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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틀스 Schüttel's

 

최근 라마나타님 덕분에 해볼 수 있게 된 게임 "슈틀스"입니다. 처음에 이 게임을 검색해보고 평점이 겨우 6.0을 겨우 넘길레, 재미없나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게임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리고 옆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테이블에서 끝없이 나오는 웃음 소리를 들으면서 궁금했습니다. 제 테이블은 인원이 적었어서 그래도 할 수 있다길레 3인플로 곧장 해봤습니다. 그리고 내내 웃었네요.

 

우선 이 게임은 전략 게임은 전혀 아닙니다. 파티게임입니다. 그리고 운의 요소 대신 덱스터리티 요소가 들어간 것이 이 게임의 핵심입니다. 3~6인 까지 즐길 수 있는데, 인원이 적어도 재밌습니다만, 사람이 많으면 더욱 웃음이 많이 나올 듯 합니다. 게임이 비슷하진 않지만, 비슷한 기분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은 "마헤" 같습니다. 그보다 좀 더 도박적인 느낌이 강하지만요.

 


 

 

게임의 테마는, 모든 사람들이 일을 안하는 놀라운 계곡 마을(;)에서 마법사들이 노움들을 끌고와서 마법을 부린다는 스토리입니다. 위의 사진에 컵이 마법의 컵입니다. 그리고 거기 안에 넣는 미플 같은게 노움들입니다. 이게 이 게임의 핵심이죠. 크크크.

 

게임 규칙은 간단합니다. 각자 400원과 자기 토큰 8개를 갖고 시작합니다. 자기 차례가 오면, 마법의 컵 안에 15명의 노움들을 넣고, "딱 한 번만" 손을 까딱, 해서 트레이 안에 노움들이 떨어져 나오도록 합니다. 무조건 딱 한 번입니다. 누가 두 번 하는 순간, 옆에서 그 사람 손목 한 번 붙잡아 주시죠.

 

(출처: 영화 타짜 (c) 싸이더스 FnH)

 

그럼 나온 노움(미플) 숫자를 셉니다. 그 숫자가 자신의 행동을 결정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건, 15개의 미플이 모두 나오거나, 1개도 안나오는 경우에는 벌금을 40원 내야 한다는 겁니다. 그 밖에도 1개 혹은 3개 나오는 경우도 벌금 40원 입니다. 이렇게 지불한 벌금은 아래 사진처럼 보드판 한 가운데 차곡차곡 쌓입니다. (추가로 저희는 하우스 룰이지만, 저 파란 트레이 밖으로 미플이 나가면 "낙"으로 벌금으로 정해서 했습니다.)

 

 

그러다 누가 "14"를 성공시키는 순간, 그 사람은 그 쌓인 돈을 혼자 꿀꺽합니다. 잭팟이죠. 크크크. 하지만 이 14를 노리려고 하다가 미플 15개 전부 쏟아버리는 것을 끊임없이 보면서 한참 웃게 됩니다. 이게 이 게임의 핵심 포인트입니다.

 

이 컵에서 미플을 한 번 쏟아 내는 행동이 별거아니지만, 왠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고, 그러나 그 결과는 참혹하고... 머 이런 기분을 계속 느끼시거나 그걸 구경하면서 낄낄 거리실 수 있습니다.

 

 

다른 숫자의 미플이 나오면 보드판에 있는 행동들을 합니다. 위의 보드판에서 "빨간색"은 안좋은 효과, "녹색"은 좋은 효과, "파란색"은 가장 많은 경우입니다.

 

4,5,6과 8,9와 11,12은 건물에 자신의 토큰(상품)을 놓거나 빼는 행동입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상품을 놓을 때마다 기존에 놓인 상품들이 한 칸씩 올라갑니다. 놓지 않고 있던 자기 상품을 빼기로 한다면 원하는 토큰들을 버리면서 해당하는 금액의 돈을 은행에서 받습니다. 한 마디로 같은 숫자가 2번은 나와야지 돈을 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나오기 전에 누군가 내 상품의 가치를 올려주면 기분이 좋겠죠. 후후.

 

 

7번은 안좋은 효과입니다. 기존에 건물에 놓여있는 자기 토큰을 하나 버려야 합니다.(돈 못 받고) 건물이 놓인게 없다면 갖고 있는거 하나를 버려야 합니다.

 

10번은 10번 칸에 자기 토큰을 놓고 (그 칸에 놓인 토큰 수)x10원씩 다른 사람들로부터 돈을 받는 행동입니다. 역시 사람이 많을 수록 여기에서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좋지요.

 

13번은 은행이라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사채업자 같습니다. 처음 13이 나왔다면 13번 칸에 토큰을 놓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10원씩 줍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13이 나온다면 내 토큰을 버리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30원씩 받아옵니다. 후후. 원금의 3배를 되돌려 받는 사채입니다.

 

 

게임은 이게 답니다. 엄청 간단한 게임입니다. 덱스터리티인 것 처럼 보이는 운빨 게임이라는 게 포인트 같습니다. 내가 컨트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그게 사람들을 벌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습니다. 그러다 누군가 잭팟을 터트려서 14로 거금을 먹으면, 다들 눈이 돌아갑니다. 더욱 더 구렁텅이로.... 라스베가스나 마헤는 주사위 탓이라고 할 수나 있지, 이건 그저 내 손을 탓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크크크.

 

이 게임을 하면서 이런 "컨트롤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게임으로 일본의 빠칭코와 미국의 핀볼이 떠올랐습니다.

 

(출처: Flickr, Photo by Herry Lawford)

 

위의 빠칭코 기계를 보시면 아래쪽에 컨트롤 할 수 있는 손잡이가 있습니다. 이 손잡이로 구슬을 날리는 떨어뜨리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요. 이게 내가 "단순히 운에 맞기는 것이 아니라 컨트롤 하고 있다"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출처: Flickr, Photo by PinballRobin)

 

핀볼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수동적이죠. 구슬을 얼마나 넣어주는지 컨트롤 하는 것이 아니라, 구슬을 내가 적절한 힘으로 팅겨내는 것을 조절하게 해줍니다. 이것 역시 "단순히 운이 맞기는 것이 아니라 컨트롤하고 있다"는 기분을 맛보게 해주는 요소죠.

 

슈틀스는 이런 기분을 맛보게 해주는, 게임을 하고 있는 내내 끊임없이 욕심을 유도하는 멋진 파티 게임이었습니다. 푸쉬유얼럭(Push your luck)이 운과 실력을 겨루게 하는 게임이라면, 이 게임은 운과 컨트롤 능력을 겨루게 하는 게임 같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좋은 파티 게임이었습니다.


ps. 출처를 적지 않은 이미지들은 보드게임긱 Schuttel's 페이지의 이미지와 자료실에 있는 영문 룰북에서 가져온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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