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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게이머, 금성에서 온 게이머는 레이지니와 클래리티의 새 기획물로서, 서로 취향이 확연히 다른 게이머들이 보드 게임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것을 정리한 코너입니다. 특정 보드 게임에 대한 의견, 보드 게임이라는 취미 자체에 대한 서로의 생각 등이 주 대화거리가 될 예정입니다. 꾸준히 업데이트 될 예정이니,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이 글은 클래리티 (이하 클), 레이지니 (이하 레) 라마나타 (이하 라)가 2016년 12월 23일 나눈 대화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클 : 안녕하세요.


라 : 안녕하세요오. 어색하네요, 뭔가.


레 : 어서오시죠, 라마나타님.


라 : 평소 말투로 해도 되는거죠?


레 : 암요.


클 : 우리 모두 부끄러움을 견뎠으니 라마나타님도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평소엔 어떤 일을 하시는지, 어떤 게임을 좋아하시고 싫어하시는지 등등도 알려주세요.


라 : 아앜, 안녕하세요. 라마나타입니다~ 늘 같은 멘트로 보드라이프에서 열심히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감금되어 공부를 하고 있구요. 주말에만 게임을 하고 있습니다.


클 :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까지요? 허허.


출처 : https://evolllution.com/wp-content/uploads/2013/04/Non-Traditional-Student-43607542-%C2%A9-michaeljung.jpg


라 : 게임은... 잡식성 입니다. 공전임무 같은 게임같지 않은 게임도 좋아하고 머리 쥐어 뜯으며 하는 무거운 게임도 좋아합니다. 다만 플레이 타임이 2시간이 넘으면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긴 게임은 잘 안합니다.


레 : 2시간이 리미트인가요.


라 : 룰 설명 빼고 2시간입니다. ㅋㅋ 레이지니님도 원래 저랑 비슷한 부류셨는데 마리아에 손 대시고 변하셨죠.


레 : 18AL도... 요즘은 1889지만요.


클 : 싫어하시는 게임은 없으신가요?


라 : 게임은 정말 다 좋아합니다~ 요즘 욕 많이 먹는 '모든 게임은 나름의 매력이 있다' 주의구요. 게임보단 사실 사람을 좀 가립니다.


클 : 사실 저도 그게 왜 욕먹는지 잘 모르겠어요. 취미라는건 재미있기 때문에 시간을 투자해서 하는거고, 내가 좋아하는 취미라면 당연히 싫어하는 게임보단 좋아하는 게임이 더 많아야 하지 않나요? 물론 기대를 갖고 게임을 샀는데 재미없으면 화날 수는 있지만요.


레 : 저도 모든 게임은 재미가 있다에 한표. 하지만 개인 취향은 있다 쪽입니다.


라 : 안 맞는 게임은 분명 있죠. 화성 게임이라던가, 우주 게임이라던가.


,  : ㅋㅋㅋ 그거인가요.


출처 : https://boardgamegeek.com/image/2601047/falling-coin

출처 : https://boardgamegeek.com/image/2891961/terraforming-mars


클 : 사람을 가리신다는 이야기 조금만 더 해주세요.


라 : 아, 가리는 사람이요? 아까 이야기하신 취미 부분이랑 일맥상통 하는 이야기인데, 뭐랄까, 목숨 걸고 게임하는 사람 좀 피하는 편이에요. 인터액션 자체를 별로 안 좋아하기도 해서요. 그런 분들이랑 게임하면 취미보단 스포츠하는 기분이 들어요. 그게 제가 원하는 재미는 아닌 것 같아요.


레 : 아...


클 : 저도 가끔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될 때가 있는데 조심해야겠어요. 라마나타님이 평소에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네요.


라 : 그런데 그분들 입장에선 제가 트롤로 보일거에요. 어쨌든 서로 안 맞으면 굳이 같이 할 필요는 없죠.


레 : 저도 라마나타님과 그 점에선 동감이군요.


클 : 보드게임을 대회로 접근하는 분들이 계시죠. 그게 나쁘다는건 아닌데, 그런 분들이랑 게임하면 숨막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라 : 네, 나쁜건 전혀 아니죠~! 철학이 다른 것뿐.


레 : 서로 추구하는 재미가 다른거죠.


라 : 근데 저랑 가장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이 그런 타입이라는게...


, : ㅋㅋㅋ (빵터짐)


클 : 물론 리코쳇 로봇이라던가, 몇몇 게임은 저도 눈 돌아가서 저도 모르게 그럴 때가 있는데, 되도록이면 안 그러려고 합니다.


