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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게임을 거의 못하고 있습니다. 모임을 가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하지 못해도 여자친구랑은 꾸준히 게임을 해왔었는데 그나마도 요샌 못 하고 있어요. 둘 다 바쁘거든요.

게임을 하고 싶은 염원을 담아 오랜만에 리뷰를 씁니다. 방주에 탈 동물들입니다.



이름 : Animals on Board #32

디자이너 : Wolfgang Sentker, Ralf zur Linde

제작년도 : 2016

인원 : 2-4인

연령 : 8세 이상

시간 : 15-30분

분류 : 나누고 고르기, 셋 컬렉션

보드게임긱 순위 : 1609 (2016/11 기준)


방주에 탈 동물들은 성경에서 나오는 노아의 방주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게임입니다. 성경에 따르면 여호와가 타락한 인간들에게 분노하여 홍수로 전세계를 쓸어버리려 하는데, 그 중 가장 의로운 자였던 노아에게 커다란 방주를 만들어 전세계의 동물을 한 쌍씩 태우도록 명령을 하게 됩니다. 노아는 이를 충실히 이행하여 방주에 동물들을 태웠고, 홍수가 끝난 후 그들이 정화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합니다.

이 게임은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약간 비틀었는데, 플레이어들이 동물들을 열심히 모으고 나면 정확히 두 마리만 있는 동물을 노아가 가져간다는 설정입니다. 즉 이 게임에선 노아가 나쁜(?) 사람인 것이지요.



플레이어들은 방주 하나를 받고, 플레이어 수에 맞게 사용할 동물을 고릅니다. 2인 게임에선 총 8종류의 동물을 골라, 그 타일들을 섞어 뒷면이 위로 오도록 쌓습니다. 한 종류의 동물 당 숫자 1부터 5까지의 총 5개의 타일이 있습니다.

이후 플레이어들은 타일 3개를 가져와 하나를 고르고, 나머지 2개를 공개하여 바닥에 놓습니다. 이후 타일 더미에서 특정 수만큼의 타일을 가져와 공용 공간에 둡니다. 2인 게임에서는 총 8개의 공개된 타일과 1개의 숨겨진 타일이 바닥에 놓여 있어야 합니다. 이들 타일은 라운드 시작마다 정해진 개수만큼 채워 한 묶음으로 둡니다.

플레이어들은 음식 토큰을 하나씩 받은 후, 선 플레이어부터 게임을 시작합니다.



플레이어는 자기 턴에 2가지 행동 중 하나를 할 수 있습니다.

1. 나누기 : 한 묶음으로 된 타일을 둘로 나눕니다. 한 묶음엔 최소 1개 이상의 타일이 포함되어야 하고, 반드시 두 묶음이 되도록 나눠야 합니다. 그 외에는 몇 개씩 묶어서 놓건 제한이 없습니다. 이 행동을 했다면 음식 토큰을 하나 받습니다.

음식 토큰은 최대 5개까지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며, 음식 토큰이 5개 있을 때 이 행동을 했다면 반대로 음식 토큰 하나를 버려야 합니다.

2. 가져오기 : 한 묶음을 모두 가져와 내 방주에 놓습니다. 이 때 가져오는 타일의 개수만큼 음식 토큰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 행동을 한 뒤엔 방주에 깃발을 꼽아 이번 라운드의 행동을 종료함을 표시합니다.

맨 먼저 가져오기 행동을 한 사람이 다음 라운드의 선 플레이어가 됩니다.


둘 중 하나의 행동을 한 후엔 다음 플레이어의 턴이 되며, 돌아가면서 타일들을 나누거나 가져오게 됩니다. 모든 플레이어들이 가져오기 행동을 하여 한 플레이어만 남았다면, 그 플레이어가 둘 중 하나의 행동을 한 후 라운드가 종료됩니다.

라운드가 종료되면 다시 바닥의 타일을 인원 수에 맞게 채운 다음, 새로 정해진 선 플레이어부터 이를 반복합니다.



