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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Pedro Ribeiro Simões


제 블로그의 분류 "꿈 상징으로 이야기 읽기"에서는 융 심리학적인 "꿈 분석" 방법으로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 등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상징들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시도해본 글들을 조금씩 올려볼 생각입니다. 제가 융 심리학이나 꿈 분석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은 아니지만, 관련 책들과 자료들을 뒤져보면서 스스로 꿈을 분석해보면서 삶에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같이 시도해보는 사람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동안 모아온 책들을 공유해보려 합니다. 


우선 시작하기 전에 꿈 해몽과 꿈 분석을 구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꿈 해몽 "운명"이나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목적으로 꿈을 이용하는 경우입니다. 이와는 달리 꿈 분석은 "지금 자신의 상태"나 내가 온전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해 추구해야 하는 "삶의 방향"을 내 안에서 찾고자 꿈을 이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꿈 해몽이 나쁜 것은 물론 아니나, 꿈에 들어있는 가치를 더욱 생산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꿈 분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꿈 분석에 진지한 흥미를 느낀 것은 벙커1 팟캐스트에서 고혜경 박사님의 "나의 꿈 사용법" 강연을 들었을 때였습니다. 저는 어떤 분야에 흥미가 생기면 관련 도서를 최대한 긁어모으는 사람이라, 그때부터 꿈 분석에 대한 책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고혜경 박사님이 쓰거나 번역한 책들을 다 사모으고, 그 번역한 책의 저자들이 쓴 다른 책들도 긁어모았죠.


그러다 "MBC 서현진 아나운서의 굿모닝 FM"에서 정신건강전문의 김현철 선생님의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코너를 알게 되어서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그리곤 또 도시 책 욕심이 나서 마음에 드는 책을 하이에나처럼 찾아다녔습니다. 그렇게 모은 책 중에서 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았던 책 20권을 이 글에서 소개하려 합니다. (자각몽 관련 책은 제외했습니다.)


다음은 그 목록입니다. 


제레미 테일러

  • 꿈으로 들어가 다시 살아나라
  • 사람이 날아다니고 물이 거꾸로 흐르는 곳
  • 살아있는 미로

로버트 A. 존슨

  • 내면작업
  • She - 신화로 읽는 여성성
  • He - 신화로 읽는 남성성
  • We - 로맨틱 러브에 대한 융 심리학적 이해

그 밖의 책들

  • 나의 꿈 사용법 (고혜경)
  •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김현철)
  • 융학파의 꿈해석 (Fraser Boa)
  • 꿈은 말한다 (테레즈 더켓)
  • 꿈과 대화하다 (제니퍼 파커)
  • 심층심리학적 꿈 상징 사전 (에릭 애크로이드)
  •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고혜경)
  • 융, 호랑이 탄 한국인과 놀다 (이나미)
  • 신화의 힘 (조지프 캠벨, 빌 모이어스)
  • 꿈은 알고 있다 (디어더 배럿)
  • 꿈이란 (데이비드 콕스헤드, 수잔 힐러)
  • 인간과 상징 (칼 융)
  • 꿈의 해석 (지크문트 프로이트)


위의 목록 중 "신화의 힘", "꿈의 해석"을 제외하고는 모두 소장하고 있는 책들입니다. "꿈으로 들어가 다시 살아나라"와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는 이전에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언젠가 기회가 닿는 데로 다른 책들 모두 한 권씩 자세히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아쉬운 대로 이 글에서 짧게나마 소개해보죠.


Photo by Magic Madzik


처음 읽기 좋은 책


20권은 좀 부담스럽게 많죠. 그래서 처음 꿈 분석을 시도하거나 알아보고 싶은 분들에게 아래 세 권을 우선 권합니다.


  • 꿈으로 들어가 다시 살아나라 (제레미 테일러)
  • 나의 꿈 사용법 (고혜경)
  • 선녀는 왜 나뭇꾼을 떠났을까 (고혜경)


꿈으로 들어가 다시 살아나라 - 10점
제레미 테일러 지음, 고혜경 옮김/성바오로출판사
나의 꿈 사용법 - 10점
고혜경 지음/한겨레출판


"꿈으로 들어가 다시 살아나라"는 가장 좋은 꿈 분석 입문서라고 생각합니다. 꿈이 우리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꿈을 분석할 수 있는지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장마다 뒤에 꼭 기억해야 하는 것들을 요약해주고 있어서 다시 읽어보기도 편하게 구성된 책입니다. 이 책은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젯밤에 꾸었던 꿈을 나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지금은 절판되어서 구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얼마 전 고혜경 박사님이 쓴 "나의 꿈 사용법"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구할 수만 있다면 제레미 테일러의 책을 조금 더 추천합니다.)


