스러운 꼰대같은 모습에 왠지 모르게 끌렸던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저의 가치관이나 인생관에서는 양보하지 않고 고집스럽지만, 타인의 의견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을 확실하게 가리려 하지 않고 가능성을 열어두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뚜렷하고 강하게 자신이 옳거나 타인이 틀렸다는 발언을 하는 사람은 꺼리면서도 묘하게 부러움 같은 것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책을 보다보니 문득 이 케스트너라는 사람은 어떤 글을 썼을까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봤는데, 뜻밖에 동화책들만 나왔습니다. 물론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동화책이라고 평들이 있었긴 합니다만, 위에서 읽은 저런 강한 정치색을 띤 글을 쓰는 사람이 동화 작가라고 하니 신기했습니다. 


과연 이 책을 내가 읽게 될 순간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일단 책장에 꽂아놔 두고 싶은 책입니다.


내 안의 빛나는 1%를 믿어준 사람 - 10점
제인 블루스틴 지음, 도솔 옮김/푸른숲


제목만 보고도 일단 확 끌렸는데, 책의 서문을 읽고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문구가 있어서 덥석 사버렸습니다. 저자가 건축을 하는 친구와 대화를 하는데, 그 친구는 자신이 만든 수많은 건물과 구조물을 보면서 세상에 대한 자신의 공헌을 확인받고 있었습니다. 그에 비하여 교육자인 저자 본인이 20여 년간 한 일에 대한 증거들은 쉽게 드러나기 힘들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물론 나는 그동안 내가 받은 수많은 격려를 행운으로 여기고 감사한다. 나는 내가 가르친 학생과 강연을 했던 그룹으로부터 찬사의 말을 듣고, 나에게 수업을 들은 사람으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았다.


하지만 나에겐 손으로 가리킬 만한 기념물이 없고, 찬사를 들을 수 있는 '눈에 보이는 창조물'이 없다.


...나는 전 세계의 교사와 학부모들과 함께 일하면서 나름의 피곤과 무력감을 느끼곤 했다. 그런 느낌은 그들이 학생들을 변화시키지 못할 것 같다는 끊임없는 회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써서 있는 그대로의 '증거'를 모으고 싶었다. 우리의 헌신과 끊임없는 노력, 믿음을 잃지 않게 만드는 실제적인 증거들을 말이다.


- 제인 블루스틴, "내 안의 빛나는 1%를 믿어준 사람" 서문 중


저자가 말하는 "피곤과 무력감"은 일종의 소진을 (Burn out)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소진은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 특히 상담이나 간호, 교육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언제나 경계해야 하는 상태입니다. 문득 예전에 샀던  책, '건강한 상담자만이 남을 도울 수 있다'의 주제가 떠올랐습니다. (아.. 저 책도 읽어야 하는데....) 그리고 저자의 이런 책 자체가 그 소진을 막아주는 좋은 예방책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반가웠습니다. 


건강한 상담자만이 남을 도울 수 있다 - 10점
토마스 M. 스콥홀트 지음, 유성경 외 옮김/학지사

이 책 "내 안의 빛나는 1%를 믿어준 사람"은 저자가 천여 명의 친구와 동료들, 수백 명의 유명인사들, 더 나아가서 길 가는 도중에 만난 사람들에게도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에 대해 말해 달라고 부탁해서 얻어낸 다양한 이야기들을 모아서 엮은 책입니다. 한 이야기마다 2~3페이지정도이기 때문에 읽기에도 부담이 없어보입니다. 이 책은 내 자신에게도 무척이나 의미있는 책일 것으로 기대가 되서 하루 빨리 읽고 싶어지는 책입니다.


신기했던 것은 이 책을 인간중심상담 수업의 추천 도서 목록에서 발견했습니다. (아, 역시 나는 선견지명... 아니 예지력이 있구나) 제가 책을 사거나 보는 방식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관련 주제와 저자들을 따라가는 편이라 나중에 서로 만나는 일들이 생기는데, 교재로서 만나니 참 신기했습니다. 


루비레드 - 10점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영희 옮김/에코의서재


위의 두 권을 고르고 나서 심리학 서적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하다가 새빨간 색 표지가 이쁜 것이 마음에 들어서 집었는데 "심리동화"라는 것이 좋아서 역시나 덥석 사버렸습니다. 저자는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작가인데, 꽤 유명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의 저자라고 합니다. (아.. 왠지 저 책도 곧 사게 될 거 같은데...)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10점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에코의서재


그리고 동화라는 매체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동화란 일종의 옛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텐데, 이는 신화와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이런 신화는 융이 말하는 "집단 무의식"이 드러나는 방식입니다. 한 개인의 무의식이 드러나는 곳이 꿈이라면, 한 집단의 무의식이 드러나는 곳은 신화, 옛이야기라는 말이죠. (현대에서는 영화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합니다.)



꿈을 분석해서 이해함으로써 나는 나 자신을 더 알아갈 수 있고, 보다 온전한 내 자신이 될 수 있듯이, 우리는 신화를 통해서 집단이 보다 성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신화나 동화 같은,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잘 보여주는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가 아닐까 합니다. 인간의 심리와 교육, 세뇌 등에서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몬스터 특별판 1 Chapter 1, 2 - 10점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서울문화사(만화)


평소 꿈 분석에 많은 관심이 있던 터라 이런 어른들을 위한 심리 동화라는 것은 저항할 수 없는 유혹이었습니다.; 총 15편의 심리동화가 실려있는데 각 동화의 분량이 천차만별이라 짧은 것부터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긴 건 읽으면 멈출 수가 없어서 건드리기 망설여집니다.)



일상적인 삶 - 10점
장 그르니에 지음, 김용기 옮김/민음사

...다 읽지도 않은 책들을 소개하는 것이라 금방 쓸 줄 알았는데 벌써 1시간 반이 훌쩍 지났네요.;; 마지막 책은 소개가 짧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제목과 저자 소개만 보고 사버린 책이고 아직 펼쳐보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자 "장 그르니에" (뭔가 한국말 같은...)는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라고 합니다.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점은 '철학자'가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였는데, 번역가의 서문의 첫 문장이 참 좋았습니다. 


"나날의 삶은 과연 우리 눈에 비치는 것처럼 무정형하며 무의미한 것인가?"


- 장 그르니에, "일상적인 삶"에서 역자 김용기의 서문 중에서 


 이 책의 목차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제목이 일상적인 삶이니만큼 각 장의 제목들도 "일상적"이었습니다. 


여행, 산책, 포도주, 담배, 비밀, 침묵,

 독서, 수면, 고독, 향수, 정오, 자정. 


아주 흔하고 흔한, 뻔하디뻔한 단어들인데, 어찌 이렇게 읽고 싶은 제목일 수 있을까? 일상적인 삶이란 어떤 것일지 그 속을 들여다보고 싶어서라도 읽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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