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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게이머, 금성에서 온 게이머는 레이지니와 클래리티의 새 기획물로서, 서로 취향이 확연히 다른 게이머들이 보드 게임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것을 정리한 코너입니다. 특정 보드 게임에 대한 의견, 보드 게임이라는 취미 자체에 대한 서로의 생각 등이 주 대화거리가 될 예정입니다. 꾸준히 업데이트 될 예정이니,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이 글은 클래리티 (이하 클), 레이지니 (이하 레)라마나타 (이하 라)가 2017년 1월 1일 나눈 대화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출처 : https://sophosnews.files.wordpress.com/2015/12/top-10-stories.png?w=780&h=408&crop=1


클 : 그럼 이제 탑 3 남은 건가요?


라 : 넵.


레 : 아, 길었군요. 드디어 탑 3로...


클 : 어찌 보면 개개인에게 큰 의미가 담겨 있는 게임들일거에요.


레 : ㅋㅋ 제 탑 3는 들으시면 어이없으실지도.


라 : ㅋㅋ 저도...


출처 : http://bluesky-pr.net/wp-content/uploads/2014/06/top-3.jpg


클 : 저는 이전에 스포한 적도 있고 너무 뻔하니까 빠르게 가겠습니다.


레 : 넵.


클 : 3위는 라마나타님의 9위와 같습니다. 버건디의 성입니다.


라 : 버겅킹.


레 : ㅋㅋㅋ


클 : 정말... 킹이라는 호칭이 잘 어울리는 게임이죠. ㅋㅋㅋ


클래리티의 3위 : 버건디의 성 The Castles of Burgundy


레 : 역시. 지난 번에 충분히 이야기했던 녀석이군요.


클 : 네. 제 리스트를 쭉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게임에 테마가 강하게 묻어나는 게임을 선호하는데, 이 게임은 너무 재미있어서, 반대로 테마가 느껴지는 것처럼 착각이 든다고 해야 하나. ㅋㅋㅋ


레 : 그러게요. 버건디의 성만 이질적이군요.


라 : 억지로라도 테마의 변호를 해주고 싶어지는. ㅋㅋ


클 : 그렇죠. 버건디에 성 좀 짓는게 뭐가 어때서요?? ㅋㅋ


라 : ㅋㅋㅋ


클 : 플레이 타임도 적당하고, 저번에 이야기했던 전략과 전술이 아주 잘 어울어져서, 초반에 깔리는 타일과 내 보드를 보고 큰 그림을 짜놓고, 이후 주사위에게 끝없이 괴롭힘을 받으며, 그 거지같은 주사위 속에서도 어떻게든 길을 찾아 내 보드 위를 타일로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재미는 다른 게임에서 쉽게 느끼기 힘든 것 같아요.


라 : 아, 너무 좋습니다. ㅋㅋ


레 : 주사위빨이 약한게 좋았어요. 선택은 주사위가 아니라 내가 한다는 점.


클 : 테마가 없다, 인터액션이 적다, 게임이 못 생겼다. 저는 저런 게임은 일반적으로 피하지만 딱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버건디의 성입니다.


출처 : https://boardgamegeek.com/image/1818893/castles-burgundy


클 : 그럼, 레이지니님의 황당한? 3위를 들어보죠. ㅋㅋ


레 : 제 3위군요. 아, 3위는 아직 황당하지 않습니다. 아마 1, 2위가 의외이실지도. 제 3위는 2005년 작품이고, 이 시리즈의 첫 게임은 사실 1974년이더군요.


라 : 와우.


클 : 시리즈...? 아.


레 : 주식 & 경영 게임, 1889입니다.


레이지니의 3위 : 1889


레 : 프랜시스 트레샴이 처음 만든 1829가 74년도 작이더군요.


라 : 와, 3위씩이나인가요? 엄청나네요.


클 : 오히려 '이게 1위가 아니라고?' 하는 분들도 꽤 계실듯.


레 : 이 게임의 개인적인 단점은 '길다'입니다. ㅋㅋ 그래도 18 시리즈 중에서 가장 짧은 편에 속한 1889라서 3위에 들었습니다. 만약 5~6시간 넘어가는 것이었다면 못 들었을거에요. 1889는 세명이 3시간 반이면 하죠.