2015/03/07 - [읽은 책 리뷰] - 꿈으로 들어가 다시 살아나라 (제레미 테일러)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 10점
고혜경 지음/한겨레출판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옛이야기들 속에 담겨있는 상징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며, 우리는 그 이야기들에서 무엇을 얻어내야 하는지 이야기해주는 책입니다. 친숙한 이야기들을 새로운 각도에서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동시에 틈틈이 저자가 접했던 사람들의 "꿈"들을 자주 인용하면서 이야기 속의 상징들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줍니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여성성"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두고 의미를 찾고 있었습니다. (명심하실 것은 여성성은 남자들 안에도 있습니다. 결코, 이 책이 여성들만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꿈만이 아닌, 모든 "이야기" 속에 있는 숨어 있는 상징들을 재미있게 접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2015/03/07 - [읽은 책 리뷰] -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고혜경)


Photo by Martin Fisch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위의 책들만 읽고도 충분히 꿈 분석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시작하다가, 좀 더 깊고 많은 자료를 얻고 싶어진다면, 아래 소개한 나머지 책들을 흥미나 필요에 따라서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내면작업 - 10점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이정규 옮김/동연(와이미디어)


제레미 테일러와 로버트 A. 존슨이 쓴 책들은 모두 참 좋은 책입니다. 제레미 테일러의 꿈 분석 방법을 정리한 것이 "꿈으로 들어가 다시 살아나라"라면, 로버트 A. 존슨의 꿈 분석 방법들을 자세히 설명한 것은 "내면작업"입니다. 그 둘이 특별히 크게 다른 것은 아닙니다만, 테일러여럿이 함께하는 꿈 분석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존슨혼자 하는 꿈 분석을 더 자세히 이야기해주는 느낌입니다. 이 책이 특이한 점은 꿈 분석말고도 "적극적 명상"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꿈 분석이 무의식의 메세지를 해석하는 시도라면, 적극적 명상을 무의식과 의사소통을 시도하는 방법 같습니다. 그러나 꽤 수련이 필요한 방법이라 쉽게 시도하긴 어려울 것 같네요.


사람이 날아다니고 물이 거꾸로 흐르는 곳 - 10점
제레미 테일러 지음, 이정규 옮김, 고혜경 감수/동연(와이미디어)
살아 있는 미로 - 10점
제레미 테일러 지음, 이정규 옮김, 고혜경 감수/동연(와이미디어)


앞의 "꿈으로 들어가 다시 살아나라"가 꿈작업에 대한 가이드북이었다면, 이 두 책은 꿈과 신화에 대한 테일러의 모든 것들을 담은 책 같습니다. 앞의 "사람이 날아다니고 물이 거꾸로 흐르는 곳"은 좀 더 "꿈"에 집중한 편이고, "살아있는 미로"는 "신화"와 "집단 무의식"에 집중한 느낌입니다만, 어차피 분석 방법에는 차이가 없고, 둘 다 꿈 사례들이 굉장히 많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두 책 다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테일러와 존슨의 책을 다 읽고 나면, 꿈을 내 삶에서 좀 더 풍부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융학파의 꿈해석 - 10점
Fraser Boa 지음, 박현순 옮김/학지사


"융학파의 꿈해석" 책의 부제는 "마리 루이제 폰 프란츠와의 대담"입니다. 바로 칼 융의 후계자인 마리 루이제 폰 프란츠 박사와의 인터뷰를 엮은 책입니다. 30년 이상 약 65,000개의 꿈을 해석해왔다는 전문가의 이 생생한 이야기는 꿈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와줍니다. 책 초반에 융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읽다가 빵 터졌네요.


"...그것이 바로 스스로 자신의 꿈을 해석해서는 안 되는 일반적인 이유입니다. 꿈은 보편적으로 우리의 맹점을 지적합니다. 꿈은 절대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것을 말해 줍니다.


