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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CEBImagery


"자본주의의 절묘한 시스템은 더 많이 일하면, 더 높은 성과를 인정받고, 더 많은 보상을 얻는다. 그렇게 하라고 시킨 사람도 없건만 나의 자유의지로 죽도록 일하고, 그 결과로 죽을 만큼 피로해진다. 나는 과연 주인인가, 노예인가?"


- 한병철, "피로 사회"


저 책에서 저자가 지적하는 바는, 과거에는 "타인"에 의한 착취가 주로 이루어졌는데, 현대"자기 자신"에 의한 착취가 많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상당히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하며, 문득 이런 "자기 자신"에 의한 착취를 만들어내는 '원리'는 어디서 생겨났는지 생각해봤습니다.


저는 "자기 자신에 의한 착취"의 근거들을 상당 부분 제공해주는 곳이 "심리학"이라 생각합니다. 이전에 읽었던 "심리학은 아이들의 편인가?"라는 책의 영향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인간을 수동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인간을 연구한 결과를 산업 전반에서 이용하는 것에 대한 평소 저의 비판적인 입장 때문이기도 합니다.


20세기 이후에 과학이 인류에게 자연과 물질을 더욱 깊이 이해 할 수 있게 해주었듯이, 심리학은 인류가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한 단계 나아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이런 과학적 진전 덕분에 자연과 물질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강력한 기술들이 생겨났고, 그 덕분에 인류의 삶은 편리해졌고 전 세계를 소통하게도 만들었지만, 동시에 우리는 전 세계를 손쉽게 멸망시키는 무기도 만들어 버렸습니다.


Photo by Malinda Rathnayake


심리학도 이와 마찬가지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인간의 정신과 마음을 치료하는 효과적인 방법들을 알아가고 있지만, 동시에 인간을 손쉽게 망가뜨리거나 이용하는 방법들도 알아낸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심리상담 계에서는 "상담자의 윤리"를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학계에서는 상담자가 내담자를 자신의 욕구충족을 위해 착취하는 것에 매우 엄중하게 징계합니다. 그들은 이런 비윤리적인 행위가 심리학계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업과 국가들이 이와 같은 윤리를 중요시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더 나아가서, 이 같은 윤리를 지키지 않으면 기업 혹은 국가, 나아가서 인류 전체가 위험해진다는 사실을 인지나 하고 있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최소한 우리라도 인지해야 하겠죠.;


생뚱맞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영화 "스파이더맨"의 유명한 대사가 떠오릅니다.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커다란 힘에는 커다란 책임이 따른다.

- 영화, "스파이더맨"


한 개인의 차원에서가 아닌, 인간 전체의 관점에서, 과학과 심리학이라는 인류가 쌓아온 지적인 능력은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라는 사실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2015.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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