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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레이지니 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드게임 리뷰를 써봅니다. 

 

18릴리퍼트(18Lilliput)는 예전에 킥스타터 펀딩으로 참여했었습니다. 펀딩을 하고서도 배송날까지 참지 못하고 혼자 핸드메이드까지 했었죠. 그때 주문 제작 비용이 킥스타터 비용의 2배였다는... (참을성 없으면 지갑이 고생합니다.)

 

그 18릴리퍼트가 이번에 MTS에서 정식 한글판으로 출시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듣고, 이렇게 다시 리뷰를 써봅니다.

 

한글판 18릴리퍼트 상자 앞면

※ 본 리뷰는 MTS 게임즈로부터 제품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우선 18릴리퍼트를 소개하려면, 18xx 시리즈(이후 18시리즈) 자체를 설명해야 합니다. 꼭 필요한 내용이니 조금만 참고 읽어주세요. 참고로 제가 경험한 18시리즈는 18AL, 1889, 1862, 1846, 18Mex, 1817, 포세이돈, 18릴리퍼트까지 총 8가지 입니다. 그리 많은 경험을 하진 못한 사람의 설명이니 부족함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시드 잭슨의 명작 주식 게임, 어콰이어 (출처: 보드게임긱)

1964년 시드 잭슨(Sid Sackson)의 어콰이어(Acquire) 이후, 많은 보드게임 디자이너들이 주식을 테마로 한 보드게임을 만들어 왔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주식 게임은 2가지 분류로 나뉩니다. 주식에 집중한 게임과, 주식과 함께 경영도 중요한 게임입니다.

 

주식에 집중한 게임은 기본적으로 파티성이 강합니다. 회사의 주가가 움직이는 방식에 보통 운의 요소가 많이 개입하기 때문입니다. 그 운에 울고 웃고 하면서, 주식 투자의 어려움을 간접 경험하는 거죠. 스탁 파일, 어콰이어, 유니온 퍼시픽 등이 이런 유형이라 생각합니다.

 

주식 게임, 스탁 파일 (출처: 보드게임긱)

후자는 정반대입니다. 회사 경영을 참가자들이 직접 해야하기 때문에 운의 요소가 적고, 전략성이 매우 강합니다. 그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18시리즈입니다. 

 

1974년 프랜시스 트래샴(Francis Tresham)이 철도 회사의 주식을 사고 팔면서, 동시에 회사를 경영하는 게임, 1829를 만들었습니다. 이 주식+경영 시스템에 많은 주식 게임 매니아들이 매료되었죠. 그래서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이 시스템을 조금씩 변형시키면서 다양한 게임을 만들었고, 그들을 18시리즈라고 부릅니다. 

 

최초의 18시리즈, 1829 (출처: 보드게임긱)

18시리즈에서 참가자들은 주식을 사고 파는 것에 끝나지 않고 , 직접 경영에 참여합니다. 즉, 회사의 주가가 오르고 내려가는 것은 운이 아니라 모두 참가자들의 경영 능력에 달려있는 거죠. 아, 얼마나 사실적인가요? 이런 사실적인 주식 게임은 굉장히 드물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을 겁니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에는 대가가 있는 법. 18시리즈에는 큰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긴 게임 시간입니다.

 

18시리즈는 게임이 오래걸리기로 악명이 높다

18시리즈는 게임 시간이 얼마나 길까요?

 

그나마 시간이 짧다고 알려진 1889가 210분, 3시간 30분이 걸립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1862도 짧은 편이라고 하는데 3~4시간 정도 걸립니다. 제가 해본 가장 긴 18시리즈는 1817이었는데, 6~9시간이 걸립니다. 무시무시하죠? 그래서 많은 보드게이머들에게 "그 시간에 차라리 다른 전략 게임 2~3개를 하겠다"라는 놀림을 받습니다. 흑흑..

 

보드게임긱에 등록된 1889, 1862, 1817의 게임 시간들

전 보드게임에서 게임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를 3가지로 봅니다.

