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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서머


이 글은 행복한 바오밥에서 보내주신 한글판 "인디언 서머"를 받아서 플레이하고 적은 리뷰입니다. 게임을 제공해주신 행복한 바오밥에 감사 드립니다.


인디언 서머는 패치워크와 코티지가든을 만들었던 우베 아저씨의 작품이라, 패치워크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저로서는 좀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패치워크는 너무도 깔끔한 규칙으로 테트리스와 경제 요소를 적절히 섞어서 깊이있는 게임을 아름다운 테마로 꾸며놓은 명작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패치워크를 하자고 하면, 저는 언제든지 하고 싶습니다. 코티지 가든은 패치워크 만큼은 아니었으나 그래도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인디언 서머는 결론적으로, 저에겐 실망스러운 게임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규칙 설명 뒤에 자세히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디언 서머는 가운데 패치워크와 코티지가든처럼 타일을 동그랗게 배치해두고 게임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각자 개인판을 받고, 개인 타일 5개와 기본 토큰을 몇 개 받고 시작합니다. 



게임의 목표는 자기 개인판을 타일들로 가장 먼저 꽉 채우는 것입니다. 누군가 개인판을 꽉 채우면, 다른 사람들이 1번씩 턴을 진행하고 게임이 종료됩니다. 게임의 승리자는 가장 많은 타일을 채운 사람입니다. 동점이라면, 도토리 토큰을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 승리하면, 동점이라면, 블루베리 토큰을 많이 가진 사람이 승리합니다.


자기 턴이 되면 메인 액션으로 자기 타일 5개 중에 하나를 원하는 곳에 배치하거나, 다람쥐 타일 하나(1x1 타일)를 원하는 곳이 배치합니다. 메인 액션은 턴당 1번 뿐입니다. 특수액션은 원하는 만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자기 타일이 하나도 없다면, 가운데 깔려진 타일에서 순서대로 5개를 가져와서 채웁니다.  




특수 액션은 토큰을 사용하는 경우입니다. 토큰은 총 4종류가 있는데, 블루베리 < 도토리 < 버섯 < 깃털 순으로 가치가 높습니다. 같은 토큰 2개를 상위 토큰 1개로 바꿀 수 있고, 상위 토큰은 하위 토큰으로 언제든 바꿀 수 있습니다. 상당히 자유로운 편이죠.


블루베리는 사용하면 즉시 자기 타일을 5개까지로 채워줍니다. 자기 턴에 놓을 타일의 선택지를 조금 늘려주는 거죠. 이미 5개 타일이 있을 때 사용한다면 6번째 타일을 가져오게 해줍니다. 블루베리를 쓰지 않으면 타일을 모두 다 사용해야만 자기 타일을 다시 5개로 채울 수 있습니다.


도토리는 다람쥐를 꼬드기는... 아니 다람쥐 타일(1x1)을 가져와서 놓는 기능입니다. 게임 내에는 1x1, 1x2 타일이 따로 없기 때문에 1칸, 2칸 비어있는 곳은 이 다람쥐로만 채울 수 있습니다.


버섯은 다른 사람 2명의 타일 중 가장 끝에 있는 것을 하나씩 가져와서 자기판에 배치하는 능력입니다. 꽤 강력한 능력입니다. 한 턴에 큰 타일을 2개나 배치하기 때문이죠. 이 게임은 타일로 먼저 가득 채우는 것이 최대 목표인 것을 기억하세요.


깃털은 자기 타일 2개를 동시에 사용해서 배치하는 능력입니다. 역시 강력한 능력이죠. 그래서 게임중 1개 밖에 깃털을 얻을 수 없습니다. (동물타일까지 이용하면 2번)


이 토큰들은 얻으려면 타일 배치와 구역 채우기를 이용해야 합니다.



개인판에는 토큰들을 얻을 수 있는 구역들이 있습니다. 이 토큰 표시가 타일에 뚫려있는 구멍으로 보이도록 타일을 배치하면 토큰을 가져와서 그 위에 놓습니다. 그러다가 개인판의 한 구역 (흰색 굵은 선으로 6등분 되어 있는)을 타일로 가득 채웠을 경우에, 해당 구역에 놓여진 토큰을 가져와서 원할 때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게임에서 타일을 놓는 규칙의 제한이 거의 없지만, 구역을 먼저 채워야지 토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존 타일들과 붙여서 새로운 타일을 배치해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토큰이 회수된 구멍이나 그냥 비어있는 구멍을 서로 연결되도록 배치해서 특정 모양을 만들면, 해당 모양과 동일한 동물 타일을 즉시 가져와서 해당 구멍 위에 배치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렇게 배치하면서 그 구멍 속에 있는 토큰들을 추가로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의 경우 구멍으로 "ㅜ"모양을 완성했기 때문에 "ㅜ"모양의 여유 타일을 가져온 모습입니다. 




