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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하니, 다시금 "좋은 글쓰기"는 어떠해야 하는가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예전에 감명 깊게 봤던 유시민 작가의 "글을 잘 쓰는 방법" 영상을 다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위의 유튜브에서 유시민 작가의 강의 내용을 전체를 글로 옮겨놓은 블로그 포스트가 있습니다. 영상보다 글을 원하시는 분은 "유시민이 말하는 글 잘 쓰는 법" (블러거팁닷컴)에 들어가시면 전문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이 영상을 처음 봤을 때부터, 여기서 언급된 책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 글 바로 쓰기"를 사고 싶었는데 (토지는 소설이고, 너무 길어서...),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는 찾을 수 없어서 대신 이오덕 선생님의 다른 책들만 샀었습니다. ("거꾸로 사는 재미", 내가 무슨 선생 노릇을 했다고"



그러다가 오늘에서야 드디어 이 "우리글 바로 쓰기"책을 샀습니다. 결국, 새 책으로.


우리 글 바로 쓰기 1 - 10점
이오덕 지음/한길사


책 구조는 굉장히 체계적입니다.


  1. 우리 말을 파괴하는 외래어
    1. 중국글자말에서 풀려나기
    2. 우리 말을 병들게 하는 일본말
    3. 서양말 홍수가 졌다
  2. 말의 민주화와 글쓰기
    1. 말의 민주화 1
    2. 말의 민주화 2
    3. 글쓰기와 우리 말 살리기


1부의 외래어에 대한 내용이 매우 다양한 예문을 엄청나게 많았고, 그 모든 예문에 외래어를 어떻게 우리 말로 바꿔야 하는지 하나하나 알려주고 있습니다. 중국글자말, 일본말, 서양말의 단어들뿐만이 아니라 표현 방식들도 잘못된 부분을 알려주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 말답게 글을 쓸 수 있는지 설명해줍니다.


우리 말 속에는 우리의 사고방식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국, 일본, 서양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그들의 사고방식을 우리 말로 표현하기 위해서 자꾸 우리 말을 변형시켜왔습니다. 아마 이 책을 읽어보면 엄청나게 놀랄 겁니다. 그런 변형된 말들을 우리가 얼마나 많이 사용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2부에서 "말의 민주화"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조금 훑어보니 살짝 이해가 갑니다. 이오덕 선생님은 우리 말을 "백성의 말"로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말의 민주화라는 개념은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대왕의 태도와 비슷합니다.



"...선비들이 관료가 되어 나라를 지배하게 된 데는 유학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 한자를 아는 것이 핵심이었어. 그래서 우린 전조 고조 귀족들처럼 세습으로 혈통으로 나라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야. 과거를 통해 실력으로 뽑힌 사대부들이 조정을 운영한다. 그것이 조선의 이상이야."


"예에... 그런데요, 그래서요?!"


"모르겠는가? 글자권력은 뗄래야 뗄수 없는 것이야. 중화에 속해있는 나라의 지배층은 모두 그렇게 형성이 된 것이고. (...) 모르겠느냐? 글자란 권력이 모두에게 나누어지고 질서는 무너지고 나라는 혼돈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야."


-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19회) 정기준과 이신적의 대화



드라마에서는 세종이 백성을 위해 농사직설이라던가 삼강행실도 등을 만들었지만 그 모든 내용을 백성들이 "읽을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마침내 쉬운 글자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묘사합니다. 그리고 세종에 대항하는 자들은 이 "자신들만 쓸 수 있던 글자"라는 것을 "권력"으로 생각하고 이 권력을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과한 해석일지 모르겠으나, 이오덕 선생님의 말의 민주화도 비슷한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예로 처음에 드는 것이 1981년 81세 할머니가 말한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한국 구비문학 대계"의 글과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비교합니다. 한글을 사용하면서 굳이 어려운 말, 아는 척 하는 말을 쓰지 말고, 이 한반도에서 살던 사람들이 입에서 입으로 쓰던 그 말을 쓰는 것입니다.


제가 산 책은 92년 고침판인데, 이 새로 쓴 서문이 이오덕 선생님의 성품을 잘 보여주네요.


"이 책의 초판이 나간 지 두 해도 몇 달이 더 지난 지금에야 고침판을 내게 되었다. 고친 부분을 크게 나누면 네 가지가 된다.


...셋째는 그동안 저 자신이 잘못 썼다고 깨달은 말과 좀 더 깨끗한 우리 말로 써야겠다고 생각한 말들을 바로잡은 것이다.


...넷째는 내가 쓴 문장을 고친 것인데, 이것이 아주 많이 고쳤다. 이번에 고침판을 내려고 이 책을 읽어보고 크게 놀랐다. 글을 바로 쓰자고 한 책인데 정작 내가 쓴 글은 이렇게 허술하게 썼으니 말이다. 부끄러운 느낌과 함께 그동안 읽어준 분들께 큰 죄를 지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정신을 들여 읽으면서 보태고 깎고 고치고 하여 글이 제대로 읽힐 수 있도록 다듬었다. 그래도 아직 잘못된 곳이 있을 것이다. 부디 앞으로도 읽는 분들이 지적해주시면 다행일 것이다."


- 이오덕, "우리 글 바로 쓰기"에서 "고침판을 내면서" 


뭐랄까 참 겸손하실 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방어적이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겸손하신 건 이전에 산 책의 제목에서 이미 알아챘습니다만. "내가 무슨 선생 노릇을 했다고")


이 책은 위의 유튜브 강의에서 유시민 작가가 말한 대로, 곁에 두고 자주 펼쳐볼 책이라 생각합니다. 한꺼번에 다 외우고 고치려고 하면 버겁고, 그저 틈틈이 잘못된 표현들을 알아가면서 서서히 나아지는 것으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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