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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군인 쥐베르가 기록한 병인양요 - 8점
앙리 쥐베르 외 지음, 유소연 옮김/살림


조선 시대 후반, 아시아가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들고 있는 시대다.

그런 대 변화의 시기여서 였을까, 조선말의 역사는 한국인으로서 참 안타까운 순간들이지만 그 만큼 역동적이고 다양한 가능성들이 분출되던 시대여서인지 우리나라 역사 중 내가 가장 재밌게 공부했던 내용들이다.

가상역사소설 '한제국 건국사'을 읽다보니 이 소설의 저자가 역사적인 사건들과 인물들을 상당히 자세하게 묘사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그 점이 상당히 흥미로왔다. 그리고 그렇게 묘사된 인물들의 성격과 행동 방식, 그리고 그런 인물들의 행동으로 인한 발생한 역사적 사건들이 단지 작가의 상상인지 아니면 실제 근거가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던 중 발견한 책이 "프랑스 군인 쥐베르가 기록한 병인양요"(H. 쥐베르, CH. 마르탱 지음, 유소연 옮김, 살림출판사)라는 책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든 인물은 실제 병인양요에 참전했던 당시 해군 소위 후보생이었던 앙리 쥐베르(Henri Zuber)라는 군인이다. 내가 느꼈던 그의 독특한 점은 두 가지였다.

첫째, 그는 조선에서 군인으로서뿐만 아니라 화가로서 그림들을 그렸다.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점은 그의 그림들이다. 그가 조선(강화도)에 들어와서 강화도 사람들의 일상 생활 모습, 복장, 그리고 마을의 풍경 등을 스케치한 그림들이 잘 수록되어 있다. 거기에 프랑스 함대 위에서 바라보면서 강화도 상륙과 강화성 점령 장면들을 그대로 그려놓은 그림들까지 볼 수 있다.

둘째, 그는 조선을 침략한 프랑스 군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고, 조선에 대하여 상당히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그의 글 곳곳에서 볼 수 있으며,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그의 그림에서도 조선인을 야만인으로 보는 시선이 아니라 다른 문화를 가진 인간으로 보며 따뜻한 시선으로 그린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을 받았다.


"유럽의 국가들이 처음 접촉하는 이국의 국민들에게 폭력을 드러내고 횡포한 요구를 주장하는 일이 너무 빈번하다. 

일단 그 나라가 아직 전신기를 갖지 못했고, 또 그들 문명의 본원이 우리의 그것과 다르면, 우리는 그들이 입는 폐해를 감안하지도 않고 주민들의 모든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마치 우리에게 허락된 줄로 생각한다. 

특히 순수하고 고양된 교의의 이름으로 피를 쏟게까지 하는 것이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더군다나 교의란 본질적으로 속칭 '무력'이라고 명명되는 이 슬프고도 의심스러운 설복 수단의 힘을 빌려서는 결코 안 되는 것이 아닌가."

- Henri Zuber (앙리 쥐베르)


* 처음 샀을 때는 쥐베르의 글만 있는 것으로 알았는데, 읽어 보니 당시 베이징 주재 프랑스 공사관 소속 의사였던 마르탱(CH. Martin)이 쓴 "1866년 조선 원정"이라는 글도 뒤에 함께 들어있었다.  

마르탱의 글은 그가 당시 프랑스 공사관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병인양요를 전후로해서 베이징에서 서양 각국들과 중국이 조선에서 일어난 사건들(제네럴 셔먼호 사건, 병인양요, 오페르트 도굴사건 등)에 대해 어떤 반응들을 보였는지 그대로 서술하고 있다. 

어렸을 적, 국사책에서 읽었던 내용들에서는 오로지 저 사건들에 의해 조선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만 써있었지, 주변국들에게 끼친 영향은 전혀 묘사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마르탱의 "1866년 조선 원정"의 글은 그 당시 상황을 동아시아 역사 흐름 속에서 조선이 서양 세력들과 동아시아에 어떤 역할과 영향을 주고 있었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내용들이다.

2011.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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