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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법정 드라마, 리갈 하이를 다봤다. 여주인공 마유즈미 마치코 역할을 아라가키 유이가 맡았다. 그것만으로 드라마를 보기에 충분했다.

아라가키 유이는 왜 보기만 해도 좋지?

그러나 사카이 마사토가 연기한 남주인공 코미카도 켄스케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법정에서 한 번도 진적이 없는 변호사 코미카도 켄스케. 이 캐릭터 안에는 빅뱅 이론의 쉘든이나, 셜록의 홈즈도 언뜻 보였다. 라이어 게임의 아키야마, 드래곤볼의 무천도사도 한숟갈 넣어서 만든 듯한 인물이다.

 

빛은 어둠이 있어야 밝아보이고, 빨간색은 파란색 옆에서 가장 붉게 보인다. 돈에 환장하고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남주인공, 돈보다 진실을 추구하고 정의감에 불타는 여주인공. 이렇게 상반된 두 캐릭터를 찰싹 붙여두니 지루할 새가 없고, 서로가 서로를 빛나게 한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일본 드라마는 참 잘 만든다.

재밌게 했던 법정 추리 게임, 역전 재판

드라마 전개는 역전 재판 게임이 떠올랐다. 반전을 거듭하는 법정 공방이 매 에피소드마다 벌어진다. 다만, 여러 흔한 추리물과는 차이가 하나 있다. 리갈 하이는 "진실"이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피고측과 원고측은 각자의 주장을 하고, 판사가 그 중 한 쪽에게 손을 들어줄 뿐이다. 리갈 하이는, 매 사건마다 "당신은 어떤 의견입니까?"라고 우리에게 묻는다. 마치 각자 스스로 판결을 내리라는 듯이.

당신은 누가 옳다고 생각하는가?

이런 관점이 내게는 흥미로웠다. 실제 현실도 그렇지 않을까? 판사가 판단한 것이 사건의 진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 법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일까.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일까.

 

한국 드라마 "신의 저울"은 법과 법조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묻는 작품이었다. 그러나 신의 저울에서는 시청자가 "진실"을 알 수 있었다. 진실을 향해 가는 길이 험난했을 뿐이다. 

 

하지만 리갈 하이는 "진실"을 우리가 알 수 있느냐고 묻는다. 현실 문제는 수능 문제가 아니다. 문제가 우리에게 주어질 뿐, 정답지는 주어지지 않는다. 서로 자신이 정답이라고 주장을 피를 토하며 할 뿐이다.

"추악함을 사랑하라"

 

속물적인 남주인공이 남긴 이 대사는 강렬했다. 나는 무릅을 쳤다. 인간을 사랑한다는 건, 인간의 아름다움과 함께, 인간의 추악함도 사랑한다는 뜻이다. 이는 타인을 향한 사랑도, 자신을 향한 사랑도 마찬가지다.

 

내가 나이 들면서 유일하게 바뀐 것은, 추악함을 사랑하게 된거다. 무능하고, 게으르고, 질투하고, 욕심 많은 나 자신. 이런 추악함들을 더이상 비난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난 이전보다 더 행복감을 느낀다.

일본 드라마 리갈 하이는 국내에서는 현재 왓챠에서 볼 수 있다. 아라가키 유이를 보고 싶은 사람, 역전 재판 같은 전개를 좋아하는 사람, 법이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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