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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균일화와 경쟁 모드

공모전 마감이 2023년 4월 28일이었는데, 동시에 5월 6일이 보드게임 오프라인 행사인 보드게임콘이었다. 그래서 PnP 버전 뿐만 아니라 판매용 제품으로도 동시에 만들게 되었다. 박스는 이전 다이슨 크루소와 같은 크기와 종류로 했다. 내 게임을 모으는 사람들에게 통일감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이 게임을 즐겨주시고 후기도 많이 남겨주셨다.


오프라인 행사가 끝나고 국내 퍼블리셔 회사 세 곳에 방문해서 게임을 보여주었다. 그 중 한 곳에서는 긍정적인 대답을 들었는데, 다만 2인 혹은 다인플이 가능하게 하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퍼블리셔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래서 2023 게임마켓 가을 행사를 준비하면서 여러 피드백들을 바탕으로 또 다시 게임을 개선했다.

우선 모양 주사위가 3이 나와야만 방문객을 초대할 수 있다는 점은 전략적인 요소로 의미는 있지만, 어떤 플레이어는 아얘 방문객 초대를 잊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펜토미노를 사용해보는 경험을 모두에게 균일하게 주면서, 머리 아프지만 재밌는 그 경험을 조금 더 균일하게 제공하고 싶었다. 그래서 펜토미노 사용을 원할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턴에 하도록 변경했다.

 


동시에 경쟁 규칙으로 다인플을 만들어보려는 고민을 오래했다. 이 게임의 핵심은 자신이 원하는 마을을 계획적으로 만들어가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맛이라 생각했다. 이를 깨지 않는 상호작용이 필요했다.

 

상호작용을 준 것은 자연 점수였다. 펜토미노를 사용하면서 방문객을 선택하는 턴에는 주사위 1개를 추가로 사용하게 해서, 그 주사위가 자연의 가치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단조로웠던 자연 점수에 '투자'라는 개념을 추가해서 의미있는 고민을 만들었다.

이 게임에서 적절한 상호작용은 상대방이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 필요는 없지만, 상대의 특정 행동이 나에게 영향을 주는 수준의 상호작용이 적당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 방식이면 플레이어 수를 늘리는 것도 자유로웠다.

 

 

각자 개인판에 주사위를 이리저리 배치하는 즐거움을 깨고 싶지 않았기에 각자 독자적인 주사위를 사용하도록 했고, 방문객 선택도 상대방에게 방해받지 않고 중복 선택이 가능하도록 했다. 개인적으로 테라포밍마스에서 업적을 뺏기면서 느꼈던 박탈감을 플레이어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상대 방해가 없더라도 이미 도전적인 목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문객 아이콘이 방해하는 요소만 되고 가치가 없는 존재여서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들 아이콘의 상호 위치가 점수가 되게 하는 '숙련자 규칙'을 추가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토레스'의 마스터 카드에서 참고한 요소로, 게임 후반에 선택지가 대폭 줄어들면서 의미있는 고민이 사라지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위해서 넣은 것이다. 기본 게임 패턴에 익숙해진 숙련자들에게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반대로 빡빡한 테트리스에 힘들어 하고 중반에 공간 배치를 실패한 초심자들을 위해서 3칸짜리 모양을 사용할 수 있도록 트리오미노 선택지를 주었다.


그렇게 완성된 '다이스 타이니 타운 - 게임마켓 버전'을 들고 2023 게임마켓 가을과 2024 봄을 참가했고, 많은 분들이 이 게임을 즐겨주시고 후기를 남겨주셨다. 

 

2년 만의 리메이크

2024년 5월 게임마켓 전날 갑자기 허리디스크로 인한 다리 통증을 느꼈고, 약국에서 받은 진통제와 신경약으로 행사와 남은 일본 일정을 어찌어찌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그로부터 2년 동안 치료와 재활의 시간을 보냈다.

2026년이 시작되어서야 조금씩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고, 1월이 되자마자 즉시 게임마켓 참가 신청을 했다. 어떤 게임을 만들어서 가져갈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2월이 되었고 부스컷 제출 마감이 왔기에, 이때 기존 작품의 리메이크인 '다이스 타이니 타운 대결'이라는 이름과 컨셉을 결정했다.


대결로 결정한 이유는 기존 작품에서 상호작용을 넣긴 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엔 좀 더 2인 대결 느낌이 나도록 하고 싶었다.

가장 먼저 결정한 것은 주사위를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이었다. 주사위를 개인판 위에서 이리저리 순서를 바꿔서 배치해보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었는데, 주사위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카드를 주사위에 배치하는 방식이면 비슷한 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선이 주사위를 배치하면서 그 위치에 따른 어떤 능력을 쓰게 하는 방식을 고려했는데, 규칙이 추가되는 느낌이라 복잡해지면서 그만한 재미를 얻지도 못했다. 그래서 선택한 상호작용은 상대와 동일한 색깔의 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하는 방식이었다.

사실 이 방식은 후공의 카드 사용을 강하게 제약하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실제 테스트해보니 그렇게 불쾌하지 않았다. 플레이어는 카드 사용은 제한되지만, 모양을 그릴 위치 선정과 넣을 아이콘 위치를 고를 수 있는 의미있는 선택지를 여전히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선택지를 좁혀줬기 때문에 고민이 줄어서 다운 타임이 짧아지는 장점도 있었다.