클 : 그러니까 세시간 반이 짧다는 거잖아요. 거기서부터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ㅋㅋ


레 : ㅋㅋㅋ 18시리즈 중에서라는 전제입니다. 길긴 길죠. 요즘 한참 리뷰를 쓰는 중인데, 이 게임의 매력은 주식과 경영이라는 개념을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게임적으로 복잡해지지 않았다는 점.


라 : 오호.


레 : 그러면서도 테마가 너무도 잘 어울린다는 점이었습니다.


클 : 18 시리즈가 전반적으로 다 그런 모토로 만들어지는거 같긴 해요.


라 : 그 부분에 많은 분들이 찬사를 보내시더군요.


레 : 물론 뒤에 이어진 여러 시리즈들은 좀 더 사실적으로, 혹은 현대적인 주식 시장을 묘사하려고 여러가지 요소들이 들어가기도 하고 복잡해지기도 합니다만, 1830의 규칙을 기본으로 한 1889 정도가 딱 저는 좋더군요. 18 시리즈 입문으로 최고라고 봅니다.


라 : 그렇군요.


레 : 신기했던 것은, 경영할 때는 유로게임 같으면서도, 주식 부분에서 눈치와 남의 이익 같이 먹기 요소가 있어요. 그런 균형이 전 매우 마음에 들더군요.


라 : 그게 좋으신거죠. 숫갈 낼름.


레 : 숫가락 슬쩍. ㅋㅋ


라 : 1862와 많이 대조되던데요.


클 : 저는 1862를 처음으로 했어요.


레 : 클래리티님 시작을 1862로 하셨군요.


클 : 음. 시작이자 끝인 걸로 해두도록 하겠습니다. ㅋㅋㅋ


레 : 전 사실 해본 18 시리즈는 셋 뿐입니다. 18AL, 1889, 1862.


클 : 제가 몇번 이야기했는데, 저는 길 막히는게 너무 너무 싫어요. 실제로 안 막혀도 막힐까봐 조마조마하는거 자체가 너무 스트레스에요.


레 : 1862도 재미는 있습니다만, 좀 길고, 길 막히는게 꽤 심한 게임이죠. 1862가 1889와 길 타일이 좀 달라서 꽤나 길막이 심해요.


라 : 막는 걸 좋아하는 그 누군가도 스트레스가 되죠. ㅋㅋ


출처 : https://boardgamegeek.com/image/2362612/1889


클 : 그럼 라마나타님의 3위는 무엇인가요?


라 : 3위는 신작이네요~


클 : 헉.


레 : 오호.


라 : 최근 해봤는데, 완벽하게 빠져버린 게임입니다. 퍼스트 클래스입니다.


레 : 으윽! 못 해본 신작.


라마나타의 3위 : 퍼스트 클래스 First Class


클 : 와...한방에 3위로. 근데 저도 Rahdo의 플레이 영상 봤는데 재미없을 수가 없겠던데요.


라 : 넵. ㅋㅋ 한방에 3위인데, 지인이 먼저 하고 와서 제가 좋아하는건 다 들어있다고 하더군요. 에이 설마, 했었는데 정말이었어요.


레 : 취향 저격 게임이라니.


라 : 짧은 플레이타임과, 카드가 18장이 깔리는데, 2인플 기준, 6장만 사용된다는게 충격적이었어요.


클 : 그게 한 줄에서 2장을 들고가면 아예 사라지던데요.


라 : 넵. 스윽. ㅋㅋㅋ 와 그걸 처음 보고, '이거 에러플 아니야? 이게 이럴리가 없는데?'라고 했죠.


클 : ㅋㅋ 아, 해보고 싶어요. 2월달에 제가 레이스 포 더 갤럭시를 들고 갈테니, 라마나타님이 퍼스트 클래스를 들고 와주세요.


라 : A, B 모듈만 해봤는데 정말 스피디하고, 템포가 빨라서 여러번 해보실 수 있습니다. C, D, E 모듈 아직 못 해봤는데, 저도 어서 해봐야습니다. 러시안 레일로드가 좀 부담이었다면 특히나 더 추천드립니다.


클 : 저는 러시안 레일로드 재밌게 했었어요. 그래서 더 기대됩니다.