 

1. 게임이 불편한 경우

2. 장고를 유발하는 게임 구조

3. 게임 참가자의 행동이 많은 경우

 

안타깝게도 18시리즈는 이 3가지 모두에 해당됩니다. 경영 때 배당금 계산과 분배가 불편하며, 앞 사람의 행동이 뒷 사람 전략을 크게 바꾸기 때문에 장고가 발생하기 쉽고, 전체적으로 게임에 행동 횟수가 많습니다.

 

사실 1번과 2번은 다른 무거운 전략 게임에서도 종종 발생한다고 변명할 수 있습니다만, 3번은 18시리즈에서만 등장하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18시리즈는 보통 아래와 같이 진행됩니다. 

 

18시리즈의 게임 진행, 주식 라운드와 경영 라운드

주식 라운드에는 참가자들이 주식 행동을 하고, 경영 라운드에는 모든 회사가 운영을 합니다. 이 두 라운드를 번갈아서 반복하는게 18시리즈 게임 진행입니다. 

 

주식 라운드에는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면서 주식을 사거나 팝니다. 이 주식 라운드는 언제 끝나는가? 모두가 "연속으로 패스"해야 끝납니다. 한 번 패스했다가도 내 턴이 돌아오면, 다시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주식을 사거나 파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유만큼 주식 라운드가 언제 끝날지 예측하기 힘들죠.

 

경영 라운드는 한층 더 끔찍합니다. 경영 라운드에는 각 회사마다 턴을 진행하는데, 회사마다 보통 4단계를 수행합니다.

철도를 깔고, 기차를 운행하고, 수익을 배당하고, 기차를 구매합니다. 이걸 모든 회사가 다 해야 합니다. 

 

자, 그럼 회사가 몇 개일까요? 

 

1817에는 20개의 회사가 있다 (출처: 보드게임긱)

대부분의 18시리즈는 게임 중반 이후, 참가자마다 2개 이상의 회사를 경영하게 됩니다. 4명이 게임을 했다면, 8개 이상의 회사가 있는 거죠. 그 8개의 회사가 모두 위의 4단계를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가겠습니까?

 

만약 8개 회사의 경영이 서로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그래도 행복할 겁니다. 뒷 사람들이 미리 계획해두고, 자기 차례에 빠르게 진행하면 되니까요. 그러나 그렇게 게임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1830 게임 장면 (출처: 보드게임긱)

회사의 경영에서 철도 깔기와 기차 구매하기는 다른 회사들의 전략에 매우 큰 영향을 줍니다. 철도 깔기는 게임판 형태를 바꾸는 것이고, 기차 구매는 시대를 바꿀 수 있거든요.

 

즉, 앞 회사의 선택이 뒷 회사의 전략을 바꾸게 만듭니다. 앞서 이야기한 게임 시간이 늘어나는 2번째 경우, 장고를 유발하는 게임 구조입니다. 물론 매 턴마다 이런 장고 유발 상황이 발생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가뜩이나 많은 회사들이 턴을 진행해야 하는데, 그 턴을 종종 길어지게 하는 요소가 있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죠.

 

어떤가요, 읽기만 했을 뿐인데 하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지셨나요? 괜찮습니다. 우리에겐 감사하게도 18릴리퍼트가 있습니다!

 

드디어 본론, 18릴리퍼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8릴리퍼트 한글판 상자

18릴리퍼트는 독특한 방식으로 게임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게임에서 행동 기회 자체를 대폭 줄여버렸습니다.

 

더 이상 매 주식 라운드마다 마음껏 주식을 구매하고 팔 수 없습니다.

더 이상 매 경영 라운드마다 각 회사가 마음껏 철도를 깔 수 없습니다.

더 이상 매 경영 라운드마다 각 회사가 마음껏 기차를 살 수 없습니다.

 

18릴리퍼트는 주식 라운드와 경영 라운드를 행동 라운드로 통합해버렸습니다. 그리고 모든 참가자에게 행동 라운드마다 딱 2번의 행동만 하도록 했죠.

