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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SF 테마의 게임을 좋아합니다. 특히, 우주 개척 테마 게임엔 사족을 못 씁니다. 인생 게임으로 레이스 포 더 갤럭시와 롤 포 더 갤럭시를 뽑고, 지구를 떠나다 특유의 분위기에 감탄하고, PC 게임이지만 문명 : 비욘드 어스를 테마만 듣고 예구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섣부른 예구의 끝은 마냥 좋진 않았습니다.

테라포밍 마스는 제 취향을 정확히 저격한 게임입니다. 화성을 개척해서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경쟁 유로 게임이라니요! 게임이 재미있건 없건 좋은 평을 받건 못 받건이 중요한게 아니었습니다. 일단 사서 해보는 것이 중요했죠.



이름 : Terraforming Mars

디자이너 : Jacob Fryxelius

제작년도 : 2016

인원 : 1-5인

연령 : 12세 이상

시간 : 90-120분

분류 : 핸드 관리, 플레이어 능력, 타일 놓기

보드게임긱 순위 : 848 (2016/9 기준)


테라포밍 마스는 카드로 진행되는 핸드 관리/타일 놓기 게임입니다. 게임의 룰은 조금 복잡한 편으로, 여기서는 간단히 서술하겠습니다.

게임의 목표는 화성을 지구와 최대한 비슷한 환경으로 만들어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플레이어들은 화성 테라포밍에 참여한 대기업으로서, 영하 30도에 달하는 표면을 따뜻하게 만들고, 대기 내 산소 비율을 높이고, 바다를 만들어 미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하면서 점수를 얻습니다. 화성을 살기 좋은 땅으로 만드는데 가장 많은 기여를 한 기업이 승리하게 됩니다.



게임 시작 시 10장의 카드와 2장의 기업을 받습니다. 모든 기업은 시작 자원과 생산량이 다르고, 특수 능력이 있습니다. 손에 들어온 카드와 두 기업을 비교한 후, 한 기업을 선택하고 시작 자원을 받은 뒤, 자신이 갖고 싶은 카드 1장 당 3 메가크레딧을 지불하여 카드를 가져옵니다. 카드 수의 제한이 없기에 원한다면 10장 모두를 30 메가크레딧을 내고 가져올 수도 있고, 한 장도 안 가져와도 좋습니다.

모두가 기업과 카드를 선택했다면 선 플레이어부터 게임을 진행합니다.


게임은 총 4 페이즈로 진행됩니다.

1. 플레이어 순서 페이즈 : 선 마커를 다음 사람에게 넘깁니다. 첫 라운드엔 생략합니다.

2. 연구 페이즈 : 카드 4장을 받아 원하는 만큼 가져오고 1장 당 3 메가크레딧을 지불합니다. 이 단계에 드래프트 룰을 적용하여 드래프트 후 카드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첫 라운드엔 생략합니다.

3. 행동 페이즈 : 선 플레이어부터 1개 또는 2개의 행동을 하고 다음 플레이어에게 턴을 넘깁니다. 행동엔 메가크레딧을 지불하고 카드를 사용하거나, 마일스톤 및 보상을 차지하거나, 카드 대신 기본 능력을 사용하는 등의 행동을 포함합니다.

4. 생산 페이즈 : 생산량만큼 각 자원을 얻습니다.



이 게임의 핵심은 카드 활용입니다. 카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이벤트 카드는 일회용입니다. 뒤집어 놓았다가 게임 종료 시에만 추가 승점을 계산합니다. 자동화 카드는 특수 효과는 일회용이지만, 오른쪽 위의 아이콘이 남아있어 추가적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활성화 카드는 즉시 발동하는 효과가 있고, 지속적으로 활용되거나 매 라운드 한 번씩 사용할 수 있는 추가 기능이 있습니다.

이들 카드들은 특정 자원의 생산량과 자원량을 변경시키고, 녹지, 바다 및 도시 타일을 놓을 수 있게 해주며, 산소 수치와 기온을 증가시킬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밖에 화성의 위성을 개발하게 해준다던지, 애완동물을 키울 수 있게 해준다던지, 생명의 증거를 찾아 저장하게 해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승점을 얻을 수 있게 해줍니다.

카드를 쓰는 대신 모두에게 열려있는 기본 능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기능들은 카드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효율이 떨어집니다. 또 녹조 및 열에너지를 사용하여 산소 및 온도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이들을 활용하여 할 수 있는 다른 것들이 많지 않으므로 자원이 충분히 모일 때마다 하게 될 행동입니다.