라 : 깔끔함의 극치입니다.


출처 : https://boardgamegeek.com/image/3213498/first-class-all-aboard-orient-express




클 : 그럼 이제 2위군요.


라 : 넵.


클 : 이 게임은 아마 제 입문 게임으로 봐도 무방한 2007년 게임입니다.


레 : 아, 그거인가요.


클 : 세상에... 가장으로서 농사 짓고 밥 먹이는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라 : ㅋㅋㅋ


클 : ㅋㅋ 우베 로젠버그의 영원한 명작 아그리콜라입니다.


레 : 오.


클래리티의 2위 : 아그리콜라 Agricola


라 : 영원한 명작에 한 표 드립니다. ㅋㅋ


레 : 제겐 한 번 해보고 고통 받았던 게임.


클 : 아그리콜라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카베르나 등에게 밀렸다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쨌건 아그리콜라는 보드게임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게임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밋밋한 유로게임에 본격적으로 테마를 입히기 시작한 게임이고, 그게 어마어마하게 히트를 치면서, 매우 무겁고 빡센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 되었죠.


라 : 고통을 즐거움으로 승화시킨 게임.


클 : 긱웨이트 3.6짜리 게임인데, 당장 평점을 매긴 사람 수가 보드게임긱 기준으로 46000명이고, 카탄, 카르카손, 팬데믹, 도미니언, 7 원더스 다음이에요.


레 : 국내에서도 무게감에 비해 즐긴 사람이 많을 듯요.


클 :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시작할 때 받는 수많은 직업과 보조 설비 카드들. 그게 어떻게 들어오느냐에 따라 게임을 풀어나갈 수 있는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 그러면서도 일꾼 놓기 특성 상 지속적으로 인터액션이 오가고, 게임이 진행되면서 점점 커지는 내 농장을 보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죠.


라 : 자신의 것을 만들어가는 재미도 확실한 플러스 요인이죠~


클 : 단점이라면, 역시 아무래도 너무 무겁고, 밥 먹이기가 특히 힘들어서 처음 하는 분들은 고통만 받고 '이게 뭐하는 게임이야?' 할 수 있다는 점, 초보자와 숙련자의 갭이 매우 크다는 점과, 직업 카드, 설비 카드를 시작할때 너무 많이 받아들기 때문에 게임 전에 그거 읽는데 시간이 꽤 소모된다는 점이 아쉬운 점인데, 그럼에도 재미있어요.


라 : 고통이긴 한데 그 고통이 재미있죠. ㅋㅋ


클 : 직업 카드를 어떻게 까느냐에 따라 엔진 빌딩 느낌도 있어서, 처음에는 비효율적으로 음식 줍줍 하다가 나중에는 한 액션으로 음식 쓸어담게 되는 점도 재밌고요.


레 : 저는 카드가 너무 많아서 처음에 너무 힘들더군요.


클 : 네, 그게 좀 단점이긴 해요. 저도 잘하는 편은 아니에요.


레 : 하면 할 수록 재밌어질 거 같은데, 처음엔 뭐가 좋은지 감도 안 와서, 저는 입문하기에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느꼈어요.


라 : 이젠 아그리콜라로 입문하기엔 좋은 입문 게임이 너무 많죠.


클 : 네. 맞아요. 물론 저도 아그리콜라로 입문했으니, 아그리콜라로 입문하는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요.


출처 : https://boardgamegeek.com/image/475895/agricola


클 : 그럼 레이지니님의 황당한 2위를...


라 : ㅋㅋㅋ 모두가 기대하는 황당 2위.


레 : 제 2위 게임은.


클, 라 : 두근두근.


레 : 기록된 바로는 1829년...정도가 위키피디아에 적혀있는 거네요.


클 : 어...?


레 : 포커입니다.


라 : ?!


클 : 아? 포커 게임 그 자체요?


레 : 네.


라 : ㅋㅋㅋ 그렇군요.


레이지니의 2위 : 포커 Poker


레 : 포커 게임이 꽤 다양하기 때문에 차이가 있지만, 서로의 카드를 랜덤하게 받고, 서로의 칩을 걸어서 베팅하는 방식.