...따라서 자신의 꿈을 해석하는 것은 매우 매우 어렵습니다. 융이 융학파 분석가들에게 가끔씩 동료를 찾아가 꿈에 대한 견해를 교환하도록 권한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융) 그 자신은 종종 "내 꿈을 해석해 줄 수 있는 융이 없다"고 매우 통탄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제자들에게 자신의 꿈을 말하곤 했는데, 비록 제자들이 말하는 것이 어쭙잖을지라도 융에게는 꿈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공하여 보다 객관적인 관점을 갖게 했을 것입니다."


- Fraser Boa, "융학파의 꿈해석"


타인들의 꿈을 해석해주는 융이, 정작 자신의 꿈을 해석해줄 사람이 없었던 거죠. 마치 다른 사람들의 어깨를 잘 풀어주는 마사지사가 정작 자신의 어깨를 풀어줄 마사지사를 찾지 못하는 것과 비슷할까요? 저도 지인들과 꿈을 나누면서 분석하다보면, 저 융의 말에 공감이 갑니다. 그만큼 자기 꿈의 의미를 스스로 찾아내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프로이트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꿈을 직접 "꿈의 해석"에서 분석하며 공개했죠. 읽어보면 그가 얼마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는지 느껴집니다. 물론 그가 놓친 의미도 많겠지만.)


꿈과 대화하다 - 10점
제니퍼 파커 지음, 한상연 옮김/생각의날개


이 책도 꿈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담고 있는데 독특한 점이라면, 남성과 여성의 꿈의 차이를 계속 언급해준다는 것과 꿈에 나오는 전형적인 대상들을 해석하는 방법이나 의미들을 조언해주는 부분이 많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이 "악몽"입니다. 악몽이 무엇이고, 어떻게 피할 수 있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가 이 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책의 단점이라면 구체적인 개인들의 꿈 사례가 별로 없고, 단지 설명하는 방식으로만 쓰여졌다는 점입니다. 예제가 없는 매뉴얼이랄까요.


꿈은 말한다 - 10점
테레즈 더켓 지음, 이사무엘 옮김/책읽는귀족


이 책은 꿈의 중요한 요소들을 나누어서 이해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앞의 꿈과 대화하다와의 차이점은 실제 "사례"를 많이 인용하고 있는 점과 직접 의미를 알려주기보다 "어떤 질문을 스스로 해봐야 하는가"를 알려준다는 점입니다. 그 때문에 자신이 어젯밤 꾼 꿈을 머릿 속에 두고 이 책을 읽어나가면 실제적으로 그 꿈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보입니다.


심층심리학적 꿈 상징 사전 - 10점
에릭 애크로이드 지음/한국심리치료연구소


꿈의 상징들을 가나다순으로 사전처럼 쓸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입니다. 특정 상징의 전형적인 의미를 찾고자 할 때 참고하기 좋은 책입니다. 책의 전반부에 꿈을 어떻게 봐야하는지 설명되어 있지만, 대중서라기보다는 심리학 전공서 같아서 잘 읽히는 편은 아닙니다. 이 책의 사전을 이용할 때 주의하실 점은, 저자가 전반부 결론에도 이야기했지만, 특정 꿈 이론이나 특정 해석만이 진실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사전에 나와있는 의미들도 결국 하나의 가능성일 뿐입니다. 저도 제 꿈에 나온 요소들을 이해하려고 시도할 때 사용해봤습니다만,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상징이 "꿈을 꾼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지"인 것 같아서 직접적인 도움이 되진 않은 편이었습니다.


신화로 읽는 여성성 She - 10점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동연(와이미디어)
신화로 읽는 남성성 He - 10점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동연(와이미디어)
We - 10점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동연(와이미디어)


위의 책들을 읽다보면 융이 사용하는 용어 "아니마 / 아니무스"라는 말이 꽤 자주 등장합니다. 각각 남성 속의 여성, 여성 속의 남성을 상징하는데, 고혜경 박사는 동양의 "음 / 양"이 훨씬 이들을 잘 표현하는 용어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이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참 좋은 책이 존슨의 위의 책들이었습니다.