 

18릴리퍼트의 10가지 행동 카드

행동 카드는 총 10가지가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선부터 돌아가면서 행동 카드 1장을 가져가면서 해당 행동을 합니다. 그렇게 모두 한 번씩 행동하면, 이제는 반대로 꼴지부터 역순으로 한 번 더 카드를 가져가며 행동합니다. 원하는 행동을 순서대로 골라가는, 액션 드래프팅 시스템이죠.

 

이렇게 행동이 끝나면, 각 회사들은 기차를 운행하는 운행 라운드가 진행됩니다. 운행 라운드에는 철도가 새로 깔리지도 않고, 시대가 중간에 바뀌지도 않습니다. 즉, 앞 회사의 운행이 다른 회사 운행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 겁니다. 덕분에 뒷 사람들이 미리 자신의 계획을 준비해둘 수 있습니다. 장고 요소를 없에버렸죠.

 

그 운행 계획도 훨씬 빠르게 결정할 수 있습니다. 기존 18시리즈와 다르게 사각 타일을 사용하면서 철도길 구조가 단순해졌기 때문입니다. 보다 직관적이고,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기차 운행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18릴리퍼트는 사각 타일을 사용한다

이렇게 18릴리퍼트는 행동을 극도로 제한시키면서, 게임 시간을 대폭 축소시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행동 제한이, 게임의 중요한 전략적 선택을 행동 선택에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기존 18시리즈는 우리에게 모든 도구를 손에 쥐어주고, "자, 최고가 되는 방법을 찾아보렴"이라 물어보는 게임입니다. 반면 18릴리퍼트는 모든 도구를 진열해두고, "자, 최고가 될 수 있는 도구 2개만 골라보렴"이라고 물어보는 게임인거죠.

 

그래서 18시리즈의 자유로움을 즐기던 사람에겐 18릴리퍼트가 매우 낯설고 손발이 묶인 느낌이 듭니다. 그 때문에 이게 18시리즈인지 유로 게임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도 있더군요. 저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18릴리퍼트는 "18시리즈의 탈을 쓴 유로 게임"입니다.

 

유로 전략 게이머들에게 이런 행동 제한은 오히려 친숙합니다. 너무 익숙한 빡빡함이거든요.

 

아그리콜라의 게임 장면 (출처: 보드게임긱)

아그리콜라 같은 일꾼 놓기 게임만 해도, 우리는 일꾼 수만큼 행동할 수 있었죠. 우리가 언제부터 하고 싶은 행동을 다 하고 살았습니까? 현실에서도 게임에서도 말이죠. (흑흑... 다하고 싶다)

 

빡빡함 속에서 다른 사람을 견제하고, 내 이익을 최대로 하는 선택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것. 그게 유로 전략 게임의 맛이죠. 그래서 유로 전략 게임이 익숙한 사람들에게 18릴리퍼트가 친근하게 느껴질 겁니다.

 

18릴리퍼트 게임 장면

자, 기존 18시리즈와 비교는 이정도면 충분하니, 이제 18릴리퍼트의 매력에 대해 말해봅시다.

 

우선 게임이 재밌느냐?

 

네, 재밌습니다. 제가 18시리즈에서 느꼈던 내 회사를 경영하는 기분과 주식 투자의 맛을 여전히 만끽할 수 있습니다.

 

내 회사란, 내가 주식 50% 이상 가지고 있는 회사입니다. 회사 경영을 잘하면, 그만큼 나에게 이익이 돌아오죠. 회사가 큰 수익을 내서 배당을 하면, 그 수익 대부분이 회사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나에게 들어옵니다. 동시에 회사 주가도 올라가죠.

 

이 게임의 승자는 돈을 가장 많이 번 사람입니다. 따라서 내 회사 경영을 잘해야 게임에서 이길 수 있죠.

 

내 회사가 남보다 10원이라도 큰 수익을 벌게 하는 것, 그게 이 게임의 기본 전략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가지 노력이 필요합니다. 

 

초기 회사와 캐릭터의 특수 능력 활용이 그 중 하나죠.