라 : 오호. ㅋㅋ


클 : 흔히 '세븐 오디'라고 하는 7카드 포커 이야기신가요.


레 : 세븐 오디는 국내에서 많이 하는 방식이고, 제가 좋아하는 건 홀덤이나 오마하에 가깝습니다. 국내 게임으로는 바둑이 정도?


클 : 아하.


레 : 다만 포커의 가장 큰 단점은 무엇인가가 걸려있지 않으면 게임의 재미가 없어진다는 점이에요.


라 : ㅋㅋㅋ 손목 정돈 걸어줘야...


클 : 네, 저도 그래서 포커는 보드 게임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단순하고 재미없는 게임이라고 생각해요.


레 : ㅋㅋ 그래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관점에서는 대회 방식을 좋아합니다.


클 : 아, 칩 걸고 순위 가리는 건가요.


레 : 시간이 지나면서 한 사람씩 엘리미네이션 되면서 그 순서에 따라 순위가 결정. 순위에 따라서 상품이나 명예가 주어지는 구조가 가장 적당하다고 봅니다.


클 : 명예...로는 하고 싶지 않은데요. ㅋㅋ 저는 돈이 걸린다는 전제면 높게 치고 싶은 게임입니다만, 돈 안 걸고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보드 게임 많은데 굳이 하고 싶진 않아요.


레 : 저는 자신의 국가에서 허용되는 범위의 돈이 걸린 정도라면 포커는 매우 훌륭한 게임이라고 봅니다. 제가 포커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서로의 '베팅'을 통해서 의사 소통을 한다는 점이에요.


라 : 그건 고수의 영역 아닌가요. ㅋㅋ


레 : ㅋㅋ 아닙니다.


클 : 아. 저도 그런거 느낀 적이 있어요. 제가 친구들과 포커를 한 번 쳤었는데, 베팅에 자기 성격이 다 드러나더라고요. 그걸 관찰하는건 재미있었어요.


레 : 맞아요.


라 : 여러분들과 포커는 치면 안되겠군요.


레 : 수읽기의 기본은 '생각의 레벨'인데, 내꺼만 생각하는게 0 레벨이라면, 상대방 꺼를 생각하면 1 레벨, 상대가 생각하는 내꺼를 생각하면 2 레벨. 이런 식으로 서로 수읽기를 하죠. 포커만이 아니라 많은 2인 게임에서도 마찬가지고요.


클 : 친구들 중에 원래 좀 소심한 안전주의자가 있는데, 그 사람은 K 투 페어여도 베팅이 조금 걸린다 싶으면 죽어요. 그 사람 말고 좀 대담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K 투 페어면 끝까지 달려요.


라, 레 : ㅋㅋㅋ


클 : 어떤 친구는 자기 나름대로 계산을 해서 치는데 게임 끝나고 보면 잃어 있어요. ㅋㅋ 아무런 생각 없이 돈 걸리는게 재밌어서 자기 패랑 상관없이 돈만 거는 사람도 있고요.


레 : ㅋㅋ 그렇죠.


클 : 이게 근데 평소 실생활에서 제가 알던 모습들이 그대로 투영되는건 정말 재미있는 부분이었어요.


라 : 이잌ㅋ 어렵네요. 아는 만큼 보이는 건가.


레 : 꼭 돈을 따야 재미있는 것은 아니기도 하죠. 그 과정 자체에서 재미를 느끼죠.


클 : 그건 그래요. 근데 뭔가 걸지 않으면 재미가 없으니까.


레 : 저는 정확히 말해보면, 걸지 않으면 재미가 없다기 보단, 포커 자체가 뭘 걸지 않으면 포커에서 가장 중요한 '베팅'이 의미가 없어져서 그렇다고 봅니다.


클 : 그런데 아무거나 걸면 그냥 항상 올인이니까요.


레 : 그런 단점을 없애고 포커를 보드 게임으로 만들려고 한 시도가 판단테라는 게임입니다.


클 : 오, 그런 게임이 있군요.


레 : 네. 포커 게임 규칙인데, 무엇인가 걸리지 않아도 베팅이 의미있도록 매우 잘 만든 게임이었어요. 규칙이 조금 달라서 룰 숙지가 필요하지만요.


라 : 오호...


