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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용된 사진의 출처는 모두 보드게임긱입니다.


보드게임을 크게 네 분류로 나눈다면 유로게임, 테마게임, 워게임, 추상전략게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 단 둘이 하기 좋은 게임을 만들기 가장 쉬운 분류는 단연 추상전략일 것이고, 가장 어려운 분류는 유로게임일 것입니다. 경매와 비딩, 지역 영향력, 카드 및 주사위 드래프팅 등 유로게임에서 많이 사용되는 메커니즘들은 인원이 적을수록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거든요. 또 2인 게임은 1:1로 이루어진다는 특성 때문에 ‘적당한’ 상호 작용을 그려 내기가 힘든 편에 속합니다. 패치워크와 7 원더스: 듀얼의 성공은 게임 자체가 잘 만들어졌기 때문도 있지만, 그만큼 좋은 2인 유로게임에 대한 요구가 있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좋은 2인 유로게임이란 무엇일까요? 어떤 게임에 ‘상호 작용이 적당하다’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에 대한 답을 타르기에서 찾고자 합니다.



이름 : Targi

디자이너 : Andreas Steiger

제작년도 : 2012

인원 : 2인

연령 : 12세 이상

시간 : 60분

분류 : 일꾼 놓기, 셋 컬렉션

보드게임긱 순위 : 138 (2016/7 기준)


타르기는 사막의 ‘타르기 부족’의 삶을 배경으로 한 게임입니다. 게임은 대부분 카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꾼 미플과 토큰 몇 개가 구성의 전부입니다.



두 플레이어는 각자 일정량의 자원 (소금, 후추, 대추)과 금화를 갖고 시작합니다. 각 3개씩의 일꾼이 있으며, 라운드마다 선 플레이어부터 일꾼을 놓으며 진행됩니다. 라운드가 종료되면 선이 변경됩니다.



이 게임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일꾼을 놓는 방식입니다. 카드로 5x5 크기의 정사각형 모듈러 보드를 만든 후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데, 몇 가지 제한 사항이 있습니다.

1. 일꾼은 반드시 정사각형의 ‘면’에 해당되는 곳에만 놓을 수 있습니다.

2. 다른 일꾼 또는 도적 (회색 미플)이 있는 곳에 또다시 일꾼을 놓을 수 없습니다.

3. 상대방 일꾼의 맞은 편에 일꾼을 놓을 수 없습니다.

4. 일꾼을 3개씩 다 놓고 나면, 내 일꾼에게서 가상의 선을 그려 교차하는 지점에 원형 토큰을 놓습니다.



일꾼과 토큰을 다 놓은 후 선 플레이어부터 일꾼과 토큰이 놓인 곳의 행동을 진행합니다. 일반적으로 자원을 가져오거나, 자원을 지불하여 부족 카드를 설치하는 액션을 시행하게 됩니다.



부족 카드를 설치하는 데에도 규칙이 있습니다. 4x3의 직사각형의 형태로 설치해야 하며, 맨 왼쪽 위를 기준으로 오른쪽이나 아래쪽으로 공간이 있게 설치하면 안 됩니다. 한 ‘줄’의 4장의 부족 카드가 모두 같은 종류이거나, 서로 다른 종류일 경우 추가 점수가 주어집니다. 부족 카드엔 다양한 기능이 있으며 이들은 자원을 추가로 주거나, 내게 유용한 기능을 부여해주거나, 게임 종료 시 추가 승점을 주는 등 게임에 풍미를 더합니다.



도적은 세 가지 역할을 합니다.

1. 라운드 시작 시 첫 번째 칸에 놓여 있다가,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한 칸씩 이동합니다. 즉 라운드 마커로서 작용합니다. 도적이 마지막 칸에 도달하면 게임이 종료됩니다.

2. 도적이 놓인 칸엔 일꾼을 놓을 수 없습니다.

3. 도적이 모서리에 있는 ‘약탈’ 칸에 도착하면, 플레이어들은 해당하는 자원 또는 승점 토큰을 반납해야 합니다. 약탈이 끝나면 도적은 다음 칸으로 이동합니다.