 

초기 회사, 릴리퍼트 국영 철도

예를 들면, 노란색 릴리퍼트 국영 철도는 다른 회사들과 다르게 처음에 기차 2대로 시작합니다. 남들 기차 1개를 사용할 때, 2개를 사용할 수 있으니 매우 유리한 조건이죠. 그러나 초반에 이 기차 2대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철도길을 깔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겠죠.

 

따라서 이 회사를 소유한 사람은 첫 행동으로 철도 놓기 행동을 하고 싶을 겁니다. 특히 한 번에 2개의 철도를 놓을 수 있는 행동 카드가 탐나겠죠.

 

철도를 2개 놓을 수 있게 해주는 행동 카드

캐릭터 중에는 림녹 장군이나 발푸스 대법관이 이 회사와 잘 어울릴 수 있습니다. 이 두 캐릭터는 고수익 특수 타일을 추가로 깔 수 있게 해주거든요. 

 

대법관과 장군, 그리고 그들의 특수 타일

반대로 플림냅 재무 장관은 초반보다 후반에 능력을 발휘합니다. 게임 중 후반에 큰 돈을 보충받는 능력과 후반용 특수 타일을 가지고 있죠.

 

재무 장관 캐릭터와 특수 타일

이런 점에서 재무 장관은 빨간색 밀덴도 철도 회사가 어울릴지 모릅니다. 빨간 회사는 다른 회사보다 시작 주가가 1칸 높거든요.

 

주가 55에서 시작하는 밀덴도 철도

처음에는 주가 한 칸 차이가 5원이지만, 게임 후반에는 한 칸 차이가 15원까지 벌어집니다. 모두 초기 회사 주식 5장(50%)을 갖고 시작하므로, 게임 후반에는 남들보다 75원 더 유리함이 있는 회사죠. 물론 회사 주가를 열심히 잘 올렸을 경우입니다. 

 

앞에서 회사를 열심히 성장시켜야 한다고 말했지만, 동시에 우리 개인의 돈도 중요합니다. 18시리즈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 규칙은, 회사의 돈과 개인의 돈을 엄격히 구분한다는 점입니다.

 

18시리즈에서는 개인의 돈과 회사의 돈을 엄격히 구분한다

회사는 점점 성장하는데, 나의 돈이 부족해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성장하는 내 회사 주식을 내가 구입할 돈이 없게 되면 얼마나 슬픕니까. 이걸 다른 사람들이 사게 됩니다. 

 

18릴리퍼트에서는 내 회사를 남에게 뺏기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회사에서 흘러나오는 꿀을 같이 먹고자 빨대를 꽂을 수는 있습니다. 그 회사 주식을 사는거죠.

 

내 회사보다 좋은 회사가 눈에 보인다면, 그 회사 주식을 사면 됩니다. 꼭 내 회사 주식만 보유할 필요가 없거든요. 다만, 주식을 사려면 "개인 돈"과 "주식 구매 행동"이 필요합니다.

 

주식 행동 카드

앞서 말했지만 18릴리퍼트에서는 라운드마다 행동이 2번 뿐입니다. 만약 내가 주식을 구매하는 행동을 한다면, 그만큼 내 회사를 성장시키는 행동을 못하겠죠. 어느 쪽이 나에게 더 이익이 될지 판단해야 합니다. 이 판단이 게임의 실력을 좌우하죠.

 

개인 돈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2번째 회사 때문입니다. 게임 중반이 되면, 각자 2번째 회사를 무조건 만들게 됩니다.

 

18릴리퍼트의 2번째 회사들

2번째 회사는 별다른 능력이 없지만, 더 중요한 특징이 있습니다. 회사의 시작 주가와 자금을 내가 정한다는 점입니다. 회사의 자금은 당연히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래야 비싼 고급 기차를 사서 좋은 수익을 내니까요. 게임 후반 기차들은 매우 비쌉니다.

 

18릴리퍼트의 6가지 기차

이 2번째 회사를 언제 어떻게 만드냐는 게임의 승부를 가를 수 있습니다. 