레 : 그 재미를 즐기기 어려운게 안타깝지만, 포커는 제게 깊은 의미가 있는 2위 게임입니다.


출처 : https://boardgamegeek.com/image/79414/poker


클 : 그럼 라마님의 황당한? 2위를 들어보죠. ㅋㅋ


레 : ㅋㅋ 기대기대.


라 : 이잌... 전 황당까진 아니고 그냥 의외입니다만.


클 : 아, 그랬나요.


라 : 저에게 애증의 메커니즘이 마피아, 블러핑 류인데요, 재미있게 하는 편이지만, 근거없이 서로를 몰아가는 부분이 좀 스트레스거든요. 취조 받는 기분도 들고. 그런데 그런 부분을 해소해준 게임이 하나 있었습니다. 2위는 바로 디셉션입니다.


레, 클 : 아하.


라 : 정확히는 홍콩 살인사건인가요. ㅋㅋ


클 : 네. 정말 재밌더라고요.


라마나타의 2위 : 디셉션 Deception


라 : 사람을 안 타진 않는 게임이지만, 적어도 몰아붙일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를 제공해주는게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역할에 몰입할 수 있어서 좋았구요. 메쏘드 연기를....


레 : 저도 그런 점에서 레지스탕스 아발론보다 좋아합니다. 그리고 미스테리움보다 좋아하구요.


라 : 저도요. 미스테리움은 제 순위에서 이미 없어져 버렸습니다. ㅋㅋ


클 : 전 게임 자체는 너무 재미있었는데, 앞에 깔린 카드들이 너무 많아서 초장엔 뭐가 뭔지 정신 없는게 조금 아쉽더라고요.


레 : 아, 그건 동의해요.


라 : 단점이 없는 게임이 아니라곤 못하겠어요. 사람도 많이 타고요. ㅋㅋ


클 : 그런 부분에서 저는 스파이폴을 조금 더 좋아해요.


라 : 스파이폴은 조금 더 파티스럽고, 질문하는거 어려워하는 사람 만나면 게임 전체가 늘어지는 면이 있죠.


클 : 네, 스파이폴도 단점이 꽤 있는 게임이긴 합니다.


라 : 한번 격하게 겪었는데... 어휴, 당분간 하고 싶지 않더라구요. ㅋㅋ


클 : ㅋㅋ 디셉션이랑 스파이폴 언제 날 잡아서 같이 하시죠. 저 둘 다 좋아합니다.


라 : ㅋㅋ 알겠습니다. 디셉션은 7인 베스트! 하루 종일 돌릴수 있습니다.


레 : 7인 적당하죠. 다만 전 한 두 판 정도만...


'뒤에 숨어서...'

출처 : https://boardgamegeek.com/image/2900208/deception-murder-hong-kong




클 : 자, 그럼 1위들만 남았네요. 저는 레이지니님 1위는 알겠어요.


레 : ㅋㅋㅋ


라 : ㅋㅋㅋ 저는 평범한 1위입니다.


클 : 제 1위는 아마 두 분 다 아실거고...


레 : 압니다. ㅋㅋ 보드라이프의 모든 분이 다 아실듯.


클 : 아, 그럴듯요.


라 : 이미 여러번 언급을 하셔서. ㅋㅋㅋ


클 : 블라다 크바틸의 명작, 2011년 작품이고, 2위인 아그리콜라보다 천만배는 더 좋아하는 메이지 나이트입니다.


라 : 와우.


레 : 천만배라니.


클래리티의 1위 : 메이지 나이트 Mage Knight


클 : 저와 친구들은 '갓갓갓 갓갓갓'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보드게임을 평점 매긴거 보니 약 200개 정도 되는데, 메이지 나이트 발끝에 온 게임도 아직은 못 본거 같아요.


라 : 격차가 엄청 크네요. ㅋㅋㅋ


레 : 후덜덜... 발끝이라니.


클 : 물론 단점이 엄청나게 많죠. 룰북이 거지같고, 잔룰 투성이에, 플레이 타임이 2인으로 해도 기본이 두시간 반, 세팅이 30분, 처음 하는 사람에게 가르치는데만 한시간 넘게 걸려요. 그런데 이 게임이 정말 재미있는 점은, 일종의 덱 빌딩 요소가 들어있어서 처음에는 제 핸드가 약하니까 제 캐릭터가 약한데 덱에 카드들을 추가하면서 점점 강해지거든요.


