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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된 사진의 출처는 모두 보드게임긱입니다.


케일러스와 아그리콜라의 등장 이후, 일꾼 놓기는 전략 게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메커니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일꾼 하나를 행동 칸에 놓고 그 칸에 적힌대로만 하면 게임이 진행되기에, 입문용 게임부터 무거운 전략 게임에까지 다양하게 활용되죠. 이러한 일꾼 놓기 게임의 홍수 속에서 특정 게임이 돋보이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그 게임이 무명 디자이너들의 처녀작이자, 킥스타터를 통해 발매된 게임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그런데 그 어려운걸 또 해낸 게임이 있습니다.



이름 : Viticulture Essential Edition

디자이너 : Jamey Stegmaier, Alan Stone & Morten Monrad Pedersen

제작년도 : 2015 / 원작 2013

인원 : 1-6인

연령 : 13세 이상

시간 : 90분

분류 : 일꾼 놓기, 핸드 관리

보드게임긱 순위 : 94 / 원작 74 (2016/8 기준)


비티컬쳐 에센셜 에디션은 2013년에 나온 비티컬쳐의 개정판입니다. 비티컬쳐는 와인 테마의 일꾼 놓기 게임으로 킥스타터를 통해 펀딩에 성공하였고, 이후 토스카나라는 (단어 그대로) 거대한 크기의 확장을 통해 게임성을 보완하였습니다. 이 에센셜 에디션은 토스카나 확장의 모듈 중 필수적이라는 평을 듣는 몇 가지 모듈을 본판에 추가한 것입니다.



게임 자체는 전형적인 일꾼 놓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일꾼을 액션 칸에 놓아 작물을 받아오고, 포도를 심고, 그 포도를 수확하여 으깬 후 와인으로 만들어 주문서에 맞춰 팝니다. 중간 중간 내 농장에 건물도 짓고, 방문객이 방문하여 도움을 주고 가기도 합니다.

이 게임만의 특이한 점이라면 크게 두 가지를 들 수가 있는데, 계절에 따라 내가 하는 행동이 다르다는 것과, 액션 칸이 선점당해도 사용할 수 있는 대형 일꾼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게임은 크게 4단계, 즉 사계절로 나뉘어 게임이 진행됩니다.

봄에는 턴 순서를 잡습니다. 일찍 일어날 수록 여름/겨울에 먼저 행동을 하게 되지만, 늦게 일어날 수록 좋은 보너스가 주어집니다.

가을엔 방문객 카드를 받습니다.

여름과 겨울이 실제 일꾼을 놓는 단계입니다. 게임 시작 시 일꾼을 3개 받는데, 이 일꾼들을 1년 내내 사용해야 합니다. 즉 필요하다면 여름에 쉬고 겨울에 3개를 다 사용하거나, 반대로 플레이할 수도 있음을 뜻합니다.

이 3개의 일꾼 중 하나는 일반 일꾼보다 덩치가 큰 대형 일꾼입니다. 이 일꾼은 행동 칸이 다른 일꾼들로 인해 막혀 있어도 놓을 수 있는 특수 일꾼으로, 일반적으로 1년에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합니다. 일꾼 놓기의 특성 상 내가 원하는 칸이 막혀 있을 때가 많기 때문에, 언제 어디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승패가 갈립니다.

이 요소들로 인해 플레이어들이 고민해야 할 사항들이 매우 많아졌습니다.


 


토스카나 확장에서 추가된 '필수' 모듈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파파 앤 마마 : 시작 시 파파 카드와 마마 카드를 한 장씩 뽑아 거기에 적힌 대로 시작 자원과 카드, 일꾼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농장 : 내가 가지고 있는 5, 6, 7 가치의 농장을 팔 수 있습니다. 각각 5, 6, 7 리라를 받으며, 나중에 되살 수도 있습니다.

방문객 카드 : 기존의 방문객 카드가 밸런스가 맞지 않아 조정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가격을 할인하여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해 주는 방문객 카드는 후반에 들어오면 쓸데가 없는데, 추가 능력을 부여하여 건물을 지을 때 할인을 받거나, 내가 가지고 있는 건물만큼 승점을 받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하여 후반에도 사용 가능하게 만든 것입니다.

오토마 : 공식적으로 1인플을 지원하며, 오토마 카드를 활용하여 마치 다인플을 하듯 1인플을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이 모듈들은 본작에 비해 많은 룰 설명을 추가로 요구하지 않으면서 게임을 더욱 풍미있게 만들어 줍니다.