 

만약 너무 빨리 2번째 회사를 만들면, 시작 자금이 적어서 후반에 좋은 기차를 못 사게 됩니다. 반대로 너무 늦게 만들면, 좋은 기차가 있어도 이를 써먹을 좋은 위치가 남아있지 않겠죠.

 

18릴리퍼트 게임 시작 장면

이렇듯 18릴리퍼트는 게임의 속도감도 빠르면서 동시에 상황이 계속 변화합니다.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계획도 챙겨야 하는 훌륭한 전략 게임이죠. 

 

물론 초보자가 숙련자를 이기긴 여전히 어렵습니다. 숙련자는 매 행동마다 초보자보다 유리한 선택을 할 것입니다. 운이 없는 게임이라면, 그 행동 기회만큼 숙련자가 유리해지죠. 기존 18시리즈는 행동 기회가 매우 많은 게임이었습니다. 그래서 숙련자가 초보자를 상대로 거의 압도할 수 있었죠.

 

매 라운드, 2번만 행동할 수 있는 18릴리퍼트

그러나 18릴리퍼트는 매 라운드 행동을 2번으로 제한했습니다. 그 덕분에 초보와 숙련자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습니다. 이는 선두와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후발 주자에게 역전의 기회를 주고 있다는 뜻이죠. 이런 역전 가능성은 훌륭한 전략 게임의 필수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전략 게임이 갖추어야 하는 또 다른 덕목은 리플레이성 입니다. 18릴리퍼트는 리플레이성이 어떨까요?

 

저는 리플레이성이 충분히 높다고 생각합니다. 기본 게임 자체만으로 충분히 변화가 많고, 매 게임마다 양상이 달라집니다. 인원에 따라서 재미는 유지되면서, 게임 전략이 달라집니다. 아주 훌륭하죠.

 

뿐만 아니라, 확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변형 규칙이 3가지나 들어 있습니다.

 

첫 번째 변형 규칙은 고속 철도 규칙입니다. 

 

고속 철도 변형 규칙용 타일

이 규칙은 게임 후반, 갈색 도시 여러 곳을 기차로 한 번에 지나가면 추가 수익을 주는 변형 규칙입니다. 게임을 아주 크게 바꾸지는 않지만, 후반 역전의 발판이 될 가능성이 하나 늘어난 겁니다. 

 

두 번째 변형 규칙은 라퓨타 입니다. 이 규칙은 훨씬 흥미롭습니다.

 

라퓨타 변형 규칙용 타일

라퓨타 변형 규칙을 사용하면, 게임 후반 갈색 도시를 놓을 때, 철도 하나가 특정 회사만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독점 루트죠. 게임 후반에 고수익 도시의 루트 하나를 남들이 이용하지 못하게 막는 용도 입니다. 게임 후반 양상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재밌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세 번째 변형 규칙은 "반배당 규칙"입니다.

 

반배당 변형 규칙(브라브딩내그)에 사용하는 타일은 수익이 조금씩 크다

기본 규칙에서는 회사가 수익을 내면, 이를 배당하거나 배당하지 않거나 선택해야 합니다. 배당을 하면 수익을 모두 주식 보유자들에게 나눠주게 되고, 주가가 오릅니다. 배당하지 않는다면 수익이 모두 회사 자금으로 들어가며 주가가 내려갑니다.

 

18릴리퍼트를 하다보면, 배당도 하고 싶은데 회사 자금도 채우고 싶어집니다. 회사가 돈이 없으면 새로운 기차를 살 수 없기 때문이죠. 반배당 규칙은 이를 동시에 하게 해줍니다.

 

반배당을 하면 수익의 절반은 회사 자금에 넣고, 절반은 주주들에게 나눠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회사 자금이 꾸준히 늘어나게 해주는 규칙입니다. 당연히 기차 구매가 더 쉬워지면서 게임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겠죠.

 

이런 변형 규칙들이 게임의 전략들에 영향을 주면서, 게임을 새로운 느낌으로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미니 확장 3종 세트라고 전 생각합니다.

