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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Zero Down

 

라이너 크니지아는 참 지나칠만큼 많은 게임을 만들고 있는 사람입니다. 일본에서는 이 크니지아 박사(수학 박사로 알고 있습니다.)를 많이 좋아하는지, 한국서는 보기 힘든 그의 게임을 일본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이 제로였습니다. 1998년 작인데, 지금도 일본 어느 보드게임 샵에서도 구할 수 있더군요. 한국에서는 보기조차 힘든 게임이었는데, 최근 한글판이 나왔다는 소식에 반가워서 이렇게 짧은 리뷰라도 올려봅니다. "에듀카"라고 교구를 주로 다루는 곳에서 소리소문 없이 출시했네요.

 

(출처: 팝콘에듀 상품 사진)

 

게임 시간 20분에 2-5인까지 가능하지만, 2인보다는 다인플이 좋은 간단한 필러 게임입니다. 필러 게임으로서 "짧은 시간", "다양한 인원", "간단한 규칙"의 조건들을 모두 잘 만족시키고 있죠. 그리고 눈치와 카드 카운팅 요소도 적절히 들어가있습니다. 공간도 거의 차지하지 않고, 카드 50여장이기 때문에 휴대성도 매우 뛰어나죠. 제가 들고다니면서 카페에서 가볍게 비보드게이머 친구들과 하기 좋은 게임입니다.

 

제로는 숫자 1~8까지 7가지 색깔의 카드, 즉 56장의 카드만 사용하는 게임입니다. 게임의 규칙은 크니지아 답게 매우 매우 간단합니다. 우선 각자 9장의 카드를 손에 받습니다. 그리고 중앙에 5장의 카드를 오픈합니다. 남은 카드는 게임에서 제거합니다. 이게 게임 준비 끝입니다. 간단하죠?

 

 

게임은 선부터 시계방향으로 자기 차례가 오면 2가지 중 한 가지 행동을 합니다.

 

첫째, 손에 있는 카드 1장과, 바닥에 있는 카드 1장을 교환한다.

둘째, 테이블에 "똑똑" 노크하면서 패스한다.

 

게임 중, 총 두 번의 패스 선언이 나오면 나머지 사람들이 한 턴씩 플레이를 진행하고 게임이 끝납니다. 혹은 누군가 "제로"를 선언하면 즉시 끝납니다. 이 게임에서 점수는 자신의 손에 있는 카드에 의한 "마이너스" 점수가 다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숫자의 종류에 따라서 벌점을 먹습니다. "단, 같은 숫자나 같은 색깔이 5장 이상"인 카드는 0점으로 벌점이 되지 않습니다.

 

(출처: 팝콘에듀 제품 소개글)

 

이 게임에서 벌점을 안 받는 방법은 "제로"를 만드는 경우 뿐입니다. 그러나 손에 드는 카드가 9장이기 때문에 5장이 같은 색깔이고, 5장이 같은 숫자인 경우, 반드시 1장의 카드가 중복으로 사용되어야만 합니다. 아래와 같은 경우가 벌점이 0인 "제로"입니다.

 

 (출처: 팝콘에듀 제품 소개글)

이런 제로를 만들면, 즉시 게임이 종료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미처 손에 높은 카드를 해소하지 못해서 벌점을 크게 받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게임은 위의 과정을 인원수 만큼 반복하고 가장 적은 벌점을 받은 사람이 승리하게 됩니다.

 

 

이 게임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카드를 버리고 어떤 카드를 가지고 가는지 잘 관찰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적은 벌점을 먹기 위해서는 높은 카드를 버리고 낮은 카드를 모아야 안전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누군가가 그 높은 카드를 모아서 제로를 만들기 쉽게 됩니다.

 

색깔은 7가지고 숫자가 1-8까지 있기 때문에, 같은 색깔을 5장 모으는 것이 같은 숫자 5장을 모으는 것보다 좀 더 쉽습니다만, 그만큼 다양한 숫자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그리고 이 게임은 모든 카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숫자나 색깔이 원하는 만큼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또한 게임 종료 시점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입니다. 내 핸드가 충분히 낮은 점수라면, 다른 이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도록 내 턴을 희생해서 게임을 빠르게 끝내는 것도 전략이 됩니다.

 

 

자기 핸드를 위험하지 않으면서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 그와 동시에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카드가 어떤 숫자나 색깔인지 파악해서 이를 내주지 않는 것. 간단한 규칙으로 상당히 멋진 상호작용을 만들어낸 게임입니다. 역시 크니지아 답네요. 다만 처음하면 자기 패만 보기 때문에 조금 말도 없이 건조해보일 수는 있더군요. 그러나 여러판 할 수록 다른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며서 그런 건조함이 줄어들거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처음 받은 카드 운이 꽤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전략성이 아주 높다고 할 수는 없으나, 다양한 인원으로 빠르게 즐길 수 있는, 필러 역할에 충실한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를 적지 않은 사진은 보드게임긱에서 가져온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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