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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여자친구랑 하려고 봐두던 게임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나의 행복한 농장'이지요. 게임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는 않았지만, 다른걸 다 떠나서 여자친구가 좋아할 만한 테마였거든요. 귀여운 동물들이 밥을 먹고 몸통이 길어진다는데, 과연 누가 싫어할 수 있을까요?


이름 : My Happy Farm #14

디자이너 : Oleksandr Nevskiy, Oleg Sidorenko

제작년도 : 2011

인원 : 2-4인

연령 : 8세 이상

시간 : 45분

분류 : 액션 포인트, 핸드 관리, 셋 컬렉션

보드게임긱 순위 : 2692 (2016/7 기준)



게임의 목적은 농사를 지어 여러 곡식들을 재배한 후 그 곡식들로 동물을 먹여 키우는 것입니다. 각 플레이어는 시작 시 보드와 작물 카드 2개, 2원을 받습니다. 작물 카드 6장과 동물 카드 6장을 공개하여 깝니다.

게임은 다음의 두 페이즈로 진행이 됩니다.

1. 작물 카드 성장



작물 카드 성장은 미리 밭에 심어둔 작물 카드들을 한 칸 위로 올림으로 해서 이루어집니다. 사진을 예로 들면, 지금이 턴의 시작이라면 홍당무 카드 2장을 Summer에서 Autumn으로 이동시키고 자신의 행동을 수행하면 됩니다. 만일 이 때 Autumn에 작물 카드가 놓여 있었다면 작물이 썩어 사라집니다.


2. 행동 수행

수행할 수 있는 행동은 총 6가지가 있으며, 이 중 서로 다른 2개의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순서는 플레이어가 정합니다.

1. 작물 카드 사기 : 깔려있는 작물 카드 1-3장을 한 장 당 1원을 내고 사서 손에 가져옵니다. 한 장을 손에 가져올 때마다 새로운 작물 카드가 바닥에 깔리며, 2장 이상 살 시 그 작물을 또다시 집을 수도 있습니다. 같은 작물 6종류가 깔렸을 시엔 모두 버리고 새로운 작물 카드 6장을 깝니다.

2. 작물 카드 심기 : 손에 있는 서로 다른 작물 카드는 2장까지, 같은 작물 카드는 한 번에 3장까지를 자신의 보드 Spring 옆에 심습니다.

3. 작물 카드 수확하기 : 당근과 클로버는 Summer에 놓여있을 때, 벼와 홍당무는 Autumn에 놓여있을 때 수확하여 자신의 창고 위에 놓을 수 있습니다. 한 번에 Summer 또는 Autumn의 작물을 다 수확합니다. 둘 다는 불가능합니다. 창고엔 6개까지의 작물을 보관할 수 있으며 6개를 초과하면 버려야 합니다.

4. 작물 카드 팔기 : 창고 안에 있는 작물을 한 개 이상 판매할 수 있습니다. 작물 카드에 그려진 동전만큼을 공급처에서 받습니다.

5. 동전 가져오기 : 동전 1원을 공급처에서 받습니다.

6. 동물 먹이기 : 동물 카드 밑에 해당하는 작물이 자신의 창고 안에 있다면 그 작물을 내서 동물 카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조건이 된다면 한 번에 여러 동물 카드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가져온 동물 카드는 자신의 동물 사이에 놓습니다.



한 번이라도 먹인 동물은 뒤집어 행복한 표정을 짓게 만들어 줍니다. 

동물 카드를 다 써서 동물 카드를 채울 수 없을 때 남은 플레이어들이 한 턴씩을 더 한 후 게임이 끝납니다. 점수 계산 시에 내가 가장 긴 동물을 가지고 있다면 꼬리를 뒤집어 리본을 달아줍니다.

그래서 먹이를 잘 먹이면 다음과 같은 기괴할 정도로 길쭉한 동물들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상호 작용이 적은 다인 솔리테어 형태의 게임입니다. 동물 카드의 수를 인원에 따라 조정하는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어 인원 수에 크게 구애받지 않습니다. 즉 2인도 좋습니다.

게임 룰이 단순하고 잔룰이 거의 없는 편입니다. 따라서 비 보드게이머와도 큰 무리없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여자친구도 어려워하지 않고 플레이하더군요.

그럼에도 이 게임은 플레이어들에게 꽤 많은 고민을 던져줍니다. 어느 동물 카드를 노리고 어느 작물 카드를 살 것인지, 수확한 작물로 동물을 먹일 것인지 팔아서 자금을 마련할 것인지, 작물을 어떻게 심어서 나중에 한꺼번에 수확할 것인지 등. 이러한 선택지들은 기타 여러 유로 게임에서도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보드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 (특히 아이들)에게 유로 게임을 소개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몇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1. 점수 루트가 너무 단조롭습니다.

점수 루트가 단조롭다보니 결국 플레이어들이 노리는 전략도 모두 똑같아집니다. 이를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못 먹인 동물은 -5점, 가장 많이 먹인 동물은 +3점이라는 장치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못 먹인 동물의 마이너스 점수가 너무 크다 보니, 결국 모든 동물을 먹이는 것이 첫 번째 목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작물을 수확하고 팔고 종류별로 동물을 먹이게 되죠.

2. 밸런스가 조금 이상합니다.

보통 이런 류의 게임은 한 번에 작물을 여러개 내야 하는 카드의 점수가 비교적 높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작물을 덜 내도 되는 카드가 가져오기 훨씬 쉽거든요. 그런데 이 게임은 특이하게도 작물을 덜 내도 되는 카드가 점수도 높고 가치도 훨씬 높습니다.

예를 들어, 양 카드 중 작물 6개를 내서 9점을 낼 수 있는 카드가 있습니다. (작물 1개당 1.5점) 하지만 아무 작물이나 하나를 내고 2점을 낼 수 있는 돼지 카드가 있습니다. 단순 계산해봐도 전자가 손해이며, 심지어 조건 맞추기는 후자가 훨씬 쉽습니다. 게다가 이 게임은 카드를 많이 가져오는 쪽이 무조건 유리합니다. 게임 종료 시 +3점 보너스 때문이지요. 여기에 동물을 먹일 때 한 번에 여러 동물을 먹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룰도 존재합니다.

즉 비싼 카드를 가져올 이유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이것 자체는 나쁜 점이 아닌데, 위에 언급한 단조로운 진행과 결합되면 결국 모두가 싼 카드를 향해 달리는 이상한 그림이 연출됩니다.



하지만 동물들이 귀여우니 용서해주기로 했습니다. (?)


일반인, 특히 아이들에게 유로 게임을 소개하기엔 더없이 좋은 게임입니다. 깊은 전략성이나 밸런스에 큰 기대를 갖지 않는다면 만족스럽게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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