카드를 사용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장점이 있었는데, 새로운 요소를 추가하기가 매우 손쉬웠다는 점이다. 그 덕분에 보라색 카드로 펜토미노와 분리된 모양(확장)을 도입할 수 있었다. 이들은 별도의 색깔을 할당해서 원하는 타이밍에 전략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다이스 타이니 타운'에서는 펜토미노가 의무였고 추가로 그리는 방문객은 거의 도움이 안되는 방해물에 가까웠는데, 이를 제거하고 별을 1개 더 그리는 방식으로 어려운 모양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보상을 주려고 했다. 분리된 모양은 공간을 빈틈없이 채우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1~3칸 크기의 구멍을 채울 수 있게 하여 난이도를 낮추는 효과를 노렸다. 반대로 숙련자에게는 기존에 불가능했던 전략을 가능하게 해주는 중요한 무기가 되어 준다.

 


2인 대결 게임으로 몇 차례 테스트를 해보면서 크게 느낀 건 게임 시간이 조금 길다는 점이다. 1인 게임에서는 길어도 몰입이 깨지지 않았는데, 2인 게임에서는 달랐다. 다른 플레이어의 고민 시간을 기다려주는 일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플레이 타임을 줄이기로 했다.

 

기존 11라운드에서 2번의 라운드를 제거하고 9라운드로 줄였다. 처음에는 그에 따라 보드판도 줄여보았으나, 너무 좁아지면서 빡빡해지는 것이 좋지 않았고, 가로와 세로 길이가 달라지는 것도 빙고 난이도가 달라져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보드는 여전히 7x7 로 유지하였고, 대신 1x1로 자연이나 건물을 추가하는 이벤트 3번 넣어서 빈 공간을 조금 채우면서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라운드를 줄이면서 초기 아이콘 2칸, 9번의 4칸 혹은 5칸 모양(총 36~38칸), 이벤트로 3칸까지 합하면 41~43칸을 채우게 된다. 따라서 게임이 끝났을 때 무조건 빈칸이 6칸 이상 남아있게 되었는데, 이 덕분에 게임이 2가지 측면에서 좋아졌다.

하나는 초심자들이 후반에 모양을 배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좌절 경험을 거의 사라지게 한 점이다. 첫 경험이 큰 좌절로 남으면 그 게임은 다시 하기 싫어지는 법이다. 이를 막아주는 좋은 변화였다.

다른 하나는 빈 칸을 역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 요소를 넣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의도적으로 빈 칸의 위치를 설정하는 전략도 재밌다고 생각하여, 이를 동물 확장에서 말과 토끼 카드에 반영했다. 개인적으로 확장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카드다.


한 가지 마음에 걸렸던 점은 자연이었다. 4가지 자연 점수가 단순히 그룹을 크게만 하는 것으로 바뀌었는데, 그 점수 가치가 너무 선형적이고 작아서 자연을 그룹으로 만드는 노력에 대한 대가가 적다고 느꼈다. 큰 그룹이 된 자연에 대한 보상을 더 줘야한다고 생각했다.

자연을 덩어리로 크게 만드는 것을 생각하다보니 깊은 숲의 한가운데 존재하는 커다란 나무 이미지가 떠올랐다. 그로부터 풍요로운 자연이라는 규칙을 만들었다. 같은 자연으로 세 방향 이상 둘러싸여 있으면, 그 자연은 더 풍요로워지는, 테마적으로도 적절했다.

 

이에 대한 보상을 1점 추가로만 했는데, 이는 자연 1칸의 점수가 건물 1칸보다는 항상 낮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자연까지 가치가 너무 높아지면 고민할 요소가 너무 과도하게 많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 규칙도 변형 규칙으로만 넣었다. 첫 플레이에서는 권장하지 않는다.

이 풍요로운 자연을 표현하기 위해 '덧그리기'를 사용한 것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였다. 롤엔라이트가 주는 손으로 그림 그리는 즐거움에, 기존 그림에 무엇인가를 추가로 그리는 재미를 주고 싶었다. 학교 다닐 때 교과서에 있는 그림에 펜으로 낙서를 하는 즐거움이랄까.

 



이후 확장용 동물 카드까지 만들고 나니, 드디어 2026 봄 게임마켓에 가져갈 '다이스 타이니 타운 대결'의 규칙이 완성되었다. 이번 버전이 만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이 게임에서 수정할 부분이 더 이상 남지 않았다고 느꼈고 만족감이 들었다.


이 게임은 쉬운 게임은 분명 아니다. 해본 사람마다 머리를 싸매며 장고에 빠지게 되는 모습을 매번 보아왔다. 그리고 동시에 게임이 끝나고 뿌듯함을 느끼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일러스트레이터였던 PASIO의 이번 작품 소감을 공유하며 제작 일기를 마무리한다.

항상 이미지를 구상하기 전에는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해봅니다. 게임의 컨셉과 세계관을 느끼며 몰입한 다음, 플레이어로써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생각해 봅니다.

이 게임에서는 "내 손으로 직접 마을을 만들어간다" 라는 점이 가장 와닿았습니다. 그래서 어릴 시절, 종이 위에 인형놀이를 하며 머릿속으로 구상했던 집과 마을 풍경들을 슥슥 그려나갔던 풍경화를 떠올렸습니다.

정교함보단 자연스러움을, 엉성하지만 귀엽고 정겨움을 표현하기 위해 타블렛을 잠시 내려놓고 직접 연필과 색연필을 들고 종이 위에 직접 그려나가는 재미와 감각을 그림에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 PASIO (다이스 타이니 타운 대결 일러스트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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