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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Snugg LePup

작년에 온갖 정보를 찾아 돌아다니다가 김창준님의 애자일이야기 블로그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은 몰랐지만, 알고보니 제가 중학교쯤 처음 접했던 위키위키, 그 유명한 노스모크를 만드신 분이더군요. 김창준님의 블로그를 살펴보니 IT분야만 아니라, 제가 관심을 기울이는 대화와 인간 관계, 의사소통이라는 분야에서도 전문성을 갖추신 분이었습니다. 그 글들은 제가 평소에 알고 싶어했던 것들에 대한 목마름을 채워주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의 모든 글을 읽기 시작했죠.


그 중 가장 관심있었던 주제는 "효과적인 학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욕심쟁이인 저는 블로그 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더 깊은 내용을 찾다가 김창준님이 운영하시는 교육시스템인 "Agile Coach Squared"를 알게 되었습니다. 등록을 해서 교육을 받고는 싶으나 비용과 시간이라는 개인적인 부담 때문에 고민하고 있더가, 그 사이트에 있는 추천 도서 목록을 발견하고 만세를 외쳤습니다. 꿩 대신 닭으로 이 책들이라도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곧장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그 책들을 모조리 검색하면서 종로, 신촌, 강남, 건대를 휩쓸며 쇼핑을 해버렸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름신...)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책이 바로 지금 소개하는 책,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였습니다.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 10점
헨리 뢰디거 외 지음, 김아영 옮김/와이즈베리

여기서의 "공부"란 협소한 의미가 아닙니다. 지식 습득만이 아니라 기술 습득까지도 포함하고 있죠. 이 책은 "효과적인 학습"이라는 주제로 학습 연구와 인지심리학 연구들을 기반으로 11명의 학자가 10년간 수행한 '교육현장 개선을 위한 인지심리학의 응용'연구를 집대성해서 하버드대학교이 출간한 책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연구 결과"만을 쓴 책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학습 방법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지"를 알려줍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의 구성 자체에도 이 같은 학습 방법을 적용한 점입니다. 


"...일반적인 책에서는 주제를 차례대로 다룬다.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식이다. 이 책은 각 장마다 새로운 주제들을 다루되 주요 학습 원리 두 가지를 책 자체에 적용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 전략이란 간격을 두고 핵심 내용을 반복하기, 다르지만 관련 있는 주제들을 끼워넣기다. 한 주제를 공부해 나가면서 주기적으로 복습하면 그 주제를 더 잘 기억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다른 주제의 내용들을 사이사이 끼워넣는 식으로 공부하면 순서대로 하나씩 공부했을 때보다 각각의 주제를 더욱 잘 배울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과감하게 핵심 내용을 두 번 이상 다루고 다양한 상황에서 원리들을 반복한다.그 결과 독자들은 책의 내용을 더욱 잘 기억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 헨리 뢰디거 외,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서문


실제로 저는 이 책을 한 번 읽었을 뿐인데, 책의 핵심적인 내용들은 거의 확고하게 머리 속에 각인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세뇌...  자세한 방법이나 사례들은 기억이 나지 않더라도,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기본 원리는 확실하게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 매우 좋았던 한 가지는, 시작부터 "잘못된 학습 방법"부터 알려주고 시작한다는 점이었습니다.


Photo by David Goehring

교사, 트레이너, 코치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완벽하게 익히려면 그 기술을 완전히 소화할 때까지 끈질기게 집중해서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 대개 집중적으로 연습하면 지식을 빨리 습득하게 되므로 이러한 믿음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연구에서 분명히 밝혀진 점은 집중적으로 연습을 통해 익힌 지식이나 기술이 일시적이며 금방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교육자나 학습자 입장에서는 교과서 반복해서 읽기가 종종 헛수고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등골이 오싹해질 것이다. 반복 읽기야말로 80%이상의 대학생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이 1순위로 택하는 공부 전략이며 공부에 전념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반복 읽기에는 세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배운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지 않으며, 내용에 익숙해짐에 따라 완전히 통달했다는 느낌이 들면서 자기도 모르게 일종의 자기기만에 빠지게 된다는 점이다. 반복 읽기에 몰두하는 동안은 상당히 집중한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학습에 소요된 시간은 숙달의 정도와 관계가 없다.


- 헨리 뢰디거 외,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제가 스스로 무엇인가를 배우는 방법 뿐만이 아니라 학생을 가르치는 방법이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수학이나 물리를 가르칠 때도 집중해서 반복 읽기 방식을 저도 모르게 사용해왔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집중해서 반복 읽기가 비효율적이라면,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이를 저자들은 책 전체에 걸친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바탕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줍니다.


그 중 "기억"이 강해지는 원리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경험적으로 어렴풋이 알고 있던 것을 굉장히 명확한 말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해한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Photo by Creative Ignition

지식을 머리 속에 "넣는 작업 (입력)"이 기억을 강하게 하는게 아니라, 지식을 머리 속에서 "꺼내는 작업 (인출)"이 기억이 강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 "꺼내는 작업"이 어려울 수록 기억은 더욱더 강해진다.


이 원리가 모든 효과적인 학습법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이 책 전체는 이 원리를 내가 제대로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추가로 마지막 장에서는 대상에 따라 이런 원리들을 활용하는 방법들을 정리해주더군요. 아래가 8장에 있는 내용입니다.


1. 학생들을 위한 학습 조언 (학교 교육) 

2. 평생 학습자를 위한 학습 조언 (배우, 작가, 조종사, 피아니스트)

3. 교육자를 위한 조언

4. 효과적인 직업 교육과 직문 연수


저는 이 책을 읽을 때 옆에 메모장과 연필을 준비하길 권합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어가면서 평소에 잘하고 싶은 것들을 효과적으로 익히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인가 빨리 잘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마다 이 책을 한 번 읽으면서 좋은 학습 방법을 떠올리는 것이 이 책을 가장 유용하게 사용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래서 이 책을 잘 간직하고 평생에 걸쳐 계속 읽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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