이 세 책들은 여성성과 남성성, 그리고 로맨틱 러브를 가장 잘 드러내는 "그리스 신화" 혹은 "중세 신화"를 가지고, 그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어떤 의미를 얻어야 하는지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앞의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나 뒤에 소개할 "융, 호랑이 탄 한국인과 놀다"의 책과 비슷합니다. 다만 이 책은 여성성, 남성성, 로맨틱 러브가 온전하게 발현되어가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여성성에서는 "에로스와 프시케"의 신화, 남성성에서는 "파르시팔" 신화, 로맨틱 러브에서는 "트리스탄 이졸데" 신화를 가지고 설명합니다. 이 세 가지 신화들을 전혀 모른채 책을 읽어도 전혀 상관이 없으니 신화 잘 모른다고 겁먹지 마시길. 사실 저도 부끄럽지만 저 세 신화를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으니까요.


꿈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자신 속에 있는 여성성과 남성성을 성숙시키기 위해서 꼭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만약 본인이 남자라면 He부터, 여자라면 She부터. 그리고나서 추가로 남녀간의 사랑의 성숙 과정을 알고 싶다면 We를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전 세 권 모두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샀는데 She와 He는 온라인 알라딘에서는 품절이네요. 다른 서점에서 찾아야 할 듯 합니다.


융, 호랑이 탄 한국인과 놀다 - 10점
이나미 지음/민음인


이 책은 앞쪽에서 언급한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와 유사하게 우리나라의 옛 이야기들을 소개하면서 각각을 융 심리학적 방식으로 풀어주는 책입니다. 앞선 책이 "여성성"이라는 초점을 중심으로 바라봤다면, 이 책은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을 옛 이야기를 통해 살펴보고 있습니다. 대부분 알고 있던 옛 이야기들인데 그 속에 있는 몰랐던 영양분들을 쏙쏙 골라서 떠먹여주는 느낌이네요.


책 끝에 있는 저자의 말을 보기 전까지는 몰랐었는데, 융 분석가가 되기 위해서는 "민담"을 융의 분석심리학 관점에서 연구하는 것이 필수라고 합니다. 아마 그래서 고혜경 박사님도 자신의 고향인 제주의 신화 "할망"을 발굴해내서 "태초에 할망이 있었다"이라는 책으로 냈던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고씨가 제주도 성씨니...)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 10점
김현철 지음/나무의철학


"김어준의 MBC라디오 색다른 상담소"에서 처음 접했던 정신건강전문의 김현철 선생님이 쓴 꿈 해석 책입니다. 그 이후로 다양한 라디오 방송에서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고, 무한도전에서도 한 번 출연했었죠. 벙커1 팟캐스트에서도 "나상담"말고도 "개꿈은 없다"라는 강연으로 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계신 분입니다. 


이 책은 "MBC 서현진 아나운서의 굿모닝 FM"에서 매일 매일 청취자들의 꿈 사연을 받아서 나름의 해석을 해주던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 코너의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의미를 풀어보고 있습니다. 저자 분이 "영화"를 좋아하셔서 그런지 현대인의 "신화"라고 할 수 있는 "영화"도 이런 꿈 분석 방법으로 해석해보는 시도들을 하는 부분들도 흥미롭습니다.


다만 앞에서 소개한 책들과는 달리, 이 책의 저자는 꿈을 해석할 수 있는 정보가 오로지 청취자들이 보내준 "사연 글" 밖에 없습니다. 꿈을 꾼 본인을 직접 만나서 꿈이 어떤 의미일지 함께 찾아보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해석들이 어쩔 수 없이 좀 일반론적입니다. 하지만 꿈을 꼭 깊은 의미까지 파고들어가야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깊이 들어가지 않고도 우리는 꿈에서 삶을 건강하게 해주는 자양분을 꽤 얻을 수 있으니까요.


신화의 힘 - 10점
조셉 캠벨 & 빌 모이어스 지음, 이윤기 옮김/21세기북스(북이십일)


"융학파의 꿈해석"처럼 대담을 엮은 책입니다. 신화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거쳐갈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유명한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과의 인터뷰입니다. 이 책에서 그는 현재의 우리가 왜 신화를 알아야 하는지, 신화가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를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인터뷰라는 형식 덕분에, 좀 더 쉽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어 보였습니다. 저도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다가 다 못보고 반납했는데 이젠 사야겠네요. 아 또 지름신...


앞서 계속 언급했듯이 꿈을 이해하는 방법과 신화를 이해하는 방법이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융이 심리학에서 출발해서 신화까지 건드리게 되었다면, 캠벨은 애초부터 신화에서 출발한 사람입니다. 캠벨이 융의 분석심리학에 어떤 관심이나 이해가 있었는지는 제가 잘 모르겠지만, 심리학에서 출발한 사람과 어떤 차이나 있을지, 혹은 유사점이 있을지 참 궁금합니다.