라 : 맞아요, 가끔 불타는 게임이 있죠.


레 : 뭐랄까요, 큰 그림을 그리는 성향의 플레이어인데 자기 그림이 뜻대로 안될 때, 그게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플레이 때문일 때, 그 분들이 함께 하는 사람들을 머쓱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죠.


클 : 근데 그런 상황은 저도 별로 반기지 않아요. 물론 그 플레이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하지 않을 플레이를 순전히 저를 견제하기 위해 하는거 같으면 좀 화가 나요.


라 : 맞아요. 타겟팅 당한 느낌이면 특히나 화나죠.


클 : 제 친구 중 하나가 그런 플레이의 귀재에요. 좀 전 온라인 3인 아그리콜라 한 판 하는데, 제가 나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집 고치고 울타리 짓기'를 다음 라운드에 선으로 먹으려고 세팅하고 있었고, 그 친구는 자기 농장을 꽉 채웠고 쓸 곳이 없는 나무가 8개 정도 남았는데, 굳이 나무 칸에 들어가서 나무를 빼가더라고요. 2인플이면 당연히 이해하는데 3인플인데 타게팅을 당해서...


라 : 그 아그리콜라 플레이에 분노하셔서 20분 늦게 시작하게 된거군요! ㅋㅋㅋ


클 : ㅋㅋ 그건 아니었어요.


라 : 근데 전 자주 그러는 편이라 할말이...


클 : 사실 1:1 구도에선 상대 마이너스가 제 플러스보다 큰 상황이면 그렇게 하는게 맞죠. 근데 3인인데 그런 식으로 저격당하면 마냥 기분이 좋진 않더라고요.


레 : 각자가 게임에서 얻으려는 재미가 다른데 그게 서로 상충되는 경우가 그런 상황인듯요.


클 : 네, 그렇죠. 뭐 어차피 그 친구는 원래 그런 놈이라 웃어 넘겼지만. 그 친구 모토가 딱 이거거든요.


출처 : http://upload2.inven.co.kr/upload/2016/07/27/bbs/i11391778293.jpg


, : ㅋㅋㅋ


라 : 그런 분들은 Take that 류의 게임을 하시면 훨씬 더 즐기실거 같아요. 그런 분들이 뛰어 놀수 있는 게임 장르가 한국에서 좀 마이너하긴 해요.


클 : 그런데 그 친구는 신기하게 협력 게임도 좋아해요. 어쨌건, 오늘은 인터액션 이야기를 해보려 하는데 벌써 저희가 인터액션을 보는 관점이 다 드러난 기분이군요.


레 : ㅋㅋㅋ


라 : 적절한 인트로였습니다. ㅋㅋ


클 : 오늘은 인터액션의 양 끝에 서 있는 게임이자, 여러가지 의미로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하는 두 게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첫 게임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푸에르토 리코입니다.


출처 : https://boardgamegeek.com/image/444465/puerto-rico


클 : 레이지니님이 푸에르토 리코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해주세요.


라 : 푸에르토 리코 전문가시니까요.


레 : ㅋㅋ 전문가는 아니구요. 푸에르토 리코는 한때 보드게임긱 1위를 아주 오래한 게임이죠. 식민지의 주지사가 되어서 상품을 생산해서 본국으로 수출하고 건물을 지어서 점수를 얻는 게임이에요. 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내가 고른 액션을 모두 함께 한다. 그 액션 선택과 순서가 매우 중요해서 내가 고른 행동이 상대 모두에게 영향을 크게 끼치죠. 그런 점에서 상호작용이 상당히 크고 운의 요소가 적은 게임입니다.


라 : 운 요소가 없나요?


레 : 거의 없습니다. 농장 깔리는 것과 대규모 농장 뿐.


클 : 대규모 농장은 운적 요소가 조금 있네요.


레 : 그래서 실력차가 크고 또 킹메이킹이 쉽기도 합니다.


라 : 자리나 사람은 딱히 게임적 운 요소가 아니라 그런걸까요?


클 : 보통 그런 부분은 인터액션이라고 칭하니까요. 보드 게임에서 이야기하는 운적 요소에선 사람이나 자리는 잘 이야기하지 않는거 같아요


레 : 게임 내에 있는 운만 따진거죠.


라 : 사실 전 턴 순서가 계속 바뀌거나,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임이 진정한 의미로 운 요소가 없다고 생각하긴 해요. 엘리시움, 도미넌트 스피시스, 케일러스 같이 제가 턴 순서를 조절할 수 있는 게임이요. 하지만 그건 역시 게임 외적 운이겠네요!


