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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은 유독 더운 것 같습니다. 작년이 역대 지구가 가장 더운 해였다고 하던데, 기분 상인지 제가 늙은 건지 과거가 미화된건지 전 올해가 더 더운 것 같네요. 이런 날엔 역시



에어컨 빵빵한 카페에서 시원한 음료와 함께 하는 보드 게임이 제격 아니겠습니까!



이름 : Arboretum #24

디자이너 : Dan Cassar

제작년도 : 2015

인원 : 2-4인

연령 : 10세 이상

시간 : 30분

분류 : 핸드 관리, 셋 컬렉션

보드게임긱 순위 : 488 (2016/7 기준)


이 게임은 나무를 열심히 심어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고, 그에 따라 점수를 많이 얻으면 이기는 게임입니다.

게임엔 총 10종류의 나무 카드가 있으며, 숫자 1부터 8까지 한 장씩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2인 게임에선 4종류의 카드를 제거하여 총 48장의 카드를 가지고 진행합니다. 테이블엔 각자 앞에 카드를 깔 공간과 드로우 덱, 그리고 각자 카드를 버릴 공간을 마련합니다.

각자 손에 7장을 든 채로, 시작 플레이어부터 게임을 진행합니다.




플레이어는 자기 턴에 3가지 행동을 차례대로 합니다.

1. 카드 2장을 뽑습니다. 카드는 덱에서 뽑아도 되고, 아무 플레이어의 디스카드 더미에서 뽑아도 됩니다.

2. 자신의 손에서 카드 1장을 내려놓습니다. 처음 내려놓은 카드가 수목원의 시작이고, 이후 카드는 다른 카드에 붙여서 놓아야 합니다.

3. 자신의 손에서 카드 1장을 자신의 디스카드 더미에 버립니다.

게임은 누군가가 덱에서 마지막 카드를 뽑으면 그 플레이어까지 진행하고 종료됩니다.


이 게임의 핵심은 점수 계산 방식입니다. 우선 점수를 획득할 수 있는 권한을 확인합니다.

각 종류의 나무마다 손에 있는 카드를 서로 비교합니다. 숫자의 합이 높은 사람이 그 종류의 나무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권한을 갖습니다. 동률이면 모두 권한을 갖습니다. (모두 0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단, 내가 8을 들고 있는데 누군가가 같은 종류의 1을 들고 있으면 그 8은 0으로 계산합니다.

이후 내가 권한을 획득한 나무를 한 종류씩, 낮은 숫자에서부터 순차적으로 높은 숫자가 되도록 길을 만듭니다. 시작 카드와 종료 카드는 내가 권한을 가지고 있는 그 나무여야 합니다. 한 장당 1점이며, 같은 종류의 나무만으로 4장 이상의 길을 만들면 한 장당 2점을 득점합니다. 1 카드는 1점 추가, 8 카드는 2점 추가입니다.

만일 제가 아래 나무를 다 득점했다 가정하면,



라일락 (파랑) : 4점 (카드 4장) + 1점 (1 카드) = 5점

목련 (주황) : 8점 (같은 종류 카드 4장)

버드나무 (초록) : 3점 (카드 3장) + 1점 (1 카드) = 4점

-> 5+8+4=17점

제 손에 파랑, 주황, 초록 카드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면 17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상대방이 7, 8을 숨기고 있다가 뒤통수를 치면 내가 정성스럽게 심은 나무들은 무효가 됩니다.



게임은 아름답습니다. 카드의 질도 좋고, 박스 커버와 카드의 아트웍은 감탄이 절로 나오죠. 구성물도 카드뿐이기에 휴대성이 좋고, 플레이 시간도 적당합니다. 2인이 크게 나쁘지도 않고요. 제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좋은 커플 게임의 조건은 대부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럼 게임이 재미있느냐, 네, 재미있습니다. 룰 자체가 비교적 쉬운 대신에 제한적인데, 한정된 조건 안에서 최대한 점수를 많이 뽑아내야 하므로 여러 즐거운 고민을 던져줍니다. 손 안에 있는 카드로 점수를 얻을지 말지 결정된다는 것도 흥미로워서, 마지막 점수 계산 단계까지 긴장감이 유지됩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비 게이머와 하기엔 오묘한 부분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1. 점수 룰이 설명하기 좀 어렵습니다. 손에 있는 카드에 따라 내가 점수를 얻을지 말지 결정된다는 것도 설명하기 쉬운 개념은 아니고, 실제 점수가 어떻게 나는지에 대한 잔룰이 좀 있습니다. 결국 이 게임도 점수를 많이 내야 이기는 게임이기 때문에 이를 이해해야 게임을 어찌 해야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는데, 깔끔하지 못한 느낌입니다.

2. 게임이 무겁습니다. 플레이어들은 이 게임을 이기기 위해 어떤 카드를 가져와서 어디에 깔 것인지, 어느 종류의 나무들에 집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고, 그 카드들 중 어느 것을 손에 남길 것인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주기 싫은 카드들은 쉽게 버릴 수도 없습니다. 게임 종료시까지 모든 카드를 다 보기 때문에 카드 카운팅으로도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두가지는 보드 게임을 많이 해본 게이머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낯선 개념들입니다.



이 게임은 모두를 위한 게임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디자인과는 다르게 무겁고 빡빡한 게임이고, 이런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제 여자친구는 이런 머리 아픈 게임을 안 좋아하는지라 평이 썩 좋진 않았네요. 게임 하는 내내 조금 힘들어하기도 했고요. 게임 끝나고 한 말이 '재밌긴 한데 1년에 한 두번 정도만 하고 싶다.' 였으니까요.

어찌되었건 제 가장 소중한 게임 파트너가 안 좋아하는 게임인지라, 모임에서나 간간히 돌리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게임이 꽤 마음에 들었는데 조금 아쉽네요.


게이머끼리 해보면 독특하고 재밌는 게임인데, 그들이 좋아할만한 요소가 오히려 비 게이머들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아쉬운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게임 자체는 문제가 없는지라 적절한 멤버를 찾아 플레이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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