라 : 오호.


클 : 그러면서 매 턴 일정 수의 카드를 받고 그걸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매 턴마다 굉장히 많아요. 그것이 어떤 카드를 받았는지, 지도가 어떻게 깔렸는지, 추가 카드들이 어떤게 떴는지에 따라 다 다르고요.


라 : 많은 걸 고려해야 하는군요.


클 : 그럼 제게 주어지는 선택지가 1. A에서 추가 카드를 받을 것인가, 2. A에서 카드를 받는 대신 A를 공격할 것인가, 3. B에서 기다리면서 회복하고 카드를 모을 것인가, 4. C에서 추가로 지도를 열면서 다른 가능성을 볼 것인가. 이걸 제 손에 있는 카드 몇 장으로 최선의 선택지를 찾아서 해야 하거든요.


레 : 호오. 카드 몇 장으로 그런 다양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은 꽤 흥미롭네요.


클 : 따라서 매 턴마다 전혀 다른 상황에서 전혀 다른 선택지들을 놓고 그 중 내 생각에 가장 좋은 선택지를 선택하는 퍼즐이 게임하는 3시간 내내 끊임없이 계속 주어지는 거에요. 이러니 재미가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죠.


라 : 와. 듣고 보니 취향일 것 같은데요. ㅋㅋ


클 : 게다가 캐릭터마다 기본 카드가 다 다르고, 능력이 다 달라서, 확장을 다 사면 캐릭터가 7가진데 플레이 방식이 아예 다 달라요.


라 : 오오오.


레 : ㅋㅋ 라마나타님 넘어가셨군요.


라 : 와우, 설득 당하고 있습니다. ㅋㅋ


클 : 정말 그 모든 단점들을 이겨내고도 게임의 재미 하나만으로 제 마음 속 1위를 하고 있습니다. ㅋㅋ


레 : 저도 한 번은 해봐야 할 것만 같은 매력이 느껴지네요.


클 : 문제는, 제가 이걸 강력 추천하긴 좀 두려운게, 취향을 반드시 탈 게임이거든요.


레 : 하나 궁금한게, 그런 복잡한 룰의 게임이면 보통 온라인이 더 플레이하기 편하기 쉬운데, 메이지 나이트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할 때 재미의 차이는 어떤가요?


클 : 저는 비슷한거 같은데, 아무래도 컴포 만지는 재미가 있으니 오프라인이 더 재미있긴 하죠. 근데 2인으로도 3시간 넘짓 걸리는 게임을 오프라인에서 하기엔 평소에 오프라인에서 못하는 다른 게임들이 많으니, 보통 온라인으로 많이 합니다.


레 : 음? 3시간이면 짧...


클 : 아,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ㅋㅋ


라 : ㅋㅋㅋ 정말 이분들...


클 : 3인이면 장고 플레이어 있으면 5시간 정도 걸려요. 그 시간이면 3인이 버건디 3판 할 시간.


라 : 살려주세요.


레 : 아, 그건 좀 길군요. 온라인은 플레이 타임이 확 짧아지려나요.


클 : 충격적으로 비슷합니다. ㅋㅋㅋ


레 : 헐. ㅋㅋ


클 : 게임이 긴 이유가 플레이어들이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서거든요. 저 수많은 선택지들 때문에 자기 턴이 될 때마다 뭘 할지 고민이 길어지기 때문에 다운 타임도 긴 편이고요. 대신에 그 고민할때만큼은 정말 즐겁죠.


레 : 으. 왠지 저에겐 핵고통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라 : 한 번 하고 나면 개운하겠네요. ㅋㅋ


클 : 네. 개운합니다. 초반에는 약한 적한테도 쩔쩔 매다가 게임 끝날 때쯤엔 강한 적 대여섯마리를 한번에 썰어버리는 성장하는 재미도 있고요.


레 : 아, 그런 성장하는 부분은 재밌을 것 같기도...


클 : 근데 레이지니님은 아마 싫어하실듯. ㅋㅋ 라마나타님은 모르겠습니다. 해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이지만, 추천하라고 하면 선뜻 못 하겠어요. 게임 추천 묻는 글 올라와도 저는 어지간하면 추천 안 드립니다.