클 : 어쨌건, 푸에르토 리코는 상당히 독특한 게임인게, 내가 하는 액션을 모두가 한다는건 내가 한 액션으로 인해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이득을 더 볼 가능성이 있다는 거거든요.


레 : 맞습니다.


클 : 대부분의 게임은 내가 하면 내가 이득을 보고, 다른 사람이 손해를 보거나 이득을 '덜' 보는데, 이 게임은 다른 사람이 이득을 '더' 볼 가능성이 상당히 많다는게 독특하면서도, 게임을 익히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에요. 킹메이킹이라는 것도 이런 점 때문에 잘 생기고요


레 : 그래서 자기 차례인데 내가 어떤 걸 해도 손해라면 이미 많이 기운거죠.


라 : 종종 느끼는 기분입니다.


출처 : http://drinkupcolumbus.com/wp-content/uploads/2014/01/kingmakers-columbus.png


클 : 인터액션에 대한 저만의 분류일 수도 있는데, 1. 직접적이냐 간접적이냐. 2.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3. 강하냐 약하냐. 이렇게 봅니다. 푸에르토 리코는 직접적이고, 긍정적/부정적이 혼재해있고, 강한 편입니다.


레 : 맞아요.


클 : 여기서 재미있는건 푸에르토 리코는 긍정적인 인터액션이 상당히 많다는 점, 그게 너무 강한 나머지 다른 플레이어들이 더 이득을 보는 묘한 상황이 자주 생긴다는거죠.


라 : 긍정적 인터액션이라는건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서로 이익을 보는 경우를 이야기하시는 거죠?


클 : 네. 제가 긍정적 인터액션의 대표작으로 보는게 테라 미스티카인데요, 집이 붙어있으면 업그레이드 가격을 까주고 그 대가로 파워를 받잖아요. 아주 좋은 긍정적 인터액션의 예라고 생각해요. 붙어있으면 길이 막히는 견제를 당할 여지가 있는데도 일부러라도 집을 붙이게 돼요.


레 : 그거, 원시스프도 은근 비슷하죠.


클 : 이러한 '내가 한 행동으로 인해 상대방이 더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은 게임을 독특하고 재미있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진입장벽을 높이게 되죠. 라마나타님은 푸에르토 리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 : 참... 애매한 게임입니다. 사실, 과대평가된 게임 뽑으라면 전 푸에르토 리코를 뽑고 싶기도 한데요, 제가 좀 못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네요. ㅋㅋ


클 : ㅋㅋㅋ 그런 이유는 받아들이지 않겠습니다.


라 : 뭐랄까, 부정적 인터액션은 계산이 쉬워요. 이걸 치면 저 사람이 나무를 3개 못 먹고 승점 9점을 잃는다. 이런 계산이 확 나오는데, 푸에르토 리코는 '남에게 이득을 줄 바에야 안하고 만다'라는 플레이가 언제든 나올수 있잖아요. '승점 계산을 통한 승리'의 개념이 있는 게임에서 상부상조형 액션이 들어간 게임이 재미는 있는데, 깊게 파고 들어가고 싶게 만들진 않아요. 좀 어색해요.


클 : 계산이 힘들다는건 결국 다른 플레이어의 행동이 예측이 되지 않는다는 거겠죠?


라 : 넵. 인터액션의 나비효과가 너무 강해요. 선적 타이밍이나 시장 타이밍, 그리고 모두가 하지 않으려는 그 액션...이 뭐였죠?


레 : 생산.


라 : 네, 생산. 생산으로 이득볼 수 있는 테크를 만들지 않는 이상 기피하게 되는 행동이잖아요. 그런게 생긴다는게 좀 폭탄 돌리기 느낌도 있어요.


레 : 그나마 아무도 고르지 않은 액션엔 돈을 꾸준히 쌓아주죠. 선택할 메리트가 생기도록.


라 : 돈이 쌓이는건 되게 좋은 게임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악마의 유혹이죠. 3원 받고 남들이 커피, 담배를 팔아치우는걸 보는 슬픔이란...


클 : 생각해보니 테라 미스티카랑 푸에르토 리코는 그런 점에서도 비슷한 구석이 있네요.


출처 : https://boardgamegeek.com/image/110669/puerto-rico

출처 : https://boardgamegeek.com/image/1515094/terra-mystica


클 : 레이지니님은 푸에르토 리코라는 게임과, 그 인터액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레 : 전 푸에르토 리코를 좋아합니다. 다만 첫 플레이 소감은 긍정적이지 않았어요. 라마나타님 얘기처럼 감이 잘 안오더군요.


