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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오큘러스 퀘스트 2로 와이파이 6 공유기를 통해서 무선 에어링크로 알릭스를 즐기고 있다. 비록 그래픽은 최하로 플레이하고 있는 하프라이프 알릭스지만, 감탄이 나온다. 사람들이 감탄하는 이유가 있구나. 

 


현재 플레이 타임 5시간, 진도는 챕터 3 을 진행중이다. 게임은 챕터 11까지 있다고 한다. 챕터 3에서 매우 감탄이 나와서 참을 수 없어서 이렇게 소감을 기록해둔다.

게임 시작한 챕터 1에서는 VR의 참맛인 상호작용 구현도에 감탄했다. 

총을 쥐고 있는 손으로 총을 사용해 물건을 밀수도 있고, 벽에 총이 닿으면 총이 벽들 뚫고가지 않게 해놨다. 플레이어 손에 있는 총조차도 다른 물건들과 상호작용하게 해둔거다. 

 

또한 스토리 진행과 함께 자연스럽게 게임 속 요소들을 활용해가면서 적응하도록 되어있다. 이 과정도 매우 즐겁다.

챕터 2에서는 플레이어가 게임 속 전투와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게 아주 적절한 긴장감과 난이도의 전투를 준다. 

권총 탄창 하나에 겨우 총알이 10발 밖에 안들어간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도 경험한다. 조준하지 않는 총알이 얼마나 쉽게 빗나가고, 그 빗나감 덕분에 얼마나 자주 탄창을 갈아야하는지 체감한다. 전투중 권총의 탄창을 갈아야 하는 것은 정말 위험 천만한 일이다. 긴장감이 끝내준다.

 

생각해보니 게임 설계를 일부러 권총으로 한 것 같다. 물론 양손으로 들어야하는 기관총은 아직 VR로 몰입감을 충분히 주기 어렵다는 이유가 크겠지만, 권총은 기관총들에 비해 VR로서 훌륭한 경험을 선사해준다. 보통 PC 나 다른 FPS 게임들을 화끈하게 적을 쓰러뜨리는 재미를 준다면, 알릭스는 권총이라는 무기의 현실감을 느끼게 해준다.

 

권총의 "한계"를 경험하도록 하고, 그 무기에 "능숙해지는" 과정을 즐기게 해준다. 재장전을 직접 손으로 해야하고, 떨리는 손으로 사격이 얼마나 부정확한지도 경험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너무 리얼하지 않고 게임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서포트도 잊지 않는다. 처음에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조준하는 타겟을 주고, 느리게 움직이는 타겟을 쏘게 하다가, 빠르게 움직이는 타겟을 써야할 시기가 올 때 쯤에는 조준경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플레이어에게 "현실"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VR의 매력이지만, "현실"만 느끼게 해주면 정말 현실같이 힘이 들어서 게임을 지속할 수 없다. 매번 아이템을 줍기 위해 몸을 숙이거나 멀리까지 갈 필요 없도록 중력 장갑이라는 아주 멋진 아이템을 준 것도 그렇다. 직접 허리 숙여 주울 수도 있지만, 게임이기 때문에 조금은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 권총의 조준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실제 사격을 배워야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원하지는 않으니까.

 

챕터 3에서는 서서히 플레이어의 숙련도를 요구하는 어려운 난관들을 준다.

 

여기서 처음 죽어본 것 같다. 플레이어에게 극복할만한, 그러나 이전보다 어려운 상황들을 주면서 순간순간 판단력을 익히도록 한다.

권총과 샷건 중, 어느 쪽이 유리한 무기일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준다. 권총 총알 보급이 줄어들다가 바닥날 쯤에 샷건 총알이 충분히 모이게 되있고, 그 쯤에 샷건으로 싸우기 딱 좋은 타이밍이었다. 그러다 샷건 총알이 떨어질 쯤이면 다시 권총의 정밀한 사격이 필요한 환경이 조성된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 여러 목표물 중 어느 쪽을 우선해야하는지도 스스로 깨닫도록 만들어 놓았다. 정말 세심하고 영리한 설계다.

덕분에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을 마주하면서 동시에 내가 그걸 적절하게 극복해냈음을 경험하게 해준다. 스스로 내린 좋은 판단에 대한 성취감은 정말 기분 째진다. 게임으로서만이 아니라, 교육적인 측면에서도 학습자가 꾸준히 성장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설계한 세밀한 레벨 디자인이 너무 훌륭한 것 같다. 늘 생각하지만, 교육자들은 게임에서 많은 것들을 배워야한다. 게임 회사들이 어쩌면 교육 설계를 잘하지 않을까.

에어링크 덕분에 알릭스를 내 올드한 그래픽 카드(RX570)로도 플레이 가능해진 것이 너무 감사하다. 물론 나중에 고사양으로도 다시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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