게임의 규칙은 이정도입니다. 자, 그러면 제가 왜 실망했는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제가 실망한 가장 큰 이유는 "너무 자유롭다"입니다. 


(사진 출처: Flickr)


1. 타일 배치 제약이 거의 없다.

- 인디언 서머는 타일을 어디든지 배치해도 됩니다. 기존 타일에 붙여도 되고, 안붙여도 됩니다. 


2. 타일 선택 순서가 매우 자유롭다.

- 자기 자례에 선택할 수 있는 타일의 갯수가 5개나 됩니다. 버섯을 사용하면 다른 사람 것 까지 사용할 수 있고, 블루베리로 새로운 타일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3. 타일을 놓지 못하는 곳이 없다.

- 비어있는 칸 전체가 타일을 놓을 수 있는 곳입니다. 어떤 것도 타일을 못놓도록 방해하지 않습니다. 토큰을 얻을 수 있는 칸도 매우 많습니다. 왠만해서는 토큰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이 게임은 타일을 놓을 때, 제약이 거의 없습니다. 원하는 대로 채울 수 있죠. 그게 저에게는 이 게임을 재미없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제가 즐겁게 했던 퍼즐류 타일 놓기 게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의 게임들은 모두 "제약이 많은 퍼즐"입니다. 


패치워크나 코티지가든 같은 경우, 자기 턴에 선택할 수 있는 타일이 2~4개 뿐이며, 그들 조차도 비용과 가치,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노리는 타일까지 고려하면서 선택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타일을 하나 선택할 때도, 이 타일 선택으로 인해 다음 타일을 어떤 것을 가져와야 적절한지 미리 고려해두는 수읽기까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인디언 서머에서는 이런 고민을 별로 할 필요가 없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타일이 굉장히 많거든요. 100% 자유는 아니지만 자신에게 맞는 타일을 고르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킹도미노와 베런파크 같은 경우는 기존에 배치한 타일에 인접하게만 새로운 타일을 놓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중을 생각해서 상당히 신중하게 배치하게 됩니다. 어떤 것을 먼저 배치할지, 타일 배치의 순서도 매우 중요해지죠. 그러나 인디언 서머는 이런 제한이 없습니다.


팩토리펀 같은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자신이 가져온 타일이 자신에게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져온 타일을 무조건 배치해야하는 킹도미노도 그렇습니다. 이런 위험 요소가 머리를 쥐어싸매면서 스스로의 선택을 후회하는 즐거움(?)을 줍니다. 하지만 인디언 서머에서는 타일을 무조건 배치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안쓰면 되죠.


위의 게임들은 "제약을 줌"으로써 그 제한된 규칙 속에서 최선을 찾아보라고 합니다. 반대로 인디언 서머는 자유롭게 해주고 그 안에서 더 효과적인 선택을 하라고 합니다. 토큰과 동물 타일, 구역 채우기 등으로 미끼를 제공하죠. 아마 후자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디언 서머를 저보다 즐겁게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좋아하는 퍼즐은, 기본적으로 조금은 고통스럽게 느껴질 만큼, 마치 손을 묶어놓고서 제한 시간 내에 방에서 탈출해보라는 미션 같은 게임입니다. (음? 먼가 느낌이 Masoc...)


(사진 출처: Flickr)


오래전 PC통신 시절, 게시글 쓸 때 제목의 최대 길이가 제한되어 있었습니다. 20자도 못 적는 짧은 길이 속에 좀 더 전달이 잘되는 좋은 제목을 찾기 위해서 수많은 단어들을 찾아가면서 압축적이면서 멋진 제목을 만들려고 고민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의 노력과 고민은 상당히 즐거운 유희였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지었던 제목들이 참 창의적이랄까 매력적인 제목들이 더 많았습니다. 


사람은 자유로움보다 자유롭지 못함 속에서 창조적이면서 즐거운 고통을 맛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출처를 적지 않은 모든 사진의 출처는 보드게임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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