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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된 사진의 출처는 모두 보드게임긱입니다.


7 원더스 듀얼은 작년에 나온 수많은 게임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2인 게임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게이머들의 지지를 받아, 결국 보드게임긱 탑 10에 이름을 남기기까지 할 정도죠. 7 원더스라는 대작의 후속작이라는 점이 흥행에 도움을 줬겠지만, 원작보다도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만큼 게임이 재미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름 : 7 Wonders: Duel

디자이너 : Antoine Bauza & Bruno Cathala

제작년도 : 2015

인원 : 2인

연령 : 10세 이상

시간 : 30분

분류 : 카드 드래프팅, 셋 컬렉션

보드게임긱 순위 : 10 (2016/7 기준)


7 원더스 듀얼은 원작의 디자이너인 앙트완 바우자가 같은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인 브루노 카탈라와 함께 제작한 2인 게임입니다. 7 원더스는 매우 성공적인 게임이었습니다만, 더미 플레이어를 활용한 2인 게임이 아주 거추장스럽고 재미없다는 평을 듣는 게임이기도 했습니다. 디자이너들은 7 원더스의 느낌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2인 게임에 알맞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상당히 노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7 원더스는 카드 드래프팅 게임입니다. 매 라운드마다 일정 숫자의 카드를 손에 받아 그 중 한 장을 골라 사용한 후, 다음 플레이어에게 남은 카드를 넘기고 이전 플레이어가 주는 카드를 받습니다. 카드는 3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원을 지원 받아 카드를 설치하거나, 불가사의를 짓거나, 버리고 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를 카드가 떨어질 때까지 몇 라운드 반복하여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얼핏 들으면 간단한 이 게임이 인기를 끈 이유는, 쉬운 룰과 짧은 플레이 시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하고 나면 거대한 문명을 하나 건설했다는 만족감을 줬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들도 7 원더스 듀얼을 제작을 결정하면서 맨 먼저 고려한 것이 아마 이 부분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카드 드래프팅 방식이 2인 게임에 적합하지 않기에 7 원더스 듀얼에선 접근을 달리 합니다. 손에 있는 카드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깔려있는 카드를 고르도록 한 것이지요.



플레이어들은 돌아가면서 바닥에 일정 패턴으로 깔린 카드들을 고릅니다. 고른 카드는 원작과 같은 3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카드를 고르는 방식은 마치 상하이 마작을 연상시키는데, 맨 위에 보이는 카드들부터 고를 수 있으며, 위의 카드가 없어져 아래 카드의 전체 모습이 드러나면 그 카드를 고를 수 있게 됩니다.

시대는 총 세 시대로 나누어지며, 매 시대마다 조금씩 다른 패턴으로 카드가 깔립니다.



카드들은 다양한 기능이 있습니다. 자원을 생산하거나 자원을 할인해주거나 승점을 주는 카드들부터, 군사 마커를 전진시키거나, 과학 심볼을 지닌 카드들도 있습니다. 이들 카드를 설치하기 위해선 자원을 지원받아야 하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자원 카드들이 카드가 필요로 하는 자원을 충족해야 합니다. 부족한 자원은 돈을 지불하여 충당할 수 있으나, 상대방이 그 자원 카드를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비용이 비싸집니다.

게임 이름이 '7대 불가사의'인 만큼 7 원더스 듀얼에서도 불가사의를 지을 수 있는데, 각자 하나의 불가사의를 받고 그걸 몇 번에 걸쳐서 짓는 원작과는 달리, 두 플레이어가 게임 전 각자 고른 4개씩의 불가사의 카드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불가사의는 여러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 한 턴을 더 하게 해주기도 하고, 상대방 자원 카드를 하나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원작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은 바로 승리 조건입니다. 이 게임에는 총 3가지 승리 조건이 있습니다. 군사 카드를 많이 지어 군사 마커를 상대방 수도까지 밀면 군사 승리를 하게 되며 바로 게임이 종료됩니다. 서로 다른 심볼의 과학 카드를 지어 총 6종류의 과학 심볼을 모으면 과학 승리를 하게 되며 이 역시 바로 게임이 종료됩니다.

이 조건을 두 플레이어 다 만족하지 못한다면 3시대 끝까지 게임을 진행하며, 게임 종료 후 승점을 비교합니다. 승점이 높은 플레이어가 문화 승리를 달성하게 됩니다.



서론에서 이야기했듯이 이 게임은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재미 요소는 다름 아닌 카드를 고르는 방식에서 옵니다. 바닥에 깔린 여러 카드들 중 내가 가장 가지고 싶은 카드를 고르는 건 분명 행복한 고민입니다. 하지만 카드를 가져갔을 시 상대방에게 그 아래에 있는 카드를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된다는 것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개중에는 공개되어 있어 상대방이 어떤 이득을 볼 지 짐작할 수 있는 카드들도 있으나, 공개되어 있지 않은 카드들도 있습니다.

이 독특한 카드 드래프팅 시스템은 다양한 승리 조건이 존재한다는 점과 맞물려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자원 카드를 가져오다가 조기에 수도가 털려 군사 패배를 당할 수도 있고, 너무나도 탐나는 승점 카드 밑에 상대방이 노리던 마지막 과학 카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매 선택이 긴장감의 연속입니다.

군사/과학 승리가 자주 나오진 않지만, 그러한 승리 조건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승점을 달리는 입장에선 크나큰 부담입니다. 즉 한가지 테크에 치중해서 플레이해선 안되고 균형을 맞춰 발전해야 합니다.



원작과 본작의 또다른 차이점은, 상호 작용이 강한 편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군사 마커를 어느 정도 밀면 상대방이 돈을 잃고, 특정 불가사의를 지으면 상대방의 돈이나 자원 카드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직접적인 견제가 감정이 상할 정도는 아닙니다. 어차피 상대방이 고른 불가사의들을 알고 있고, 상대방이 군사 카드를 가져간 것을 봤기 때문에, 예상 가능한 범주 안에 있기 때문이지요.

오히려 2인 게임임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면 적정 수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인 게임은 상호 작용이 약하면 밋밋해지는 경우가 다반사니까요.



룰이 쉬운 편이고, 게임 진행이 빨라 한 게임이 30분을 넘지 않습니다. 각자 카드 한 장을 고르고 넘기기 때문에 대기 시간도 짧으며, 박스도 작아 휴대성도 좋습니다. 2인 게임의 미덕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도, 게임 종료 후 거대한 문명을 완성했다는 만족감은 그대로입니다.

단, 비교적 단순한 게임이기에, 깊이는 비교적 얕습니다. 따라서 반복적으로 플레이하다보면 지루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리플레이성을 위해 매 시대마다 카드 세 장을 안 보이게 제거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확장팩이 예정되어있는데, 추가되는 카드들이 이를 보강해주지 않을까 합니다.



옛말에 호부 밑에 견자 없다고 했습니다. 7 원더스 듀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름 높은 원작의 장점을 잘 살린 채로 2인에 최적화된 게임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2인 게임을 좋아하신다면 반드시 해보아야 할 현 시대의 클래식으로 평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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