라 : 기회만 되면 꼭 해보고 싶네요.


출처 : https://boardgamegeek.com/image/1701147/mage-knight-board-game-lost-legion


레 : 이제 제 1위인가요?


클 : 네.


레 : 다들 예측하시겠지만, 전 고전 게임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1위 게임은 아주 궁극의 고전 게임.


라 : 이 분 옛날 분.


레 : 2500년은 넘은 게임이라고 알려진 바둑이죠. ㅋㅋ


라 : ㅋㅋㅋ 고스트 바둑왕.


클 : 기원전 550년이군요. ㅋㅋ 정말 바둑을 고르실 줄이야.


레 : 요즘은 거의 못 둡니다만, 언제든 둘 상대가 있다면 두고 싶습니다.


레이지니의 1위 : 바둑 Go


레 : 바둑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점은, 장기, 체스 등과는 다르게 넓은 보드판 위를 하나씩 하나씩 내가 만들어가는 느낌. 그리고 단순한 규칙에 엄청난 자유도.


라 : 추상 전략의 끝판왕이네요.


클 : 저는 바둑이 진짜 신기한게, 돌 하나로 그림이 확 바뀌는거에요. 19x19개의 칸 위에 놓이는 하나릐 돌인 뿐인데, 그거 하나로 전체 그림이 흔들리는걸 보면 경이로워요.


라 : 크으.


레 :전 물론 인공신경망으로 만든 알파고는 커녕, 그 이전 버전인 몬테카를로 방식의 바둑 프로그램에게도 지는 실력입니다만. ㅋㅋ 바둑을 두면서 사람들의 '개성'이 느껴져서 좋습니다. 어떤 사람은 굉장히 공격적이고, 어떤 사람은 방어적이고, 어떤 사람은 계산적이고, 어떤 사람은 감각적이고요.


라 : 저도 좀 알고 싶네요. ㅋㅋ


레 : 언제든 제가 지도 바둑 둬드립니다.


클 : 레이지니님 몇급이세요?


레 : 저는 온라인으로만 둬와서, 온라인으로 보면 한 10여년 전에 타이젬이라는 바둑 사이트에서 1급~1단까지 올라갔다가 현재 실력은 아마도 한 4~5급 정도 아닐까요? 온라인 급수요. 기원 급수로 하면 더 떨어질거에요. 한 6~7급아닐까요.


라 : 오홍.


클 : 그럼... 제가 초등학교 때 10몇급이었는데. 한 석점 놓고 가르쳐주시죠. ㅋㅋ


레 : 석점 콜입니다. ㅋㅋ


라 : 오 기대되는군요. 결과 꼭 알려주시길. ㅋㅋ


출처 : https://boardgamegeek.com/image/631151/go


클 : 그럼 아마 가장 궁금할 라마나타님의 1위를...


레 : 두둥.


라 : 두둥. 저 빼놓고 두 분이 한참 즐겁게 이야기 하신 그 게임입니다.


클 : 아. 아아.


레 : 아하. 아까 지나간. ㅋㅋ


라 : 넵. ㅋㅋㅋ


라마나타의 1위 : 팬데믹 레거시 Pandemic Legacy


클 : 아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라 : 전 일회용이라던가, 일회성이라던가, 어휴.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전 같은 영화 여러번 보거든요. 영화관에서 돈 주고.


레 : 게임 자체는 1회용이 맞죠. 다시 구입해야 하니. ㅋㅋ


라 : 그 경험이 소모성이라고 생각 안 해요. 그러기엔 할 때마다 너무 다른 것 같아요. 3번째 팟을 준비중입니다.


클 : 와, 벌써 두 판 하셨어요?


레 : 헐. 3번째 팟도 만드셨군요.


라 : 전 정말 솔직히 10번 이상 할 수 있어요. 마음 같아선 고수들 모아서 최선의 플레이도 한 번 해보고 싶네요.


클 : ㅋㅋ 모든 걸 아는 상태에서.


레 : 제가 아는 핵고수 멤버 리스트 드려야겠군요.


라 : 넵. 진화하는 보드게임은 정말 충격과 공포였어요.