게임은 상기한 대로 도적이 마지막 칸에 도착하거나, 그 전에 누군가가 부족 카드를 12장 설치하면 그 라운드까지 하고 게임이 종료됩니다. 승점 토큰과 부족 카드의 점수, 추가 점수를 모두 더해 비교하여 높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이 게임은 일꾼 놓기라는 평범한 메커니즘을 기초로 하지만, 2가지 요소가 더해지면서 독특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1. 가운데 있는 9칸에는 일꾼을 직접적으로 놓을 수 없고, 내 일꾼이 교차되는 지점만 차지 가능

2. 상대방의 일꾼 맞은 편에 내 일꾼을 놓을 수 없음

일반적인 일꾼 놓기 게임에서의 재미는 여러 가지 선택지 중 내게 가장 필요한 칸, 또는 상대방이 가장 필요로 할 듯한 칸이 어디인지를 판단하는 것에서 옵니다. 이렇게 특정 칸을 선점하는 데에서 상호 작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꾼 놓기 게임들은 (일반적인 유로게임에 비해) 상호 작용이 강한 편에 속합니다.

타르기는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내 일꾼이 교차되는 곳이 어디인지까지 고려를 해야 합니다. 실질적으로 점수를 얻는 건 가운데에 깔리는 부족 카드를 설치하는 수밖에 없거든요. 부족 카드를 모으는 데에도 셋 컬렉션 요소가 있기 때문에 아무 부족 카드나 먹을 수도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부족과 자원 카드를 먹기 위해 일꾼 2개를 어떻게 교차 시킬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합니다.

특히 이 고민은 금화 카드가 가운데 깔렸을 때 심해집니다. 부족 카드의 대다수는 설치를 위해 금화를 필요로 하며, 이 금화 카드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매우 비효율적인 ‘교환’ 칸을 사용해야 금화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걸 알고 있는 상대방이 과연 금화 카드를 순순히 내 줄까요?



결국 일꾼을 놓는 데에 붙는 여러가지 제약 때문에 이 게임은 의도하건 의도치 않건 상호 작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과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는 디자이너가 의도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부족 카드의 특수 효과 중 상대방을 공격하는 능력을 가진 카드는 단 하나뿐입니다. 그 마저도 다음 라운드에 상대방은 일꾼을 하나 못 놓는다는 매우 소극적인 공격 이지요. 여타 2인 게임에서 볼 수 있는 ‘상대방의 자원을 빼앗는다’, ‘상대방이 설치한 부족 카드를 제거한다’ 등의 파괴적인 상호 작용 카드는 전무합니다. 플레이어들이 유일하게 무언가를 잃는 건 도적이 ‘약탈’ 칸에 도착하는 순간 뿐이며, 이는 대비만 잘 하면 크게 손해볼 일이 없습니다.

즉 이 게임은 제가 초장에 이야기했던 ‘적당한’ 상호 작용의 좋은 예입니다. 혼자 노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대방이 내 물건들을 부수고 빼앗아가는 것도 아니거든요. 이는 특유의 빡빡한 게임성과 시너지를 발휘하여 플레이어들에게 즐거운 두통을 선사합니다.



그런데, 이렇게나 재미있는 2인 게임이 왜 자주 언급되지 못할까요? 제 생각에 이유는 단 하나라고 봅니다. 바로 아트웍과 테마 때문이죠.



당장 타르기 영문판이 일본판의 박스 커버 정도만 되었어도 지금보다 더 주목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 아트웍도 훌륭하다고 보기엔 좀 아쉬운데, 영문판 박스 커버는 위에서 보셨듯이…음…네.

게다가, 아무리 유로게이머들이 테마보단 메커니즘에 신경을 쓴다지만, 듣도 보도 못한 사막의 모 부족이 소금과 후추를 교환해서 오아시스를 사는 테마를 보고 흥미를 가질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결국 게임의 메커니즘 자체는 잘 만들었지만, 그것을 흥미롭게 포장하는 데에는 조금 실패한 듯 합니다. 그럼에도 게임이 꾸준히 언급이 되고 보드게임긱 랭킹 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게임이 그만큼 재미있음을 시사하고 있지 않나 합니다.



게이머와 할 수 있는 2인 유로게임을 찾는다면 반드시 플레이 해 보셔야 할 게임입니다. 마침 올해 9월에 확장판이 발매된다고 하니, 미리 구해 놓으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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