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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아트 Modern Art


보드게임을 조금 사모으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는 디자이너, 라이너 크니지아(Reiner Knizia)의 고전 명작, 경매 게임입니다. 미술품 경매라는 테마를 잘 활용해서 "경매" 자체만으로 이루어진 흔치 않은 게임입니다. "경매"라는 요소를 게임의 일부분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많으나, "경매"만을 가지고 게임을 만든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고전 명작인 만큼, 참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되었는데, 이번에 보드피아에서 "한글판"을 출시했다고 하여, 너무나 기쁜 마음에 선주문을 덥썩 해버리고 이참에 리뷰도 다시 써봅니다. 한 2년 전쯤에 처음 접하고 후기를 남겼던 적이 있는데, 그 후로 여러번 다양한 사람들과 플레이해보고 느낀 점들을 여기에 정리해봅니다.


< 보드피아 한글판 사진 (출처:보드게임긱) >


모던 아트는 3~5명이서 약 45분~1시간 정도면 할 수 있는 경매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4~5인으로 즐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게임을 시작할 때, 모든 사람들은 100원의 돈을 받고 시작하며, 총 4라운드를 진행하고 나서 가장 많은 돈을 가진 사람이 승리합니다. 목표가 아주 직관적이라서 참 마음에 듭니다. 


(출처: 보드게임긱)


게임 규칙은 단순합니다. 1,2,3라운드를 시작할 때 잘 섞은 미술품 카드를 동일한 장수로 모두 받습니다. 게임은 시작 플레이어부터 자기 턴이 오면, 자신의 미술품 카드 1장을 펼쳐서 공개하고 이를 판매하기 위한 경매를 시작합니다. 누군가에게 낙찰되면, 구매한 사람이 판매한 사람에게 돈을 줍니다. 그리고 구입한 카드는 자신 앞에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내려놓죠. 그리고 시계 방향으로 턴이 넘어가고, 위를 반복합니다. 


(출처: 보드게임긱)


이 게임에서 사용하는 미술품 카드에는 화가와 경매 방식이 표시되어있습니다. 화가는 총 다섯 명이 있고, 경매 방식은 총 5가지가 있는데, 해당 미술품을 경매할 때 사용해야하는 경매 방식입니다. 


라운드는 같은 화가의 미술품이 5장째 "공개"되면 즉시 종료됩니다. 라운드 중에 각자 구입한 미술품을 자기 앞에 펼쳐두고 있기 때문에 모두 쉽게 라운드 종료를 알 수 있습니다. 라운드가 끝나면, 이번 라운드 동안 구입한 미술품들을 "현재 가치"에 따라서 은행에서 돈으로 바꿉니다. 그리고 5장째 미술품을 "공개"한 다음 사람부터 다음 라운드를 시작합니다.


미술품들의 현재 가치는 다음과 같은 방식에 의해 결정됩니다.


1. 라운드 종료시, 공개된 미술품들 중 가장 많이 나온 화가는 30, 두 번째로 많은 화가는 20, 세 번째 화가는 10의 시세 토큰을 보드판 위에 올립니다. 


2. 이번 라운드에 시세 토큰이 올라가지 않은 화가들의 미술품의 현재 가치는 0원이다.


3. 이번 라운드에 시세 토큰이 올라간 화가들의 미술품은, 그 화가에 올려진 시세 토큰들을 모두 합친 액수가 현재 가치가 된다. 


요컨데, 이번에 시장에 많이 나온 화가의 미술품은 가치가 높고 그렇지 않은 화가의 미술품은 가치가 낮게 됩니다.


예를 들어보죠, 만약 2라운드가 종료되었고, 시세 토큰이 아래와 같았다고 해봅시다.


(출처: 보드게임긱)


위의 사진의 경우 가장 왼쪽 화가인 "Lite Metal"와 그 옆의 "Yoko"는 이번 2라운드에 시세 토큰을 놓치 못했습니다. (두번째 줄이 비어있죠) 따라서 이번 2라운드 동안 이 화가들의 미술품을 구입한 사람들은 그 미술품들을 버립니다. 0원 짜리거든요. 


세번째 화가인 "Christin p."는 이번 2라운드에 3번째로 많은 미술품이 공개된 화가라서 시세 토큰 "10"이 놓여졌습니다. 이전 1라운드에서는 시세 토큰 "30"을 얻었었네요. 따라서 이번 2라운드 동안 "Christin p."의 미술품 카드를 구입한 사람들은 이를 1장당 40원으로 은행에서 교환합니다.


네번째 화가 "Karl gitter"는 이번 2라운드에서 1번째로 많은 미술품이 공개되어서 시세 토큰 "30"을 얻었네요. 따라서 구입한 그의 미술품들은 모두 1장당 30원으로 교환합니다.  마지막 "Krypto"의 미술품은 1장당 30원 (1라운드 10, 2라운드 20) 으로 교환합니다.


