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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비 Hanabi


하나비는 멋진 불꽃놀이를 완성시키는 테마의 카드 게임입니다. 게임은 2명부터 5명까지 할 수 있고, 그 인원에 따라 게임의 재미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게임 시간은 30분 정도로 짧고, 구성품도 간단해서 휴대성까지 좋습니다. 2013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인 SDJ(Spiel des Jahres Winner)를 받기도 했죠.




하나비는 제가 해본 협력 게임 중에서 최고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게임들의 공통점인, "배우기는 쉽고, 이기기는 어려운" 게임이라는 점이 첫번째 이유이고, 두번째는 이 게임이 진정한 협력을 경험하고 배우는 게임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우선 게임 구성품과 규칙을 소개해보겠습니다. 하나비는 1부터 5까지 10장의 카드가 다섯 색깔별로 있습니다. 색깔별로 1카드는 3장, 5카드는 1장 있으며, 나머지 2,3,4카드는 2장씩 있습니다. 그리고 남은 힌트와 생명을 표시하는 토큰이 각각 8개, 3개 들어있습니다. 이 구성품이 끝입니다. 무지개색 카드는 숙련자용 규칙에서 사용합니다.



게임전 인원에 따라서 4~5장의 카드를 각자 받습니다. 남은 카드는 따로 쌓아둡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카드를 자신은 보아서는 안되고, 다를 사람들만 볼 수 있도록 펼쳐줘야 합니다. 따라서 실제 게임을 하면 아래와 같은 상황이 됩니다. 내 앞에 있는 카드만 볼 수 없습니다.



시작하는 사람부터 시계방향으로 아래의 세 가지 행동 중 하나를 합니다.


1. 다른 사람에게 힌트를 준다.
2. 내 카드 1장을 내려놓는다.
3. 내 카드 1장을 버린다.


게임의 목표는 2번째 행동을 통해서 모든 색깔의 카드를 1부터 5까지 "순서대로" 내려놓는 것입니다. 최종 점수는 게임이 끝났을 때, 놓여진 카드 중 색깔 별로 가장 높은 숫자들의 합입니다. 아주 직관적이고 간단하죠? 그러나 높은 점수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게임 종료는 "모든 색깔이 5까지 내려놓아졌거나", "생명 토큰 3개를 모두 잃거나", "쌓아둔 카드가 모두 사용되고 각자 1번씩만 더 행동하면" 게임이 끝납니다.


우선 첫번째 행동, "힌트 주기"는 "숫자 힌트"를 주거나 "색깔 힌트"를 주는 것만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만약 제가 힌트를 주고 싶은 상대방의 카드가 위와 같다고 해봅시다. 상대가 3가지 색의 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가 줄 수 있는 색깔 힌트는 다음 3가지만 가능합니다.


1. 가장 오른쪽 카드가 하얀색이라고 알려준다.
2. 왼쪽에서 두번째와 세번째 카드가 초록색이라고 알려준다.
3. 가장 왼쪽 카드가 빨간색이라고 알려준다.


숫자 힌트는 다음 3가지만 가능합니다.


1. 가장 왼쪽 카드가 4라고 알려준다.
2. 두번째 카드가 5라고 알려준다.
3. 왼쪽에서 세번째와 네번째 카드가 3이라고 알려준다.


즉, 한 가지 색깔이나 한 가지 숫자를 가진 모든 카드를 알려줘야 합니다. 당연한 것이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힌트 정보 외의 다른 정보를 주는 행동을 해서는 안됩니다.


서로 힌트를 계속 주면 각자 자신의 모든 카드를 알 수 있겠죠? 그러나 힌트 토큰은 시작할 때 8개 밖에 주어지지 않습니다. 힌트를 줄 때마다 하나 씩 소모되고, 이 토큰을 충전하려면 카드를 버려야합니다. 


두번째 행동은 카드를 내려놓기, 세번째 행동은 카드 버리기입니다. 이 행동들이 심리적으로 참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보통 카드 게임을 할 때, 자기가 어떤 카드를 쓰는지 확인하고 냅니다. 그러나 하나비를 하면서 당신이 자기 카드를 써야할 때, 보게되는 장면은 아래와 같습니다.


카드 뒷면만 보고 뭔지 확인하지 못한채 내야하는거죠. 다른 사람들이 카드에 대한 힌트를 줬겠지만, 내 눈으로 보고 내는게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습니다. 하나비에서 잘못된 카드를 사용할 경우, 그 실수에 대한 손해가 크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큰 실수는 2가지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카드를 내려놓았는데, 내려놓을 수 없는 카드일 경우 입니다. 아래 사진으로 예를 들어보죠.



현재 바닥에 내려놓아진 5가지 색깔들을 보면 파란색은 1, 빨간색은 5, 노란색은 1~2, 초록색은 1~3, 하얀색은 1이 놓여져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내려놓을 수 있는 카드는 각 색깔 별로 가장 높은 숫자의 다음 숫자뿐입니다. 파란색 2, 노란색 3, 초록색 4, 하얀색 2만 가능하죠. 그 외의 카드를 내려놓으려고 했다면, 즉시 그 카드는 버려지고 생명 토큰은 1개 잃습니다. 생명 토큰은 총 3개가 주어지는데, 모두 잃으면 즉시 게임이 끝납니다.


두 번째 실수는 카드를 버리다가 숫자가 중간에 끊기는 상황입니다. 위에서 말했지만, 색깔별로 1은 3장, 2~4는 2장, 5는 1장만 있습니다.



