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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츠 잇 투 야(What's it to ya?)

 

2년 전 이 게임의 존재를 알게된 이후부터 계속 한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게임이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행복한 바오밥에서 정식 한글판을 출시해주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출처: 보드게임긱)


"What's it to ya?"는 번역하면 "너한테는 그게 어떤데?" 라는 뉘양스의 문장입니다. 이 말이 이 게임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게임 규칙은 아주 단순합니다. 임의로 뽑은 5개의 단어를 보고 출제자가 자신의 마음 속으로 그 다섯 가지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우선순서를 정해서 토큰을 사용해서 비공개로 표시해둡니다. 그러면 나머지 사람들은 그 사람의 순위를 맞추기 위해서 각자의 토큰을 사용해서 표시합니다. 모두 결정했으면 이제 모든 토큰을 뒤집어 공개하고, 가장 많이 출제자의 순위를 맞춘 사람에게 점수가 주어집니다.


(출처: 보드게임긱)


너무 단순하다고요? 맞습니다. 매우 단순합니다. 규칙만 들으면 그게 무슨 재미야~라고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게임의 재미는 두 가지에서 옵니다. 


첫째, 게임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단어들입니다. 이 게임에 들어있는 단어들은 그 분야가 매우 다양합니다. 평소에 서로 동등한 관점에서 비교하지 않던 것들이 서로 등장했을 때, 이들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카드가 총 180장이고 앞 뒤로 다른 단어이기 때문에 총 360가지의 단어가 들어있습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편의점과 크리스마스 중에서 당신에게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인가요?


직업 윤리와 초콜렛 중에서 당신에게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인가요? 


퇴직금과 점심시간 중에서 당신에게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인가요? 


키스와 종교의 자유 중에서 당신에게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인가요?


명예와 택배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중요합니까?


위와 경우에는 선택이 어려우면서도 참 웃음이 터지기도 하는 선택입니다. 반면에 어떤 경우에는 매우 철학적인 고민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언론의 자유와 평화 중 무엇이 중요할까요? 


배려와 자존감 중에서 당신은 어떤 것을 선택하겠나요?


(출처: 보드게임긱)

(저라면 명예보다는 택배가....)


두번째 재미 요소는 바로 함께하는 사람들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다른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로 너무도 다른 생각이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재미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은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게임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게임에서의 재미는 "승리"에서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 게임을 재밌게 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출처:Flickr)


1. 서로 상대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거나 친밀한 사람들과 해야합니다.


가장 중요한 조건입니다. "이 사람은 어떤 걸 좋아할까? 어떤 걸 선호할까?"라는 생각을 하고 싶고, 이를 맞추고 싶어해야 합니다.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건, 어떤 걸 중요하게 여기던 자신은 거기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 이 게임을 그 사람과 함께 해서는 안됩니다. 쉽게 말하면 "함께 있는게 즐거울 정도로 친한 사람"들과 하던지, "서로가 서로를 알고 싶어하는 집단"에서 해야합니다. 


(출처:Flickr)


2. 자기 자신이 무엇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솔직한 마음으로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출제자가 아무 생각 없이 순위를 매기는 경우 이 게임을 망가집니다. 자신은 왜 이것을 다른 것보다 더 중요하게 여기는지, 그 이유를 진심으로 이야기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게임은 순위 확인 이후, 왜 그렇게 순위를 놓았는지 서로가 설명하고 이야기 하는 것이 매력입니다. 서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그 차이를 서로 확인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서로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해주는 게임입니다. 서로에 대한 생각 차이에 관심이 있다면 게임이 끝나고도 참 많은 이야기를 즐겁게 나눌 수 있습니다. 


(출처:Flickr)


저는 이 게임을 보드게임 모임에서는 잘 돌리지 않습니다. 그보단 친한 친구들, 혹은 가족 및 친척들, 혹은 친해지고 싶은 상대와 함께한 자리에서 돌리는 게임으로 저는 생각합니다. 


코드네임이나 딕싯, 콘셉트, 텔레스트레이션, 등등 많은 파티 게임들이 사람들의 생각의 차이를 느끼면서 즐거움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왓츠잇투야는 그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을 드러내게 하는 게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함이 중요한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나와 너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웃으면서 즐겁게 나눌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입니다. 우리는 여럿이 모여서 밥이나 술을 먹고 마시면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나요? "우리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나요? 그 이야기가 "나와 너, 서로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나의 마음 속을 조금은 내보일 수 있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면, 마음이 풍성해질 수 있는 게임, 왓츠잇투야를 저는 너무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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