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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정확히 10분 후에 폭파됩니다.



이름 : 퓨즈 (Fuse) #8

디자이너 : Kane Klenko

제작년도 : 2015

인원 : 1-4인

연령 : 10세 이상

시간 : 10분

분류 : 실시간, 협력, 주사위 드래프팅

보드게임긱 순위 : 872 (2016/7 기준)

 

테마만으로 흥미를 확 일으키는 그런 게임들이 있습니다. 특히 그 게임의 메커니즘이 테마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면 더욱 그렇죠.

이 게임은 그런 관점으로 봤을 때 이미 통과입니다. 10분의 제한 시간 안에 카드로 된 폭탄을 주사위를 굴려 해체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 보이잖아요?


 

게임 세팅은 다음과 같이 합니다. (2인 기준)

0. 난이도 6짜리 카드를 포함시키거나 제거합니다. (해체하기 매우 힘든 카드들입니다. 난이도를 올리고 싶다면 포함시킵니다.)

1. 각자 폭탄 카드를 2장씩 받습니다. (난이도가 3~4인 카드는 최대 1장만 받습니다)

2. 플레이하고 싶은 난이도에 따라 폭탄 카드 덱을 만듭니다. 기본 난이도는 폭탄 카드 20장으로 구성됩니다. (카드의 난이도는 상관 없습니다.)

3. 가운데에 폭탄 카드 5장을 깝니다. 남은 덱에 퓨즈 카드 6장을 랜덤하게 섞어 넣습니다.

4. 주사위는 모두 주머니에 넣습니다.

 

게임은 간단합니다. 스마트폰 앱으로 된 10분짜리 타이머를 틀고 백에서 주사위를 꺼내서 굴리면서 자신의 폭탄 카드 위에 올리면 됩니다. 3, 4인은 사람 수 만큼의 주사위를 꺼내서 굴리고 하나씩 선택합니다. 2인은 4개를 꺼내서 2개씩 선택합니다.

폭탄 카드는 크게 세 종류가 있습니다. 해당 칸에 주사위를 올리면 되는 카드, 탑을 쌓아야 하는 카드, 피라미드처럼 쌓아야 하는 카드입니다. 탑 같은 경우는 실수로 넘어뜨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 조심해야 하죠.


주사위를 한 장의 카드에 모두 얹으면 해체에 성공하여 그 카드는 버리고 중앙에서 새 카드를 가져옵니다. 카드를 가져온 뒤 새 카드를 드로우하는데 폭탄 카드면 중앙에 놓고 퓨즈 카드면 그림에 해당하는 주사위를 버릴 수 있다면 버려야 합니다. 또한 주사위를 굴렸는데 아무도 가져갈 수 없는 주사위가 나온다면 그걸 다시 굴려 같은 색깔 또는 눈금의 주사위를 버려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10분 내에 중앙에 카드를 한 장도 안 넘기면 승리합니다. 자신의 앞에 남아있는 2장의 폭탄 카드는 해체하지 않아도 됩니다.

10분이 지나면 게임 (과 멘탈)은 폭발하고 패배합니다.


 

룰을 보시면 비슷한 게임이 하나 떠오르실 겁니다. 탈출: 사원의 저주라는 게임이죠. 똑같이 10분 내로 특정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협력 게임입니다.



차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탈출의 주 메커니즘은 얏찌입니다. 각자 자신의 주사위를 굴리고 사용할 주사위를 선택한 후, 원하는 주사위를 재굴림할 수 있습니다.

퓨즈는 주사위 드래프팅 게임입니다. 다같이 쓸 주사위를 주머니에서 꺼내서 굴린 후 각자 필요한 주사위를 고릅니다.

2. 탈출은 주사위 눈금에 따라 타일도 놓아야 되고 보석도 얹어야 되고 보물도 찾아야 됩니다. 출구를 찾아도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탈출할 수 있으며 중간에 음악에 변화가 오면서 해야 하는 행동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플레이는 게임을 다채롭게 만들어주지만, 그만큼 룰 설명이 힘들고 잔룰이 많아집니다.

하지만 퓨즈는 룰이 직관적입니다. 카드에 주사위를 어떻게 놓아야 하는지만 설명해주고, 퓨즈 카드를 드로우했을 때, 주사위를 가져올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만 추가로 설명하면 되거든요.


즉 탐험, 모험을 즐기는 게이머와 플레이한다면 탈출이 더 알맞을 수 있고, 폭탄 해체에 흥미를 느끼는 비 게이머와 플레이한다면 퓨즈가 나을 수 있습니다.



저는 여자친구와 할 게임을 선택할 때 룰이 직관적이지 못하거나 잔룰이 많을 것 같으면 되도록 피합니다. 제 여자친구는 룰 설명 시간을 굉장히 지루해합니다. 특히 잔룰이 많은 게임은 게임을 하다 멈추고 잔룰을 다시 상기시켜줘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러면 게임의 흐름이 끊기고 흥미를 잃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퓨즈는 잔룰이 거의 없고, 실시간으로 뭔가를 계속 한다는 점 때문에 반응이 좋았습니다. 여자친구는 게임을 하기 전 협력 게임이냐고 먼저 물어볼 정도로 협력 게임을 싫어하지만, 이 게임은 실시간이라는 점 때문에 성공적으로 플레이했습니다. 시간 제한 없는 느긋한 게임과, 옆에서 째깍째깍거리면서 심리적 압박을 주는 게임은 확실히 다르니까요.

컴포넌트의 퀄리티가 좋고, 솔플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입니다.



협력, 실시간, 주사위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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