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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드라이프에 2016/7/7에 작성한 리뷰이며 이 당시 SDJ 발표 전이라 글이 조금 안 맞습니다. 코드네임 축하합니다!




리뷰 참 오랜만에 쓰네요. 한동안 바쁘다가 요새 다시 시간이 나서 보드 게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바쁜 동안 2016년 Spiel des Jahres 후보도 발표되었고, 다양한 게임들이 한글화가 되서 발매되고 있습니다. 친구는 엘드리치 호러 한글판을 받았고, 저는 애니멀즈 온 보드 예약을 했네요. 보드게이머로서 행복한 나날들입니다.



올해의 게임 후보들이 쟁쟁합니다.

이 글을 보는 모든 분이 들어보셨을만한 코드네임과, 비교적 덜 알려진 게임인 카루바, 국내에선 아직 거의 언급이 안 되는 이모텝이죠. 대다수의 사람들은 코드네임이 수상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저도 코드네임을 좋아하고요. 하지만 스노도니아의 디자이너인 Tony Boydell은 "당연히 이모텝이 수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The Dice Tower의 리뷰어 Zee Garcia는 작년의 게임 9위에 카루바를 올려놓은 반면, 코드네임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카루바가 올해의 게임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생각할 것 같은?) 사람이 최근에 한 명 더 생겼습니다.



이름 : Karuba #28

디자이너 : Rudiger Dorn

제작년도 : 2015

인원 : 2-4인

연령 : 8세 이상

시간 : 40분

분류 : 동시 액션, 타일 놓기

보드게임긱 순위 : 567 (2016/7 기준)


게임의 목표는 섬을 탐험하여 점수를 많이 획득하는 것입니다.

게임 방식은 아주 간단합니다. 모두가 각자 보드의 똑같은 위치에 탐험가 미플 색깔별로 4개와 유적지 토큰 색깔별로 4개를 놓습니다.


 

모두가 똑같은 모양의 타일 1-36까지를 받습니다. 한 명은 잘 섞어서 안 보이게 두고 나머지는 개인판 주변에 1-36까지 잘 보이게 놓습니다. 탐험 대장인 한 명이 안 보이는 타일 더미에서 타일을 꺼내고 해당되는 숫자를 불러줍니다. 나머지 탐험가들은 해당되는 타일을 찾아서 집습니다. 모두 이 타일을 가지고 동시에 진행합니다. 2가지 액션 중 하나를 할 수 있습니다.

1. 타일을 자신의 개인 보드판 위에 놓는다.

이 때 숫자가 왼쪽 위에 가도록 놓아야 하며 길이 막히는 것은 상관 없습니다. 타일에 금이나 은이 놓여 있으면 올려놓습니다.

2. 타일을 버리고 탐험가 미플을 버린 타일의 뚫린 길 수만큼 이동시킨다.

한번에 한 미플만 움직여야 하며, 숫자보다 덜 이동해도 됩니다. 다른 미플과 칸을 공유하거나 막고 있는 길을 지나갈 순 없습니다.



점수를 획득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입니다. 탐험가 미플이 유적지에 도착하면 색깔별로, 도착한 순서대로 점수 토큰을 받습니다. (2인플 기준 각 5점, 3점) 탐험가 미플이 은이나 금이 있는 타일에 멈추면 획득합니다. 은은 1점, 금은 2점입니다.

점수 토큰들과 금, 은 토큰을 비교하여 점수가 높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그 날 점수 사진을 안 찍어서 급하게 찍어봤습니다. 컴포가 상당히 이쁩니다.


첫 플레이 후 여자친구가 한 말입니다.

"와... 이거 역대급인데? 빨리 빨리, 다시 하자."

여자친구는 비 게이머이지만 저 때문에 약 30여개의 게임을 같이 해 보았는데, 그 중 최고라고 합니다. 그 날 만화책 보러 만화 카페 갔다가 카루바만 3시간을 했습니다.



이 게임은 가족 게임으로서 모든 점에서 합격입니다.

룰 쉽고, 잔룰 없고, 컴포와 아트웍이 이쁘며, 게임 시간도 짧고, 감정 상할 인터액션도 없습니다. 아들과 딸, 배우자, 친구, 부모님 모두가 같이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어떻게 보면 디자이너의 전작 라스 베가스보다도 접근성이 좋습니다. 카루바는 테마가 호감이거든요.

그렇다고 게임이 쉬운 것도 아니라서 타일을 하나 하나 뽑을 때마다 즐거운 머리 씨름이 시작됩니다. 기본적으로 길을 4개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탐험가를 유적지에 도착시키는 것이 제일 점수가 높으니까요. 하지만 앞으로 어떤 타일이 뽑힐지 모르는 상황에서 가상의 길 4개를 머리 속에 그리는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타일 하나를 잘못 놓아 길이 끊기면서 점수를 놓치는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생깁니다.

또 타일의 수도 적절해서, 타일 하나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탐험가를 유적지에 도착 못 시키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나옵니다. 가족 게임 치고 밸런스가 상당합니다.



제가 룰북을 읽고 제일 걱정했던 것이 있습니다. 모두가 같은 길을 가는 경우가 자주 생길 것 같았거든요. 명확한 "최적의 수"가 있는 게임들을 제가 싫어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게임이 신기한게, 하다보면 각자 자신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길을 열심히 갑니다. 가림막이고 뭐고 게임에 동봉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각자 보드만 열심히 쳐다봅니다. 어차피 다음에 무슨 타일이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각자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길 모양이 모두 다르거든요.

다만, 깊은 전략성을 기대하고 플레이하시면 백프로 실망할 게임입니다. 인터액션은 약하다 못해 없는 수준이고, 다양한 전략이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모두가 같이 할 수 있는 가족 게임임을 상기한 채로 플레이하면 참 재미있습니다.

 

정말 좋은 가족 게임입니다. SdJ 후보에 올라 앞으로 언급도 자주 될 것 같은데, 기회 되면 한 번쯤 해보세요! Rudiger Dorn 아저씨가 14년 이스탄불 이후 또 다시 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궁금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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