어떤 플레이어가 10개 이상의 타일을 모아 방주에 놓게 되면 게임 종료가 선언되고, 그 라운드까지 진행한 후 점수 계산에 들어갑니다.

타일을 10개 이상 가져간 플레이어는 타일을 10개까지 남겨놓습니다.

이후 정확히 2마리만 모인 종류의 동물 타일들은 모두 버립니다.

1마리씩 있는 종류의 동물 타일은 적힌 숫자만큼의 점수를 받습니다.

3마리 이상 모인 종류의 동물 타일들은 각각 5점의 점수를 받습니다.

가장 높은 점수의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방주에 탈 동물들은 여러 보드 게임에서 간간히 보이는 '케이크 공평하게 나누기'를 활용한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하나의 묶음을 둘로 나눌 때 두 가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내가 가져왔을 때 이득이 되는 묶음을 만들면서도, 그 묶음을 상대방이 가져가거나 나누지 않아야 하지요.

노아가 한 쌍의 동물은 죄다 가져가버린다는 룰과, 바닥의 깔린 타일 중 하나는 비공개라는 룰은 이 '케이크 나누기'의 좋은 양념입니다. 플레이어들은 같은 동물을 2마리 모으기를 꺼려하면서도, 셋 이상 모으면 점수가 높아진다는 점 때문에 간간히 2마리씩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이 동물이 끝까지 등장하지 않을까봐, 또는 기껏 나눠놓은 그 동물을 상대방이 가져갈까봐 플레이어들은 걱정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긴장감이 유지됩니다.

그 와중에 비공개 타일을 가져왔을 때 그 타일이 하필 원래 가지고 있던 동물일 땐 빵 터지게 됩니다. 생각보다 이런 상황이 자주 나옵니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비튼 발칙한 테마도 참 마음에 듭니다. 이러한 뒷이야기는 설명을 듣는 입장에서 룰을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주지요. 종교색이 심하게 드러나는 게임도 아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습니다.

귀여운 동물들이 그려진 아트웍과 컴포넌트 역시 훌륭합니다. 타일도 두껍고요. 특히 동물 타일을 싣을 수 있도록 카드보드로 '방주'를 만들도록 한 아이디어는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이런 사소한 디테일이 게임에 대한 인상을 바꾸기도 하니까요.



다만 이 게임은 가족 게임임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가볍습니다. 특히 초반 몇 턴은 꽤나 무의미하게 흘러갑니다. 내가 원하는 타일과 원하지 않는 타일이 분명한 중반부터는 매 선택이 중요하지만, 초반엔 가진 타일도 적고 음식 토큰도 하나밖에 없어서 묶음을 어떻게 나누건 큰 영향이 없습니다.

게임의 무게에 비해 잔룰도 좀 있습니다. 가장 이상한 부분은 음식 토큰이 5개일 때 나누기 행동을 하면 음식 토큰을 얻는 대신 하나 버려야 한다는 규칙일 것입니다. 저는 이런 '룰을 위한 룰'을 정말 싫어합니다. 물론 나누기만 하면서 음식 토큰을 모았다가 한번에 큰 묶음을 먹는 플레이를 방지하려는건 이해가 됩니다만, 너무 인위적이라 와닿질 않거든요. 차라리 음식 토큰 수의 제한을 5개로 둔다던지 하는건 어땠을까 싶어요.

2인으로 플레이해도 나쁘진 않은데, 아무래도 2인 전용 게임들보다는 좀 아쉽더군요. 다인 게임에선 내가 나눠놓은 묶음이 쪼개질 확률이 높아서 서로의 계획이 망가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는데, 2인에서는 한 턴만 버티면 내가 나눠놓은 묶음을 가져올 수 있어 그 긴장감이 덜합니다.



여자친구야 동물을 사랑하고 노아의 방주 테마도 재밌어 했기에 즐겁게 했습니다만, 제가 기대한만큼 재밌진 않아 아쉬운 게임이었습니다. 그래도 동물들이 귀엽고, 컴포넌트 퀄리티가 좋고, 중간 중간 흥미로운 순간들이 있어 종종 하게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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