 

그리고 18릴리퍼트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게임 지도까지 플레이어들이 만들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초기 지도를 만들어주는 시나리오 타일들

이 게임은 원래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타일을 놓아가며 진행됩니다. 하지만 시나리오 타일을 사용하면, 게임 초기 환경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기본 게임에서 아무리 캐릭터와 회사 능력이 있다해도, 수십 판 하다보면 게임 초반 철도길이 형성되는 특정 패턴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 고착화를 막아주는게 이 시나리오 타일입니다. 유저들이 직접 원하는데로 만들 수 있는 보드판을 준 것과 다름없습니다. 

 

디자이너 로니(Lonny)는 어떻게 초기 지도를 만들지 모르겠는 사람들을 위해서, 곧장 사용할 수 있는 4가지 예제 시나리오를 규칙서에 넣어줬습니다. 이 예제들을 참고해서 사람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면 어떻게 될지 상상해봅니다.

 

규칙서에 있는 예제 시나리오

18릴리퍼트에 대해서 아직도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이미 글이 너무 길어진 것 같아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요약해보면, 저는 18릴리퍼트가 훌륭한 18시리즈 입문 게임이며, 동시에 훌륭한 유로 전략 게임이라 생각합니다.

18시리즈 입문으로 훌륭한 이유는 5가지 입니다.

  1. 게임 시간이 상당히 단축되었다.
  2. 유로 전략에 가까워졌다.
  3. 초보자에게 상당히 너그러워졌다.
  4. 1인플과 2인플도 상당히 괜찮다.
  5. 가격이 저렴하다. (한글판 특가 한정)

솔직히 5번이 너무 강력합니다. 이정도 게임성과 리플레이성을 가진 2시간 이상의 전략 게임이 24,000원도 안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가격이 너무 깡패입니다... (MTS 사장님 제정신입니까?) 제가 왠만해선 게임을 무작정 구매하라는 말 안하는데, 이 가격은... 여러분 18릴리퍼트 사세요. 사놓고 안뜯어도 먼가 손해가 아닐 것 같은 느낌입니다.

 

18릴리퍼트 하세요, 두 번 하세요

지난 금요일 제 유튜브 라이브에서 한 분이 던진 질문에 답하면서 글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다른 18시리즈를 즐기는 사람에게도 18릴리퍼트가 재밌나요?"

 

이는 18릴리퍼트가 "입문용"일 뿐, 다른 18시리즈보다 재미 없는 하위 호환인지 물어보는 질문이죠. 제 대답은 재밌다! 입니다.

 

저는 18릴리퍼트는 그 자체로 매우 재밌으며, 동시에 아주 유니크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18릴리퍼트와 비슷한 18시리즈 게임을 본 적이 없습니다. 반대로 18릴리퍼트와 비슷한 유로 게임도 본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하위 호환은 절대 아닙니다.

 

이상, 레이지니 였습니다.

 

※ 아래는 18릴리퍼트를 처음 하는 분들을 위한 제 개인적인 조언입니다.

  • 테이블 공간은 많이 차지합니다. 넓은 곳에서 하세요.
  • 종이돈과 기록지 사용하지 마시고, 포커칩을 사용하세요. 직관성과 게임 시간을 줄여줄 겁니다.
  • 첫 플레이라면 4인보다는 2인 혹은 1인으로 하세요. 아무리 시간이 단축되었어도, 사람이 적을 수록 게임 시간이 짧습니다.

※ 규칙서 보충 하나

규칙서 14쪽, "숙련된 플레이어를 위한 변형 규칙"에서 기차 운용 단계 시작 전에 기차 카드 더미에서 맨 위 기차 카드를 제거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는 기본 규칙에서는 "관리 단계"에서 진행하는 기차 카드 제거를, "기차 운용 단계" 직전으로 변경하라는 의미입니다. 혹시 헷갈리는 분이 계실까봐 남겨둡니다. (출처: 보드게임긱 https://www.boardgamegeek.com/thread/2233295/article/32398152#32398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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