이 라운드 종료시에 그동안 구입한 미술품들을 돈으로 바꾸는 규칙을 이해해야지만 이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출처: Flickr)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야" 합니다. 이 게임에서 돈을 버는 방법은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미술품을 구입해서 돈을 버는 것이고, 둘째는 미술품을 판매해서 돈을 버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 첫 번째만 생각하기 쉽습니다. 1 라운드에 어떤 미술품을 15원에 구입했다고 해봅시다. 이 구입이 이익이 될려면, 이 화가의 미술품이 이번 1라운드에서 1등이나 2등을 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자기 차례가 되면 자기가 이미 구입한 화가의 미술품을 판매하려고 하게 됩니다. 이미 구입한 미술품의 가치를 올리기 위한 것이죠. 혹은 이미 1등이나 2등이 보장된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조금 시간이 흐르면, 곧 두 번째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만약 내가 어떤 미술품을 15원에 구입해서, 그 라운드가 끝나고 20원으로 바꿨다고 하면 5원 이익입니다. 그러나 나에게 그 미술품을 판매한 사람은 고스란이 15원을 이익으로 챙긴 것입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A라는 사람이 미술품을 판매한다고 봅시다. B와 C가 판단하기로는 그 미술품은 최소한 20원의 가치가 확실합니다. 그렇게 되면 B와 C가 서로 경쟁적으로 입찰에 뛰어듭니다. 서로 경쟁하다가 15원에서 16원, 17원, 그러다 18원까지 가격이 올라가서 B에게 낙찰되었다고 해봅시다. B는 자신이 2원 수익을 올렸다고 기뻐하겠지만, A는 18원의 수익을 챙기면서 웃고 있을 겁니다. 


(출처: Flickr)


그렇다고 C가 15원에 구입해가면서 5원 이득을 챙기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도 없지 않나요? 그렇지만 경쟁이 심해지면 B와 C가 모두 손해를 보고 A가 이익을 보게 됩니다. 경쟁에 너무 뛰어들지 않으면 미술품 구입으로 이익을 챙길 기회가 날라갑니다. 이 딜레마가 이 게임 내내 작동합니다. 


이 게임, 모던 아트를 하는 내내 모든 플레이어들은 정말 경매장에 와있는 기분으로 각자 머릿 속으로 계산기를 계속 두드리게 됩니다. 저 미술품이 얼마의 가치가 될까? 내가 지금 어떤 미술품을 판매하는게 가장 큰 이득일까?


따라서 게임을 재밌게 하려면 한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이익과 손해 계산을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매의 낙찰된 돈이나 점수가 직접 플레이어와 플레이어 사이에 전달되는 이런 게임에서는 이 조건이 매우 중요합니다. 누군가 돈계산에 어두운 사람이 1명이라도 끼어있다면, 단순히 그 사람이 꼴지하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운 좋게 그 사람에게서 이익을 크게 뽑아먹은 사람이 쉽게 승리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게임의 긴장감이 확 떨어지게 됩니다.


(출처: Flickr)


역으로 말하면 이런 멤버들이 4~5명 모여서 이 모던 아트를 하게 되면, 그 치열함은 굉장히 흥미진진합니다. (3인으로는 해본 적이 없으나, 상황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재미가 조금 줄어들 것입니다.)


숙련자끼리 하면 여러가지 치열한 눈치 싸움을 하게 됩니다. 우선 서로 자기 턴에 라운드를 종료시키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해집니다. 자신이 원하는 타이밍에 종료시키는 대신, 가장 큰 이익을 주는 두 번째 방법인 "판매"할 기회가 날라가거든요. 그러다보면 화가들의 순위가 중간에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시장이 요동칩니다. 


더 나아가서 이제는 미술품의 가치를 판단할 때, 자리 순서를 함께 고려하게 됩니다. 저 미술품을 저 사람이 구매하게 되면, 이후 저 사람이 어떤 화가의 미술품을 밀게 될지 예측을 하게 됩니다. 심한 경우는, 자신이 손해가 될 경매까지도 자기 턴 순서를 끌어오기 위해서 구매하는 시도도 간혹 하게 됩니다. 자신이 이미 구매한 미술품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손해보는 구매까지 할 수 있습니다.


결국 현재 시장에 나온 미술품들의 상황을 보면서, 자기 손에 들어온 미술품 카드를 어떻게 하면 최대한 비싸게 팔 수 있는 타이밍을 만드느냐. 이런 생각을 모두가 하면서 플레이하게 될 겁니다. 하면 할 수록 그 깊이가 느껴지는 게임이죠. 


이 모던 아트에서 운 요소가 있다면 각자 받게 되는 카드와 자리 순서 입니다. 카드가 극단적으로 안좋은 경우가 간혹 발생할 수는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은 카드 자체보다 "타이밍"과 "상황 판단"이 중요한 게임입니다. 경매 게임 특성상, 실력이 운보다 중요한 게임입니다. 


따라서 만약 1명이라도 손익 계산을 잘 못하거나 그런 돈 계산을 싫어할 경우, 그리고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이 매우 큰 게임을 싫어할 경우, 저는 이 게임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위의 경우가 아니라면, 이 직관적이고 쉬운 규칙 속에서 매우 깊이 있는 경매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는 게임으로 적극 추천합니다.


(출처: 보드게임긱)

댓글
  • 프로필사진 슝슝 잘 읽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한글판 나왔을 때 구입 후 집에서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게임이네요. ㅠ. ㅠ 초4-37세 남녀의 수 감각이 아무래도 차이가 커서~ ㅎㅎ 아예 파티게임으로 해보아야겠어요~^^ 2018.04.0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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