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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이 글은 고등학교 수학 성적이 중하위권(4~7등급)에 있으면서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 학생과 학부모님을 대상으로 한 글입니다. 상위권 (2등급 이상) 학생들에게는 도움이 별로 되지 않을 것입니다.)


(Photo by Jimmie)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 문제를 많이 푸는 것은 대부분의 과목에서는 항상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수학에서 만큼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수학 문제를 무작정 많이 푸는 것은 공부 효율이 매우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실력 향상에 도움이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다른 과목들과 수학이라는 과목의 차이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내신 공부에만 익숙한 학생일 수록 이런 경향이 강합니다.


안타깝게도 수학 실력은 자신이 푼 "문제 수"에 따라서 향상되지 않습니다. 수학 공부는 피라미드를 쌓듯이 해야합니다. 기초 개념들을 탄탄하게 쌓고 그 위에 새로운 개념을 배우고 해야 하는 것이지요. 앞 내용들을 소화하지 않은 채로 다음 진도를 나가면 이해도 가지 않고, 문제도 제대로 풀 수 없습니다. 특히 고등학교 수학 문제들은 새로 배운 개념만 사용해서 푸는 것이 아니라, 이전에 배웠던 것을 모두 활용해야하는 문제들이 대부분입니다.


수학 문제는 언제나 학생들이 단순 암기로는 풀 수 없도록 변형되어서 나옵니다. 이렇게 열심히 암기해서 풀 수 있는 문제는 수능 수학에서 1페이지의 4문제 정도, 내신에서도 교과서와 똑같이 나온 문제들만 풀 수 있을 뿐입니다. 나머지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 학생들은 기억 속에 파편처럼 흩어져 있는 공식 한 두개를 감으로 때려잡아서 풀어보려고 시도 합니다. 그것도 안되는 문제는 그냥 찍죠. 중하위권(4~7등급) 성적은 보통 이런 과정으로 수학 시험을 보면 나오는 성적입니다.


이들이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거라구요? 아닙니다. 정말 열심히 공부한 겁니다. 시간도 많이 들여가면서, 이해도 안가는 공식들을 열심히 외우고, 다시 써보고 한겁니다. 하지만 노력과 결과는 비례하지 않습니다. 노력과 결과가 "비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방법"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중하위권에서 수학 실력이 향상 되려면, "자기 수준에 맞는 문제"를 "하나 하나 시간을 들여서" 풀어야 합니다. 


(Photo by Richard foster)


저는 수학 공부를"근력 운동"으로 비유하는 걸 좋아합니다. 헬스장에 가서 근육을 키우고 싶다면, 근력 운동을 어떻게 해야할까요? "가벼운 덤벨을 수십번 들어올리는 것"과 "무거운 덤벨은 수 회 들어올리는 것" 어느 쪽이 옳을까요? 자신의 근육을 크게 (이른바 벌크업) 하고 싶다면, 당연히 후자입니다. 나의 근육에 "적당한 무리"를 주어야만 근육이 커질 수 있습니다. 


수학도 마찬가지 입니다. 수학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쉬운 문제"와 이별해야 합니다. 문제를 봤을 때, 어떻게 푸는지 딱 알겠고, 곧장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바로 나에게 쉬운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를 여러 번 푸는 것은 실력 향상에 도움이 별로 되지 않습니다. 처음 문제를 보고 "음? 어떻게 풀지?"라고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가 무거운 덤벨입니다. 이런 문제를 풀려고, 한 문제를 가지고 30분~40분 정도를 씨름해야만 수학 실력이 향상됩니다. 하루에 이런 문제 3~4문제 정도 씨름했다면 2~3시간이 걸릴 텐데, 그정도면 굉장히 많이 공부한 겁니다. 문제 수가 결코 중요하지 않습니다. 쉬운 문제 100개 푼 것보다 훨씬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됩니다.


(Photo by Adrian Clark)


다만 헬스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무게의 덤벨을 들어서는 안됩니다. 다칠 수가 있거든요. 수학 문제의 난이도를 고르는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자신에게 "살짝" 어려운 문제를 골라야합니다. 너무 어려운 문제는 좌절감과 무력감만 안겨줍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헬스장에서는 무게를 조금씩 올려가면서 스스로 적당한 무게의 덤벨을 찾을 수 있지만, 수학 문제의 난이도는 구분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중하위권 학생이 스스로 자기 난이도에 맞는 문제를 선별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문제들의 난이도를 파악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실력이 좋아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중하위권 학생들의 경우, 학생에 따라서 이해가 많이 부족한 수학 개념들이 다릅니다. 같은 중하위권 학생이더라도 부족한 개념이 뭐냐에 따라서, 같은 문제를 어떤 학생은 쉽게 풀고 다른 학생은 어려워 합니다. 그래서 이 학생들에게 맞춤형으로 문제를 골라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헬스장 트레이너 같이 말이죠.


어쩔 수 없이 혼자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가능한 문제집을 고를 때, 문제의 "난이도"가 최대한 여러 단계로 구분되어 있는 책을 추천합니다. 1단계 문제를 쉽게 풀었다면, 더 이상 1단계 문제는 건드리지말고 곧장 2단계 문제를 풀어봅니다. 그 역시 쉽게 풀었다면 곧장 3단계 문제로 올라가고... 만약 쉽게 안 풀려서 20~30분 이상 씨름했다면 좋습니다. 씨름하다 풀었거나 혹은 그래도 안풀려서 답지를 확인하고 풀이를 읽었는데 이해가 된다면, 그 단원에서는 해당 단계 문제가 자신에게 그나마 맞는 문제라는 뜻입니다. 만약 풀이를 읽었는데 하나도 이해가 안가면 자신에게 너무 어려운 문제라는 뜻이니 단계를 내려가야 합니다. 이렇게 최대한 "씨름할만한 문제"를 푸는 시간을 늘려야합니다. 문제 수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초조해하면 수학 실력은 결코 향상 시키기 어렵습니다.


(Photo by Floris Oosterveld)


개인적으로는 동기가 충분하다면, 이런 문제를 적절히 골라주고, 문제를 푸는 과정을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있는 것을 추천합니다. 단기간에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는 것만한 것이 없습니다. 학생의 수학 개념 이해 수준을 파악해서, 그에 맞는 문제를 골라주는 것은 섬세한 관찰과 인내력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아까 이야기해줬는데 왜 그걸 모르니"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그건 아직도 그 사람이 학생의 수학 개념 이해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학생이 어떤 마음으로 수학 문제를 풀고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는지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그런 사람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나 "자격증"같은 것이 없습니다. 학력도 도움이 안됩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의 공부를 "잘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직접 경험해보는 수 밖에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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