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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여자친구는 제 가장 중요한 보드 게임 파트너 중 한 명입니다. 물론 아직 전략 게임은 스톤 에이지, 뤄양의 사람들밖엔 해본 적이 없고, 쿼드로폴리스 정도의 깊이만 되어도 조금 버거워하지만, 룰이 간단하면서도 재미있는 게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따라서 제가 보드 게임을 구입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게이머들과 할 게임, 그리고 여자친구와 할 게임이죠.

킥스타터에서 나비 정원이라는 게임을 보자마자 이건 두 번째 이유 때문에 펀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디자이너가 비블리오스의 스티브 핀이었고, 룰이 간단해 보였으며, 무엇보다 카드가 너무 이뻤거든요.



이름 : The Butterfly Garden #40

디자이너 : Steve Finn

제작년도 : 2016

인원 : 2-6인

연령 : 8세 이상

시간 : 20-40분

분류 : 핸드 관리, 동시 액션 선택, 셋 컬렉션

보드게임긱 순위 : 4329 (2016/10 기준)


나비 정원에서 플레이어들은 나비를 잡아 병에 모은 후, 나비 정원에 풀어주어 그 곳을 이쁘게 꾸며야 합니다.

플레이어들은 룰이 간략하게 적힌 타일 2개와 나비 카드 3장을 받습니다. 나비 카드는 플레이어 수만큼, 배달 카드는 플레이어 수보다 하나 적게 공개하여 바닥에 놓습니다. 2인 게임에선 배달 카드도 2장을 공개하되, 각 플레이어 앞에 하나씩 둡니다.

플레이어들은 카드를 한 장씩 몰래 고릅니다. 모두 준비가 되었으면 동시에 자신이 고른 카드를 공개합니다.



가장 낮은 숫자의 나비 카드를 낸 플레이어부터 다음의 순서대로 라운드를 진행합니다.

1. 바닥에 공개된 나비 카드 한 장을 손으로 가져옵니다.

카드 한 장을 내려놓고 한 장을 가져오기에 손엔 항상 3장의 카드가 있게 됩니다.

2. 내려놓은 나비 카드에 특수 능력이 붙어있을 때, 원한다면 그 특수 능력을 사용합니다.

특수 능력 중엔 나비 카드를 한 장 뽑은 후 4장 중 한 장을 덱 밑에 넣거나, 병 안에 있는 나비 카드 한 장과 손의 카드 한 장을 교환하거나, 바로 득점을 하는 등 다양한 능력이 있습니다.

3. 내려놓은 나비 카드를 병 타일 밑에 나비가 보이도록 놓습니다.

나비 카드 중앙과 아래쪽에 나비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카드를 꺾어 병 밑에 둠으로서 내가 이 나비를 잡았음을 표시합니다. 병 타일을 보면 내가 어떤 나비들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4. 원한다면 나비를 지불하고 배달 카드를 정원 타일 밑에 점수가 보이도록 놓습니다.

배달 카드엔 어떤 종류의 나비들을 지불해야 하는지 그려져 있습니다. 회색 나비는 모든 종류의 나비를 뜻하고, 무지개색 나비는 어떤 색의 나비로든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해당 나비 카드들을 버리고 배달 카드를 가져와 반대편에 꺾어서 몇 점을 획득했는지 표기합니다.

2인 룰에선, 선 플레이어는 두 장의 배달 카드 중 하나를 가져올 수 있고, 후 플레이어는 자기 쪽에 있는 배달 카드만 가져올 수 있습니다.



모든 플레이어가 자신의 턴을 진행했으면 다음 라운드로 넘어갑니다. 나비 카드를 새로 깔고, 배달 카드를 인원 수에 맞게 보충한 후, 카드 선택 단계로 돌아갑니다.

누군가가 일정 점수, 2인 기준 50점에 도달하면 그 라운드까지 진행하고 점수를 비교합니다.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나비 정원은 가족 게이머들을 타겟으로 한 눈치 보기 + 셋 컬렉션 게임입니다. 스티브 핀의 히트작인 비블리오스도 룰이 간단한 편이었지만, 이 게임은 그것보다도 쉽지요.

그럼에도 이 게임은 꽤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줍니다. 매 라운드 어느 카드를 내려놓을지 판단하기가 쉽진 않거든요. 일반적으로 낮은 숫자의 카드엔 나비가 적고, 높은 숫자의 카드엔 나비가 많습니다. 따라서 여러 마리의 나비가 그려진 카드를 내려놓고 후턴을 잡은 후 큰 그림을 그릴지, 선턴을 잡고 배달 카드를 선점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물론 내가 낮은 숫자를 내려놓는다고 선을 잡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카드를 가져가는지 눈여겨 봐야 하지요.

거기에 몇몇 카드에 존재하는 특수 능력은 잘 쓰면 꽤나 강력하기에, 게임은 쉬운 룰에 비해 밋밋하진 않습니다. 의외로 깊이가 좀 있어, 가족 게임으로 적합합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좋은 2인 게임이라고 하기엔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우선, 룰이 쉽긴 한데 의외로 번잡합니다. 특히 턴 진행 순서가 햇갈립니다. 사람의 심리가 내가 사용한 카드가 있다면 우선 그걸 마무리 지은 후 새 카드를 가져오고 싶기 마련인데, 이 게임은 일단 새 카드를 가져오기에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습니다. 특수 능력의 활용도를 높기기 위해 턴 순서를 그렇게 만든 것은 이해가 가지만 어쨌든 아쉬운 부분이지요. 실제로 여자친구가 턴 순서를 햇갈려하는 상황이 종종 있었습니다.

점수 계산도 2인 기준에선 50점이 게임 종료 조건인데, 스마트폰 앱 등을 사용해서 점수를 더하지 않고 있으면 그 조건을 놓치기 쉽습니다. 따라서 게임 중간에 잠깐 끊고 점수를 더해놔야 합니다.

이런 게임의 흐름을 끊는 요소들은 몰입도를 떨어뜨립니다.



또한, 이 게임은 2인보다 3인 이상이 훨씬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동시 액션 선택 게임은 2인이 특출나게 좋거나 (글래스 로드, 레이스 포 더 갤럭시), 다인이 특출나게 좋거나 (브룸 서비스, 포 세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은 후자입니다. 상대방의 계획을 완벽하게 읽는 것보단, 여러 사람으로 인해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터지는 것이 즐거운 게임이거든요.

특히 바닥에 배달 카드가 인원보다 한 장 덜 깔리는 것 때문에, 다인 게임에선 마지막 플레이어만은 되지 않기 위한 눈치 싸움이 더욱 치열합니다. 대신 2인에서는 두 장을 깔되, 선은 양쪽의 배달 카드를 다 먹을 수 있고, 후는 자기 쪽의 배달 카드만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다인 플레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할 뿐더러, 안 그래도 깔끔하지 못한 게임을 더욱 번잡하게 만듭니다. 아무 생각없이 게임하다 보면 후턴에 상대방 쪽의 배달 카드를 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적당한 깊이와 난이도를 지녔기에 다인 가족 게임으로는 좋겠으나, 2인 게임으로는 조금 아쉬운 게임입니다. 다만 나비 그림들이 너무 이뻐서 한동안 꾸준히 돌릴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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