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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리틀 몬스터 (Robert Jergen)

Lazini 2015. 3. 12. 06:00

"내 머리는 마치 한 면에 TV들을 여러 개 전시해놓고 각각 다른 채널을 틀어놓은 것 같아요. 그리고 나는 리모콘이 없는 거죠."


- Robert Jergen, "리틀 몬스터 (Growing Up With ADHD)" 


리틀 몬스터 - 10점
Robert Jergen 지음, 조아라 옮김/학지사

저자인 Robert Jergen은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ttention-Deficit / Hyperactivity Disorder ; ADHD)를 가진 사람이다. 그는 자신이 겪어온 삶의 이야기들을 아주 솔직하게 이 책에 담았다. 우리 같은 '정상인'들에게 ADHD의 특성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이 정말 어떤 것인가를 아주 낱낱이 알려준다.


맨 처음 인용한 문구는 ADHD를 가진 사람들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장 적절하게 비유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한 번에 한 가지만 생각하는 능력이 결여되어있다. 이들을 단지 집중력이 부족한 주의가 산만한 아이라고 분류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들은 나를 ADHD증상이 없는 다른 4명의 아들들하고 똑같이 차별없이 키우셨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바로 그 점이 문제였던 것 같다."


"지금까지는 ADHD를 가진 아이들을 ADHD가 아닌 아이들처럼 만드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왔다. 나는 그보다는 생산성과 정서적인 안녕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Robert Jergen, "리틀 몬스터 (Growing Up With ADHD)"


사실 이런 저자의 말은 ADHD를 가진 아이들이 아니라 보통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하는 말이다. 최선의 교육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아이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발견해나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켜봐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는 일생동안 끊임없이 노력해나가야 하는 아주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 누구도 교육이 쉬운 일이라고 말한 적이 없지 않은가. 아이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는 말이지만 이 말이 ADHD아동을 대할 때에도 가장 중요한 요소다.


다만 ADHD아동은 우리 ‘정상인’들의 사고방식으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기가 일반적으로 쉽지 않은 것이다. 특히 공교육 현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ADHD를 가진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 약물과 알코올을 남용하거나 자살을 하는 비율이 더 높다. 학업, 사회생활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동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으며, 인생의 실패자나 사회의 낙오자라는 느낌을 끊임없이 준다.“


- Robert Jergen, "리틀 몬스터 (Growing Up With ADHD)"


이들은 주변의 자극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며, 특히 감정적으로 극도로 예민하다. 이런 그들의 예민한 감정과 그들의 과잉행동으로 인한 사회 마찰이 만나면서, 그들은 우울증과 약물 및 알코올 중독에 쉽게 노출된다. 이 책에서 ADHD 증상을 가진 아이들 중 25%가 알코올 중독이 된다는 통계를 언급하는데, 보통 사람은 2~5%인 것을 비교해서 생각하면 이는 엄청난 수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이 사회 속에서 엄청난 위협을 받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위험성은 ADHD를 지닌 본인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ADHD아동은 그들의 존재로 인하여 주위 사람들 모두 엄청난 스트레스와 좌절을 안겨주며, 특히 부모들은 종종 자신들 때문에 애들이 이런 게 아닌가, 이런 문제가 지속되도록 너무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조바심을 내게 된다. 또한 스스로를 '나쁜 부모'라고 느끼기 쉽고, 이에 따라 마음 깊이 죄책감과 수치심을 갖기 마련이다.


이와 같은 ADHD는 우리 사회 속에서, 특히 공교육 속에서는 아직까지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대상이다. 저자도 자신의 삶에서 두 차례의 자살 시도까지 했었던 가장 위험했던 시기가 바로 공교육 속에 들어갔었을 때라고 말한다. 이 책 후반에는 저자 자신의 경험을 살려 어떻게 ADHD아동들이 행복과 성공을 찾을 수 있는지 설명해놓았지만, 이는 모두 스스로 실천해나가는 개인적인 해결법이지, ADHD아동의 부모들이나 교사들에게 주는 해결법이 아니며, 저자는 그런 해결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이 책 그 자체가 저자가 발견한 하나의 해결법이라고 생각한다. 교육 시스템과 사회 구조적으로 이 ADHD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는 변화를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런 것들보다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우리 ‘정상인’들이 조금이라도 ADHD를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공감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교사가, 그리고 친구들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ADHD아동들의 정서적인 안정과 행복을 증진시켜 그들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기대하며 이 책을 모든 교사들과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다.


2012.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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