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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은 무기물보다는 유기물과 같다. 잘 설계된 기계 장치 같이 계획대로 만들면 잘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생명체 같이 변화하고 진화하면서 만들어진다. 이번 게임도 마찬가지였다.

출발

나는 게임을 완성시키려면 외부에서 정해준 마감 날짜가 필요한 사람이다. 이번 다이스 타이니 타운 대결이 완성되기까지는 총 4번의 마감 날짜가 있었다. 첫 마감은 한국 보드게임 작가 협회에서 진행하는 PnP 보드게임 공모전이었다.

 

 

이번 게임은 내가 좋아하는 테트리스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처음 아이디어는 푸쉬 유어 럭 요소가 있는 테트리스였다.

주사위 결과에 따른 모양으로 공간을 채워가면서, 동시에 주사위 눈금에 해당하는 숫자를 해당 칸에 기입하도록 하고, 같은 숫자가 많이 연결될 수록 큰 점수를 얻도록 하려고 했다. 여기서 점수를 곧장 주는 것이 아니라, 잘 연결시켜둔 숫자들을 획득하는 것도 주사위에 의해 결정되도록 하고 싶었다. 이는 "흔들어봐! 헬프요정(Schüttel's)"에서 느꼈던 "조금 더 키워서 먹을까? 아니면 안전하게 당장 먹을까?"라는 고민을 테트리스 메커니즘 속에서 주고 싶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첫 프로토는 다음과 같다.

 


하지만 게임을 몇 턴 플레이 해보니, 여러 문제가 금방 드러났다.

 

우선 공간이 너무 넓었다. 보드를 모두 채우려면 너무 많은 턴이 필요했고, 세로줄 빙고를 완성하는 것도 너무 쉬웠다. 그래서 크기를 줄이고 3칸 짜리 블럭을 제거했다.

그렇게 두 번째 프로토 타입이 만들어졌다.

 

 


첫 프로토보다는 나았지만, 근본적으로 숫자를 연결시키는 것을 통해 점수를 획득하는 것이 예상보다 재밌는 고민거리를 만들지 못했다. 그 뒤로 숫자 점수 방식을 바꾸거나 가로줄에 추가 점수를 주는 등 몇 가지를 추가하면서 5번째 프로토 타입까지 만들었고, 이를 규칙과 함께 업로드해서 주변 사람들과 커뮤니티로부터 피드백을 받기 시작했다.

 

게임 이름은 임시로 다이스 + 테트리스, '다이트리스(Dietris)'라고 정했다.

 


이 공개 PnP 버전을 통해 여러 피드백을 받았고, 가장 핵심적인 피드백은 다음 문장이었다.

게임에서 점수와 보너스들이 저절로 얻어지는 느낌이다.

 

이 피드백은 스스로도 느끼고 있던 문제점을 아주 명확하게 구체화해주었다. 플레이어가 이 게임에서 공간을 채우는 것 이외에 고민하면서 추구할 목표가 부족했던 것이다. 나는 좀 더 다양한 고민 거리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우선 이전 '다이슨 크루소'에서 시도했던 주사위 론델 시스템을 도입해보았다.

 


아쉽게도 주사위 론델 시스템은 별 재미를 주지 못했다. 론델은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점수 요소가 적어서 의미있는 선택지도 적었다. 이는 너무 직선적인 플레이를 만든다. 그래서 점수 요소를 다양하게 늘리기로 했다. 최소한 3가지 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존에는 테트리스 모양 안에 딱 1칸만 동그라미를 그려서 이들을 연결시키면 그룹 점수를 주었는데, 이를 3가지 요소로 다각화해서 각각 점수 방식을 다르게 하는 방식을 시도했다. '캐스캐디아(Cascadia)'에서 경험했던 것을 구현하려고자 3가지 점수 규칙을 가져왔다. 한 쌍으로 붙여야 점수를 주는 요소, 혼자 단독으로 있어야 점수를 주는 것, 많이 붙일 수록 점수를 주는 요소. 이 3가지 요소가 나중에 각각 3가지 건물인 목장, 수도원, 집이 되었다.

그리고 테트리스 모양에 나머지 3칸도 비우지 말고 채우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고, 여기서 자연 4종류를 떠올렸으며, 각 자연마다 독특한 점수 규칙을 주었다. 그리고 남은 1칸에 주사위 값을 조절하는 보너스 별을 넣고자 했다. 기존에 공간을 채우면 주던 해택을 이 보너스에 적용하여, 세로줄을 완성했을 때 별을 획득하도록 해서, 점수는 없지만 테트리스로 라인을 채우는 것을 추구하도록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7번째 프로토는 게임적으로 이전보다 획기적으로 재밌어졌다. 매 턴마다 어디에 블럭을 그릴지, 주사위 3개를 어떤 식으로 배치할지 아주 의미있는 고민거리를 던져주게 바뀌었다.

이제 게임이 충분히 재밌다고 판단하여 큰 틀을 여기서 확정했다. 이제는 다듬어가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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