꿈은 알고 있다 - 10점
디어더 배럿 지음, 이덕남 옮김/나무와숲
꿈이란 - 10점
데이비드 콕스헤드 외 지음, 이희정 옮김/평단문화사


이 두 책은 꿈 분석과는 좀 거리가 있습니다. 꿈을 분석하다가, "꿈"이라는 것 자체에 흥미를 느껴서 산 책입니다.


"꿈은 알고 있다"는 사람들에게 알려진 유명한 사람들의 꿈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주로 꿈에서 창조적인 영감이나 아이디어를 얻었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유명인들이 그 꿈들을 진짜 꾼 것이 확인할 수 있나 개인적으로 의문스럽기는 하지만, 가볍게 흥미위주로 읽어볼만한 책 같습니다.


재밌었던 것은 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창작품 중 현재 기록으로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것이 이순신 장군이 만든 "거북선"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점이었습니다. 최소한 저자가 상당히 폭넓게 사례를 찾아본 것 같습니다.


"꿈이란"은 인류 역사에서 "꿈"이 어떤 가치나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다양하게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특징은 동서양과 기원전 시대에서 현대까지 걸쳐서 존재하는 꿈과 관련된 유물, 그림, 사진 등을 소개해주는 점입니다.


기원전 1200여년 전의 이집트 파피루스에 200가지 꿈을 해몽한 사례가 기록되어 있고, 그 당시에도 섬기는 신이 다른 학파에 따라서 해몽이 달랐다는 내용을 읽으니, "꿈"이란 것이 인류의 시작부터 늘 관심사였는 것을 확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간과 상징 - 10점
칼 구스타프 융 지음, 이부영 외 옮김/집문당
꿈의 해석 - 10점
프로이트 지음, 김인순 옮김/열린책들


이 두 책은 조금 전문적이고 또 너무 깊숙히 파고드는 책입니다. 그 내용의 양과 깊이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쉽게 권하기는 힘드네요. 하지만, 좀 더 깊이 알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시는 분들께 추천합니다. "꿈의 해석"은 생각보다 재밌게 읽을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가 자신의 꿈을 직접 해석해가는데, 워낙 글을 잘 쓰는 사람인지라 읽는 맛이 나름 있습니다. 


꿈을 해석하거나 신화를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상징"입니다. "인간과 상징"은 그 상징에 대해 아주 자세히 파고든 책으로 융이 대중들을 위해 죽기 직전까지 만든 책입니다. 융은 앞서 "융학파의 꿈해석"에서 인터뷰했던 "폰 프란츠" 박사를 포함한 융 학파의 4명과 함께 이 책을 썼습니다. 이 책에서 융은 가장 중요한 1장 "무의식으로 가는 길"과 책 전체 감독을 맡았습니다. 비록 책이 출간된 것은 융이 죽은 이후였지만, 죽기 전에 자신이 맡은 부분을 탈고했고, 다른 저자들의 글의 초고를 모두 승인했다고 하니, 이 책 내용은 모두 융이 의도한 데로 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책을 쓰기를 계속 거절하던 융이 마침내 설득되어 쓰기로 하기 직전에 꾼 꿈이었습니다.


...그가 스스로 굉장히 중요하다고 여긴 꿈을 꾸게 된 것이 바로 이때였다(이 책을 읽다보면 독자들은 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해할 것이다). 그것은 세계 여러 곳에서 찾아온 저명한 의사나 정신과 의사와 그의 서재에 앉아서 이야기하는 대신에 공공의 장소에 서서 그의 말에 열중하여 그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강연하는 꿈이었다.


1, 2주가 지나서 포지스가 융에게 임상가나 철학자의 연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일반인이 읽을 새로운 책을 써달라고 다시 간청했을 때, 융은 설득될 수 밖에 없었다.


- 칼 구스타브 융, "인간과 상징" 존 프리먼의 서문 중


제가 미처 찾지 못한 다른 책들도 분명 있을 테지만, 제가 그동안 마음에 들어서 읽고 샀던 책은 여기까지입니다. 사람들이 꿈 해몽보다 꿈 분석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우리 사회가 더 행복해질 것이라 믿고,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서 이 글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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