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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에서 (On The Table)


 (4) 협력 게임과 경쟁 사회 - 2


 

경쟁

(Photo by J H McAleely)

 

우선 먼저 경쟁을 두 가지로 구분하고 싶다. 

 

"나는 이른바 '구조적 경쟁'이라는 것과 '의도적 경쟁'이라는 것을 구별하는 것이 유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전자는 상황에 관한 것이고, 후자는 태도에 관한 것이다. 


구조적 경쟁은 승패의 구조와 관계가 있고 외부적인 것인데 반하여, 의도적 경쟁은 내부적인 것이며, '넘버 원'이 되고자 하는 개인의 소망에 관한 것이다."

 

알피 콘, "경쟁에 반대한다"

 

(구조적 경쟁)

(Photo by Dave Hogg)

 

위에서 <구조적 경쟁>이란 내가 성공하기 위해서 상대가 실패해야 하는 환경 때문에 발생하는 경쟁을 말한다. 대표적으로는 바둑이나 장기 같은 2인용 보드게임들과 1:1 스포츠 경기들이다. 이런 게임에서는 상대의 패배가 나의 승리이며, 상대의 승리는 나의 패배다. 

 

의도적 경쟁

(Photo by Aimee Ray)

 

반면 <의도적 경쟁>이란 그런 환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다른 사람을 제치고 1등이 되고 싶어하는 마음, 흔히 경쟁심이라고 말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드게임 우봉고 같은 경우, 이 게임은 사실 다른 사람이 나를 방해하지 않기 때문에 나 혼자 열심히 퍼즐을 맞추면 된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보다 잘 하려고" 애쓰는 마음이 드는 것이 의도적 경쟁의 모습이다. 이 게임에서는 이런 의도적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빨리 성공한 사람일수록 더 높은 점수를 준다. 

 

우봉고 사진

보드게임 "우봉고 3D" (출처: 보드게임긱)

 

보드게임은 사람들간의 "상호작용" 규칙을 통해 <구조적 경쟁>을 만든다. 따라서 이런 "상호작용"이 많은 게임일 수록 구조적 경쟁이 강하다. 


내가 보드게임 모임장으로 지난 3년간 수 백명의 사람들을 만나서 다양한 게임들을 함께 하다보니, 사람들의 게임 취향에 이런 구조적 경쟁이 중요한 기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구조적 경쟁이 강한 게임은 "내가 잘하는 것" 못지 않게 "상대를 방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구조적 경쟁이 약한 게임은 "상대를 방해하는 것"보다 "내가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상대방을 의식하고 행동하는 것을 즐겨하느냐, 내 행동에만 집중하는 것을 즐겨하느냐가 자신의 게임 취향 차이를 만들어 낸다. 

 

(Photo by Alan Wat)


한편, 협력에서도 동일한 구분이 가능하다. 


"구조적 협력은 상대방을 도움으로써 동시에 나 스스로를 돕게 되는 상황을 만들어준다. 비록 당초에는 나의 동기가 이기적인 것이었을지라도 이제는 우리의 운명은 서로 결부되어 있는 것이다."

 

알피 콘, "경쟁에 반대한다"

 

협력 사진

(Photo by Marina del Castell)


<구조적 협력>이란, 내가 승리하기 위해서 상대방도 승리해야만 하는 구조가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다. 내 개인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이타주의와 다르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타인을 돕는 것이 내 개인의 이익에 부합한다.


보드게임 중 데드 오브 윈터라는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좀비들의 세상에서 생존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협력해야 하는 게임이다. 식량을 구하러 은신처 밖으로 나간 동료가 좀비들을 피해서 무사히 식량을 구해와야 나도 살 수 있다. 


이런 동료에게 나의 무기를 빌려주는 것은 이타적인 행위가 아니다. 내 이익을 위한 합리적인 판단인 것이다. 즉, 환경이 협력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보드게임 "데드 오브 윈터" (출처: 보드게임긱)


그와는 다르게 <의도적 협력>이란, 그런 구조가 없음에도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려고 하는 태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인을 돕는 것이 나의 이익이 되지 않더라도, 타인을 도우려는 마음이다.

 

이상의 4가지 개념 중에서, 의도적 경쟁과 의도적 협력은 우리들 개개인이 살아온 세월 동안 갖게 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 누군가는 타인과 경쟁하려는 모습이 강하고, 누군가는 협력하려는 모습이 강한 것이다. 


나는 이 글에서 개인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이어질 글에서는 <구조적 경쟁>과 <구조적 협력>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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