클 : 저도 아직 기억나요. 첫 카드를 찢었을 때의 그 쾌감.


라 : ㅋㅋㅋ 짜릿 찝찝.


클 : 박스 열었는데 XXXX가 나왔을 때.


라, 레 : ㅋㅋㅋ


레 : 쉿. 여기까지.


라 : 위험하네요. ㅋㅋ


클 : 제가 아직도 가지고 있는 사진 한 장이 있어요. 이 게임 하면서 가장 짜릿했을 때인데...


출처 : http://www.rockcellarmagazine.com/wp-content/uploads/2014/11/censored.jpg


클 : 흠흠.


라 : 아무튼!


클 : 네. ㅋㅋ


라 : 전 팬데믹 레거시가 본판에서 이상했던 부분을 시스템 적으로 해결해줬다고 생각해요. 본판을 임하는 자세가 '어떻게든 깨기만 하면 된다!'라는 마인드였다면, 이 게임은 미래를 고려해야 하거든요.


레 : 저도 본판에서 아쉬웠던 점이 그거였어요.


라 : '아... 여긴 지켜야 하는데...'


클 : 네, 저도 그게 본판을 재미없어 하는 분들도 팬데믹 레거시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레 : 그 점 동의 합니다.


라 : 정말 너무 완벽하게 멋져요. 그리고 테마가 레거시 시스템에 완벽하게 들어맞습니다. 본판은 10위 근처에도 못 와요. 그리고 지금 팬데믹 레거시가 듣고 있는 많은 단점들도, 전 본판의 단점이라고 생각해요. ㅋㅋ


레 : 동의합니다.


라 : 팬데믹 레거시가 이뤄놓은 많은 부분은 저에게 아주 아주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카드를 제거하라길래, 제거해드렸습니다.'

출처 : https://boardgamegeek.com/image/2770484/pandemic-legacy-season-1




레 : 와, 길었군요. 오늘 대화 진짜. 장장 3시간 반정도 쉬지 않고 한 듯.


라 : ㅋㅋㅋ 길었네요.


클 : 겹치는 게임이... 저랑 레이지니님 하나, 저랑 라마나타님 두 개 뿐이네요.


라 : 힘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게임을 한꺼번에 이야기하니. ㅋㅋ


레 : 저도 마리아 한 판 한 느낌이네요.


클 : ㅋㅋ 그러게요. 문제는 이제 절반 했다는 건데.


레, 클, 라 : ㅋㅋㅋ


레 : 다음 탑 텐은 어찌할까요.


라 : 이어서 하기엔 무리가... 이거 한 번에 갈수 있을까요.


클 : 일단 지금은 힘들 것 같네요. 다음 기회에, 저희가 따로 준비한 탑 텐에 대해서 이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레 : 네. 수고 많으셨습니다.


라 : 다음에 이어서 이야기해보도록 해요~ 수고하셨습니다!




클래리티

10. 세븐 원더스 듀얼 7 Wonders Duel

9. 서버비아 Suburbia

8. 비티컬쳐 에센셜 에디션 Viticulture Essential Edition

7. 팬데믹 레거시 Pandemic Legacy

6. 리코쳇 로봇 Ricochet Robots

5. 레이스 포 더 갤럭시 Race for the Galaxy

4. 칸반 Kanban

3. 버건디의 성 The Castles of Burgundy

2. 아그리콜라 Agricola

1. 메이지 나이트 Mage Knight


레이지니

10. 마리아 Maria

9. 태양신 라 Ra

8. 카르카손 Carcassonne

7. 너도? 나도! Unanimo

6. 하나비 Hanabi

5. 리코쳇 로봇 Ricochet Robots

4. 기프 GIPF

3. 1889

2. 포커 Poker

1. 바둑 Go


라마나타

10. 던전 펫츠 Dungeon Petz

9. 버건디의 성 The Castles of Burgundy

8. 도미넌트 스피시즈 Dominant Species

7. 트라야누스 Trajan

6. 오부족 Five Tribes

5. 하나미코지 Hanamikoji

4. 에볼루션 Evolution

3. 퍼스트 클래스 First Class

2. 디셉션 Deception

1. 팬데믹 레거시 Pandemic Leg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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