3대 요소, 즉 산소, 바다, 그리고 온도를 지구와 가깝게 만들수록 테라포밍 레이팅 (TR)이 1씩 증가합니다. 이는 게임 종료 시 점수이기도 하지만, 매 라운드마다 받는 수익 중 일부분이기도 합니다. 화성 개발을 많이 하면 할 수록, 정부에서 기업의 노력을 높게 사고 더 많은 지원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모든 조건이 충족되면 그 라운드까지 진행하고 게임이 종료되며, 지은 녹지와 도시, 사용한 카드 등에서 얻은 추가 점수와 TR을 합쳐 가장 높은 승점을 획득한 플레이어가 승리하게 됩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역시 테마입니다. 디자이너는 화학 박사 학위를 가진 과학 선생님으로, 평소에도 이 주제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테라포밍 마스는 여타 '공상' 과학 게임과는 다르게 묘하게 현실성을 띕니다.

룰북의 앞부분엔 왜 대기 산소 비중이 14%여야 하는지, 화성의 온도가 섭씨 8도 이상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또, 카드 한 장 한 장은 먼 훗날 실제로 화성을 테라포밍할 때 시도할만한 방법들로 구성되어 있지요. 얼음으로 된 소행성을 화성에 충돌시켜 물을 얻고, 산소 없이 버티는 인조 식물들을 심다 보면 나도 모르게 테마에 몰입하게 됩니다. 그만큼 그 일련의 작업들이 그럴싸하거든요.



게임의 볼륨 역시 상당합니다. 카드가 200장 넘게 들어있는데, 모든 카드의 가격과 효과가 조금씩 다릅니다. 기업의 수도 많고 모두 독특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매번 플레이할 때마다 전혀 다른 느낌으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카드 운은 드래프팅 룰을 사용한다면 꽤 줄일 수 있기에, 카드 드리븐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운적 요소가 적고 깊이가 깊은 편입니다.

카드의 효과가 전반적으로 좋고, 같이 모으면 콤보가 되는 카드들도 존재하기에, 카드는 되도록 많이 가져올수록 좋습니다. 하지만 카드를 가져오는덴 메가크레딧이 듭니다. 이런 류의 게임이 다 그렇듯이 돈은 항상 부족하고, 활용하고 싶은 카드는 많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매 라운드마다 고통스럽지만 즐거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화성에서의 타일 놓기 싸움도 꽤나 치열합니다. 내 도시 타일 주변의 녹지 타일 하나 당 1점을 얻는데, 그것이 누구의 녹지 타일이건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게임 시작부터 끝까지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는 싸움이 벌어집니다. 때로는 정치질의 희생양도 생깁니다.

이처럼 게임성은 정말 훌륭합니다. 심지어 카드도 텍스트가 거의 의미없을 정도로 아이콘이 잘 되어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한글화도 필요없을 정도입니다.



단점은 의외의 곳에서 발견됩니다. 게임의 종료 조건이 '3가지 공동의 목표 달성'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2인플과 4인플의 플레이 시간의 차이가 없습니다. 게임을 둘이 하건 넷이 하건 온도, 바다, 산소 수치를 모두 달성해야 게임이 끝나기 때문에, 2인 게임은 4인 게임에 비해 질질 끌립니다. 2인 게임을 자주 하는 저에게 이것은 무시할 수 없는 단점입니다.

아트웍도 뭔가 이상합니다. 몇몇 카드는 그림으로 되어 있고 몇몇 카드는 사진으로 되어 있는데, 일관성이 전혀 없습니다. 카드의 그림만 떼다가 늘어놓으면 같은 게임인 줄도 모를 정도입니다. 굳이 그림과 사진을 병용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박스 커버의 아트웍은 역대급인데, 박스 안에 든 내용물은 기대에 못 미칩니다.

룰북도 조금 아쉽습니다. 사실 룰이 무거운 유로 게임 치고 많이 어렵진 않은데, 설명이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레퍼런스 시트 대신 카드에 룰이 간략하게 적혀 있는데, 이게 한 장이 아니라 여러 장에 나뉘어 적혀 있습니다. 이럴 경우엔 차라리 레퍼런스 시트를 크게 만들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큰 기대를 갖고 접한 게임이기에, 그만큼 아쉬운 부분들이 크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만큼 게임은 재미있습니다. 얼른 물량이 풀려 많은 분들이 한번씩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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