이 게임이 다른 일꾼 놓기 게임과 비교하였을때 돋보이는 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1. 이쁜 컴포들, 멋진 테마, 그리고 테마와 메커닉의 훌륭한 조화

스톤마이어 사의 컴포는 멋집니다. 특히 투명한 와인 토큰이 정말 이쁘지요. 와인을 만든다는 테마 자체도 관심이 가는데, 이 게임은 테마가 정말 잘 씌워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농장에선 수확을 한 번밖에 못 합니다. 단순하지만 의미심장한 룰이지요.

2. 깔끔한 룰과 직관적인 게임 흐름

일꾼 놓기의 장점을 잘 살려 게임이 쉽습니다. 방문객 카드들이 조금 복잡한 것 빼면 입문자에게도 들이밀 수 있을 정도입니다. 여기엔 테마가 또다시 한몫하는데, '와인 만드는 게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기대할 만한 것들이 모두 들어 있습니다. 포도를 심고 수확하고 와인을 만드어 파는 과정이 물 흐르듯 흘러갑니다.

3. 1인에서 6인까지 모두 커버하는 범용성

1인용 오토마 카드는 훌륭합니다. 거기에 1인 룰이 따로 있는데, 본 게임의 긴장감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게다가 일꾼을 놓는 자리가 인원 수마다 달라집니다. 한 행동 칸마다 1-2인은 1자리, 3-4인은 2자리, 5-6인은 3자리가 존재하며, 선점하면 보너스를 주는 자리가 있어 자리가 많다고 여유를 부릴 수만도 없게 되어 있습니다.



4. 끝까지 늘어지지 않고 긴장감을 주는 게임 종료 조건

게임은 누군가 20점을 달성하면 그 라운드까지 진행하고 종료됩니다. 이 게임은 1점 1점이 굉장히 소중하면서도, 와인 엔진이 어느 정도 돌아가는 상황에선 5~6점짜리 계약서를 한 번에 통과시킬 수 있기에 언제 누가 이길지 예측하기 힘듭니다.

5.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중간 무게의 전략성

너무 가벼운 게임은 게이머들끼리 하기엔 재미가 없습니다. 무거운 게임은 필연적으로 플레이 시간이 길어지고 한 번에 여러 게임을 하기 힘듭니다. 따라서 제가 제일 선호하는 게임이 중간 무게 유로게임인데, 비티컬쳐는 이 조건에 정확히 부합합니다. 초반에 돈 1원이 없어 쩔쩔매다가 농장이 어느 정도 꾸려진 후 돈과 점수를 쓸어담을때의 쾌감이 상당합니다.

6. 방문객 카드에서 나오는 적절한 운적 요소와 리플레이성

원작의 방문객 카드는 게임의 밸런스를 해치는 요소였습니다. 카드가 제 타이밍에 들어오지 않으면 사용도 못 하고 나중에 버려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였거든요. 하지만 방문객 카드가 게임 초반과 후반에 두루 사용될 수 있도록 변경이 되면서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었고, 오히려 게임이 적절한 운적 요소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파파 앤 마마 확장도 매 게임이 서로 다르게 느껴지도록 만들어줍니다.



물론 모든 게임이 그렇듯이 완벽하진 않습니다. 여타 일꾼 놓기와 마찬가지로 이 게임은 일꾼을 먼저 늘리는 사람에게 유리하게 흘러갑니다. 비록 일꾼 늘리기 행동이 비싸고 봄에 마지막 자리를 먹으면 추가 일꾼을 사용할 수 있지만 어찌되었건 다른 사람보다 행동 한 번을 더 하는 것은 큰 이득입니다. 따라서 게임은 결국 모두 일꾼을 늘려가며 진행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카드 운이 다른 전략 게임에 비해 높은 편이기도 합니다. 특히 내가 생산하고 있는 와인에 맞지 않는 계약서 카드가 계속 들어오면 유리한 게임도 역전을 당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것은 미리 계약서 카드를 받은 상태에서 맞춰나가는 것이겠지만, 모든 전략 게임이 그렇듯이 꼭 내 의도대로만 게임이 흘러가진 않으니까요.

카드 드로우 차이로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 때로는 짜릿하지만, 때로는 화나기도 하니까요.



어쨌든,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좋은 게임입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하자고 해도 거리낌없이 같이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게임 중 하나이지요. 어떤 점에선 아그리콜라 같은 역사를 써내린 게임들보다도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여름 휴가엔 가상으로나마 토스카나로 떠나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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