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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비트박스

 

이 글은 행복한 바오밥에서 보내주신 한글판 "8비트박스"를 받아서 플레이하고 적은 리뷰입니다. 게임을 제공해주신 행복한 바오밥에 감사 드립니다.

 


 

8비트 박스는 이름 그대로 고전 게임기를 테마로 한 게임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패밀리와 슈퍼패미콤을 즐겼고, 486 컴퓨터로 도트 그래픽의 게임을 즐기던 저에게는 추억을 떠올리게 해줍니다. 8비트박스는 기본적으로 3가지 게임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들이 모두에서 예전에 해본 게임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우선 구성은, 본체에 해당하는 패드와 주사위들, 그리고 큐브들이 있습니다. 박스 내부 디자인이 마치 예전 게임기 같은 디자인으로 되어있어서 정겹습니다. 그리고 작은 상자로 3가지 게임이 들어있는데, 나중에 확장이 나올 걸 염두에 두고 있는 구성입니다. 마치 게임기 본체 하나로 게임팩만 여러개 구매해서 즐기던 시절이 연상됩니다.

 

 

3가지 게임 모두, 기본적으로는 조이패드 같은 컨트롤러를 사용합니다. 사실 컨트롤러라고 하는건 디자인이고, 실제 역할은 비공개 선택입니다. 회전판 3개를 가지고 선택하게 해주는 역할입니다. 이 컨트롤러는 두꺼운 컴포로 상당히 튼튼해보입니다.

 

 

픽소이드 (3~4명)

 

오래전 팩맨이 떠오르는 게임입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도망치는 역할을 맡고, 나머지는 한 팀으로 악당이 되어서 도망치는 사람을 잡습니다. 모두 각자 자기가 이동하고 싶은 방향과 이동할 칸 수를 정하고 동시에 공개하는 방식입니다. 도망자는 최대한 오랫동안 잡히지 않고 도망칠 수록 점수를 많이 얻고, 악당들은 빨리 잡을 수록 점수를 많이 얻습니다.

 

이 게임의 장점은 간단한 규칙으로 5분 안에 설명이 가능하고, 간단한 눈치 게임이랄까요. 가볍게 짧은 시간 즐기기 좋습니다. 중간에 악당들의 포위망으로부터 도망치는게 중요합니다. 중간중간 보너스 큐브는 맛있어보이지만, 구석으로 몰리면 도망치기 어려워져서 계륵 같습니다. 상대 움직임을 예측하고 그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이 게임의 포인트입니다.

 

단점이라면, 규칙상 모든 플레이어가 한 번씩 도망자를 하게 되는데,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4인이 하게 되면, 비슷한 게임을 4번 하게 되거든요. 비록 맵이 조립형이라 변화를 줄 수 있지만, 게임의 큰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라 반복할 수록 루즈해지더군요. 개인적으로 1~2번 정도가 적당한 거 같습니다. 룰 북 내에 있는 짧은 게임 규칙이 그런 것을 고려해둔 규칙 같았습니다.

 

 

아웃스피드 (3~6인)

 

이 게임은 레이싱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 포함된 3개의 게임 중에서 가장 괜찮다고 생각한 게임입니다. 모두 연료를 동일하게 갖고 시작하고, 13번의 경로를 지나는 동안 상대 차보다 앞서가야 합니다. 동시에 연료가 떨어지거나 1등과의 격차가 너무 벌어지면 리타이어가 되버리니 조심해야 합니다.

 

레이싱 게임이지만, 사실 레이싱보다는 "갈림길 선택"에 가깝습니다. 각자 패드에서 2~3개의 선택지 중에서 원하는 길을 고르고 동시에 공개하는 방식입니다. 경로 타일에는 각 길을 지나가려면 필요한 비용(연료)와 지나가면 얻게 되는 해택들이 나와있습니다.

 

경로 타일마다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방식으로 서로의 눈치를 보게 만들어두었습니다. 한 쪽 길에 사람들이 몰리면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유리해지도록 비용과 해택들을 서로 엮이게 해놨더군요. 이 점이 앞서 픽소이드보다 좀 낫다고 생각한 점이었습니다. 픽소이드에서는 선택지가 발생했을 때, 둘 중에 아무거나 찍을 수 밖에 없는 경우가 계속 발생했습니다. 상대방과 선택이 어긋나기만 바라면서요.

 

반면 아웃스피드는 서로의 얼마나 연료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아이템이 있는지, 현재 위치가 어디인지 등이 최소한 상대방의 행동을 추측할 수 있게 해주는 정보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그래서 선택 결과를 보면서 서로 이야기를 할 수 있죠. "와, 쟤 욕심 봐라~"라던가, "그렇지, 무조건 앞으로 갈 줄 알았어"라는 식으로요.

 

게임에서 가장 즐거움을 주는 것은 아이템이었습니다. 턴 시작할 때 각자 아이템을 원한다면 1개씩 사용할 수 있는데, 이 아이템들이 마치 카트라이더에서 사용하는 아이템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부스터라던지, 자기장이라던지, 상대방을 뒤로 끌어당기는 등.. 13번의 선택을 해가면서 아이템을 얻을 기회가 최대 8~9번 정도 있어서 누구나 여러번 아이템을 획득하고 원할 때 쓸 수 있었습니다. 언제 아이템을 사용할지를 고민하는게, 이 게임에서 가장 전략적인 선택 같았습니다.

 

 

스타디움 (4인/6인 팀전)

 

스타디움은 마치 오래전 열혈 시리즈나 올림픽 게임을 연상시키는 스포츠 경기 테마의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은 운동 종목 마다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이 팀에게 점수를 주며, 모든 종목을 끝내고 가장 높은 점수를 가진 팀이 승리합니다.

 

테마는 마음에 들었지만, 종목이 너무 많았습니다. 16개의 종목을 모두 거쳐야 합니다. 각 종목마다 진행 시간이 오래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진행 규칙이 다르기 때문에, 규칙을 매번 설명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게임의 속도감이나 몰입감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비록 아이콘이 상당히 잘 되어 있기는 했으나, 첫 플에는 게임 속도를 높이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게임이 기본적으로 비공개 경매 방식입니다. 각자 자기 선수를 하나 씩 갖고, 선수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서로 얼마나 사용할지 비교해서 이기는 방식입니다. 종목마다 그 규칙을 각 스포츠에 맞게 요리 조리 변형시켜놓았습니다만, 16개의 종목을 하다보면 결국 비슷비슷하게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앞선 두 게임에 비해 주사위 운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이는 전략적인 선택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꽤 싫어할 수준이었습니다. 

 

 

재미난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추억을 느끼게 해주는 게임이라는 점과 한 번에 3개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 추가 게임이 나오면, 게임팩만 사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8비트박스의 장점이었습니다. 나아가서 어쩌면 유저 커스텀 게임도 제작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단점이라면, 이 본체 컴포인 컨트롤러를 사용하는 방식이 "비공개 경매"라는 한 가지 방법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태생 자체의 한계인데, 이로 인해서 게임들의 "메카니즘"이 다양해지는게 어려웠습니다. 결국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그 "컨트롤러" 속에서만 묶여 있습니다. 본판에 포함된 3개의 게임 외에 확장 게임팩이 나온다면,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궁금하네요. 

 

결론적으로 전략 게이머들에게는 추천하기는 힘든 게임이지만, 아날로그 게임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끼리 가볍게 웃고 떠들면서 가끔 즐길만한 패밀리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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