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2015년은 보드게이머들에겐 잊지 못할 한 해였을 것입니다. 수많은 게임들이 출시되었고, 그 중 상당수가 좋은 평을 받았으며, 몇몇 게임들은 보드 게임 역사에 굵직한 이정표를 세우기까지 했죠. 가족 게임, 파티 게임, 중간 무게의 유로 게임, 무거운 유로 게임, 테마 게임, 2인 게임, 협력 게임 그 어느 하나 빼놓지 않고 명작들이 쏟아져나와, 다양한 취향을 가진 게이머들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드게임긱의 1위 자리를 차지하는 게임이 발매되기도 했지요.

엘리시움 역시 2015년에 발매된 게임입니다. 연초에 발매되어서 그런지 국내에선 언급도 잘 안 되고, 상과도 별 인연이 없는 게임이지요. 저는 이 게임이 시대를 약간 잘못 타고 났다고 봅니다. 묻혀서 그렇지, 게임 자체는 꽤나 재밌는 게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름 : Elysium

디자이너 : Matthew Dunstan, Brett J. Gilbert

제작년도 : 2015

인원 : 2-4인

연령 : 14세 이상

시간 : 60분

분류 : 카드 드래프팅, 셋 컬렉션

보드게임긱 순위 : 242 (2016/9 기준)



엘리시움은 바닥에 깔린 카드를 가져가며 진행하는 카드 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그리스 신화의 반인반신들로서, 여러 주신들의 가호를 받아 역사에 남을 전설을 남기기 위해 경쟁합니다.

게임 시작 전, 총 8종류의 신 중 5종류의 신을 골라 그에 해당되는 카드들을 섞어 덱을 만듭니다. 총 5라운드로 게임이 진행되며, 매 라운드마다 플레이어 수 x 3 + 1의 카드를 바닥에 깝니다. 플레이어들은 이 카드들을 순서대로 가져가게 됩니다.



카드를 가져오기 위해선 독특한 규칙을 따릅니다. 플레이어들은 매 라운드 시작마다 총 4종류의 기둥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카드에 적혀 있는 해당 기둥들이 모두 있을 때에만 그 카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카드를 가져온 후엔 가지고 있던 기둥 중 하나를 포기합니다.

또, 퀘스트 타일을 필수적으로 가져와야 합니다. 퀘스트는 턴 순서를 정해주고, 보너스를 줍니다. 이런 류의 게임이 다 그렇듯이 후턴이 받는 보너스가 일반적으로 더 좋습니다.

모든 기둥을 다 포기하게 되면 라운드가 종료되므로, 매 라운드마다 반드시 카드 3장과 퀘스트 하나를 가져오게 됩니다.



가져온 카드는 우선 도메인 (이승)에 놓입니다. 이 도메인에 놓인 카드들은 가져온 플레이어에게 여러 가지 특수 능력을 부여합니다. 가져오는 순간 효과를 받기도 하고, 효과를 원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카드도 있으며, 지속적으로 보너스를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메인에 있는 카드들은 게임 종료 시엔 결국 버려지며, 따라서 이 카드들을 돈을 내고 엘리시움 (극락)으로 옮겨와야 점수가 됩니다. 좋은 전설은 기승전결이 확실하듯이, 점수를 얻기 위해선 셋을 모아야 합니다. 같은 신의 서로 다른 숫자의 카드를 모으거나, 서로 다른 신의 같은 숫자의 카드를 모으면 점수가 됩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엘리시움으로 추가된 카드들은 그 효과를 대부분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모든 라운드 종료 후 가장 위대한 전설을 써내린 , 즉 점수가 가장 높은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이 게임은 카드를 모아 콤보를 터뜨리고 점수를 획득하는 전형적인 셋 컬렉션 게임입니다. 다른 게임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형태이지요. 엘리시움은 여기에 몇 가지 차별점을 둡니다.

첫째는 그리스 신화라는 테마에 잘 어울리는 여러 신의 존재입니다. 총 8종류 중 5종류의 신 카드만 게임에서 사용한다는 것은 게임을 다양하게 만들어줍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총 56가지 조합법이 있으니까요.

게다가 각 신에 해당하는 카드들은 모두 기능이 다른데, 각 신의 특성을 잘 살렸습니다.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는 여러 방법으로 금화를 제공하고, 죽음의 신 하데스는 카드들을 극락으로 쉽게 보내도록 해 줍니다. 심지어 각 신 카드들은 모두 서로 다른 아티스트가 아트웍을 담당하여 그림체가 모두 다릅니다.

이러한 게임의 다양성은 당연히 게임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줍니다. 테마와도 잘 어울리고요.



이 게임의 또다른 포인트는, 플레이어들에게 지속적으로 의미있는 선택을 강요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두 가지 요소에서 두드러집니다.

1. 기둥의 존재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카드를 가져온 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둥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합니다. 가지고 있는 기둥이 적어질 수록 내가 가져올 수 있는 카드와 퀘스트에 제한이 생깁니다. 이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면 자신이 원하는 카드를 가져올 수 없을 뿐 아니라, 최악의 경우엔 아무 기능이 없는 시민 카드나 망가진 퀘스트를 가져와야 할 수도 있습니다.

2. 도메인과 엘리시움의 구분입니다. 내가 가져온 카드를 도메인에 두면 그 효과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즉 대부분의 경우엔 카드들을 도메인에 오래 두고 울궈먹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 카드들을 엘리시움으로 옮겨와야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매 라운드마다 엘리시움으로 옮길 수 있는 카드의 수는 제한적이므로, 라운드마다 어느 카드를 옮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카드 드래프팅이라는 메커니즘 자체가 내가 가져올 카드를 '선택'할 수 있기에 재미있는 것인데, 이 게임엔 그 외에도 '선택'하여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이는 게임의 재미를 한층 늘려줍니다.



엘리시움은 카드로 진행되고, 이런 게임은 필연적으로 카드운과 밸런스 문제가 언급됩니다. 실제로 엘리시움은 밸런스가 완벽한 게임은 아닙니다. 특히 게임을 진행하면서 덱의 모든 카드를 다 보지 못하기 때문에, 카드 카운팅도 의미가 없고 원하는 콤보를 만들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깊고 무거운 전략 게임이 아닙니다. 박스엔 플레이 시간이 60분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건 4인 기준이고, 인원이 적거나 게임에 익숙해지면 더 빨리 끝납니다. 오히려 세팅이 게임 시간에 비해 길다고 느껴질 정도니까요. 이런 스피디한 게임은 카드운 때문에 게임에 패배해도 그 좌절감이 덜합니다. 바로 한 판 더 하면 되니까요.

그에 비해 카드 게임 치고 박스가 크고 셋업 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린다는 점은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그만큼 트레이가 잘 되어 있어 구성물을 담는 재미가 있지만, 게임을 가지고 다니기엔 부담스럽거든요.



작년에 나온 중간 무게의 유로 게임 중에서도 아주 재미있었던 게임입니다. 카드로 콤보 때리는 게임을 좋아하신다면 좋아하실만한 요소로 가득합니다.

그럼, 그리스 신화를 새로 쓰러 떠나보실까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