만약 흰색 2가 2장 모두 버려지면, 흰색 3,4,5는 절대 내려놓은 수 없게 됩니다. 그러면 흰색 점수는 1점에서 끝나죠. 이런 중간에 숫자가 끊기는 상황이 최악입니다. 내가 버린 카드가 이런 상황을 발생시키면 모두 좌절감을 겪겠죠.


그리고 하나 밖에 없는 5카드를 버리는 것도 큰 실수 중 하나입니다. 5 카드는 1장씩 밖에 없고, 이를 내려놓는데 성공하면 "힌트 토큰 1개" 보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힌트 1개, 카드 1장이 소중한 이 게임에서 놓칠 수 없는 보너스죠.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팀원 모두의 "협력"과 "신뢰"가 필수적입니다.


제가 하나비를 최고의 협력 게임이라고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서로 가지고 있는 정보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서로 힘을 합쳐야만 한다.


상당히 많은 협력 게임들이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 있습니다. 그 경우 그 게임에 능숙한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지시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서로 의논하고 결정하는 협력 게임이 아니라 "1인 게임"이 되어버리죠. 이런 류의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 예전에 소개한 팬데믹 (Pandemic)입니다. 비록 팬데믹은 매우 훌륭한 협력 게임이지만, 뛰어난 한 사람의 독재를 게임 시스템이 막아주지 못합니다.

그러나 하나비는 서로가 가진 정보가 다르고, 이를 조금씩만 알려줄 수 있기 때문에 한 명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습니다. 서로 각자의 관점에서 현재 상황을 살피면서, 서로에게 최대한 효과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려고 애쓰면서 함께 위기를 극복해야 합니다.


2. 상대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 상대방 행동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하나비에서 상대의 행동을 "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야만, 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사람이 지금 이 힌트나에게 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내가 이 카드를 내려놓기를 바라는 것일까? 버리기를 바라는 걸까? 버리지 말고 가지고 있으라는 의미일까?"


그리고 힌트 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행동도 중요한 정보를 줍니다.


"왜 저 카드를 버리지? 저 카드는 버리면 안되는거 같은 카드인데.. 아, 나한테도 있는 카드인 걸까? 아니면 방금 생긴 힌트 토큰으로 저 사람에게 힌트를 주는게 먼저라는 의미일까?"


하나비는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해서는, 결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습니다.


3. 카드를 내려놓거나 카드를 버리기 위해서는 팀원들을 믿어야만 한다.


처음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은 3가지 중에서 첫 번째인 "힌트 주기"입니다. 왜냐하면, 힌트를 주는 것이 가장 편합니다. "실수일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내가 보고 있는 사실을 말해주면 되니까요. 그에 반해서 내 카드를 내려놓거나 혹은 내 카드를 버리는 행동은 상당히 두렵습니다. 잘못 내려놓게 되면 소중한 생명 토큰을 잃을 수 있고, 버리면 안되는 카드를 버려서 숫자가 끊기게 될 수 있습니다. 실수를 두려워하고, 동료들의 힌트를 내가 이해한 방식이 맞다고 믿지 않으면 시도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게임을 하면서 어떤 카드인지 전혀 모른체 내 카드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 반드시 옵니다. 왜냐하면 "필요없는 카드"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미 내려놓은 카드 혹은 지금은 아직 내려놓을 수 없는 카드로만 가득차있을 경우, 카드를 버려야 새로운 카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힌트 토큰을 얻으려면 버려야합니다. 중요한 카드였다면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이를 알려주었을 것이라고 믿어야 버릴 수 있습니다. 


때문에 하나비는 게임 중 내내 "자신의 판단"과 "동료"에 대한 믿음을 끊임없이 시험 받습니다. 저는 이 요소가 매우 마음에 듭니다. 타인을 믿고, 자신을 믿는 연습을 할 수 있게 하는 게임이거든요.


4. 매우 깊이 있는 전략 게임이다.


이 부분은 전제가 있어야합니다. 하나비에서 기억력이 필요한 부분을 제거한 보드게임 아레나(Arena) 방식의 하나비로 할 경우입니다. (아레나 하나비 규칙 설명) 온라인이라는 특성으로 가능한 방식인데, 오프라인에서는 힌트를 기록하는 "하나비 펀앤이지" 버전이 이 방식으로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게임을 함께하면 안되는 사람을 언급하려고 합니다.


하나비는 협력 게임이라는 점과 하나비 자체의 특징으로 인해서 함께 하지 말아야하는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모든 보드 게임은 함께 하는 사람에 따라서 재미가 큰 폭으로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하나비는 그 정도가 꽤 심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1. 상대방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입장만 계속 주장하는 사람.
2. 상대방 실수를 지적하고 비난하는 사람
3. 함께 목표를 성취하는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


위의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과 플레이할 경우, 함께 하는 모든 사람들이 게임이 하기 싫어지고, 그 상대가 미워질 수 있습니다.

당연히 위의 경우와 반대에 해당하는 사람과 플레이할 경우, 하나비는 최고의 게임이라고 느낄 수 있겠죠.


1. 상대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사람.
2. 상대 실수를 감싸주고, 격려해주는 사람
3.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함께 목표를 성취하려고 하는 사람.



보드게임을 할 때마다 느끼지만, 우리 삶과 마찬가지로 경쟁은 쉽지만 협력은 어렵습니다. 개인 과제가 조별 과제보다 편하지 않던가요?

그러나 서로를 믿고 협력해서 성취한 점수는, 경쟁해서 상대방을 이겼을 때와 전혀 다른 기쁨을 주죠.


멋진 협력 게임 하나비, 배려와 믿음을 주고 받고 싶은 사람 꼭 함께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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