클 :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신 걸로 아는데 저는... ㅋㅋㅋ


라 : 전문가 전문가.


레 : 상호작용은 좋아합니다. 상대 눈치 보는 맛도 있고. 그리고 전문가는 정말 아닙니다! 그저 좋아하는 게임이라 좀 더 잘하고 싶어서 전략 글들을 읽는 정도. 다만 실력차가 너무 크게 나는 게임이란 점. 그리고 격차가 벌어지면 따라잡기 힘들다는 점. 한 번의 실수가 그 뒤의 좋은 선택들을 다 망칠 수 있다는 점. 그런게 좀 아쉬운 점입니다.


라 : 방금 생각났는데 푸에르토 리코를 싫어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게, 초반에 액션을 잘못 선택헀는데 대체 왜 그 행동을 하냐며 엄청 욕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레 : 네, 그런 장면이 많이 발생하는 게임이에요.


클 : 사실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거랑 연결되어 있는 이야기인데요, 이 게임은 초보자+숙련자 조합으로 돌리기 참 힘든 게임입니다.


레 : 공감합니다.


클 : 근데 대부분의 게임이 이런 부분이 없지 않은데, 푸코는 이게 거의 게임의 승패를 결정할 정도로 큰 요소거든요. 잠깐 제 이야기를 하자면, 사람마다 게임을 하면서 짜증나는 부분은 다 다를거에요. 그런데 저같은 경우는 1. 상대방이 나보다 게임을 잘한다. - 질만해요. 2. 상대방이 나보다 운이 좋다. - 그럴 수 있죠. 3. 근데 나랑 상대방이 카드빨 주사위빨도 비슷하고 실력도 비슷한데 초보자가 상대방 오른쪽에 앉아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압도적으로 지면 내가 뭘 한건가 싶거든요.


레 : 자리빨. ㅋㅋ


라 : 으으... 그 기분 너무 싫습니다.


클 : 많은 분들은 카드빨, 주사위빨을 싫어하시는데, 저는 오히려 그런거엔 관대해요. 그런 운적 요소가 조금은 있어야 게임이 다채로워지니까. 그런데 이런 사람으로 인해 승패가 기우는 부분이 좀... 납득이 안 된다고 해야 할까요. 그렇다고 이게 30분짜리 필러 게임도 아니고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짜리 전략 게임인데 그런 기분을 느끼니 좀 그렇더라고요.


레 : 아, 그건 오해입니다. 푸코는 3인플 30분짜리 필러 게임이죠.


라 : 네에? ㅋㅋㅋ


클 : ㅋㅋㅋ 세팅만 30분 걸리던데요.


레 : ㅋㅋㅋ


라 : 잘 모르고 한 행동들이 게임에 너무 큰 영향을 미치게 돼서 초보자로서 조금 부담이 가는 게임 같아요. 지인이랑 2인플을 했었는데 정말 게임 내내 '왜 그걸 해?' 라는 소리를 들었었죠.


레 : 맞아요. 어찌보면 내 선택보다 남의 선택이 나에게 더 큰 영향을 주는 게임이죠.


라 : 그래서 전 운빨 게임 같아요. 의도하지 않은 인터액션에 시달린다랄까요. 난 그냥 생산이 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걸로 인해 누군가가 10원짜리 건물을 팍팍 올리고...


레 : 그래서 '흐름을 읽는 것'이 중요하죠.


클 : 그래서 제가 최근 보드라이프 댓글 중에 2인 푸코가 낫다는 글을 봤는데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내용이었어요.


레 : 저도 공감합니다.


클 : 내가 아무리 상대방이 이득을 보는 행동을 해도 상대방만 즐겁고 끝나니까요. 3인에서 그러고 있으면 제 오른쪽에 앉아 있는 분이 기분이 안 좋잖아요.


레 : 그쵸.


출처 : https://boardgamegeek.com/image/719020/puerto-rico


클 : 어쨌든, 이게 뭐랄까. 레이지니님이 이야기하시는 소위 '고전 게임'의 특징 중 하나인거 같아요. 플레이어가 누구냐에 따라 게임 양상이 바뀌는.


레 : 제가 예전에 겪은 아주 극단적인 예가 있는데, 역시 고전 게임인 아임 더 보스!를 하는데, 두 명이 동맹을 맺고 자기들끼리만 무조건 거래를 하더군요. 개인의 이익과 무관하게 동맹을 맺고 하니 게임의 재미가 확 사라지더라고요. 어떤 면에선 하나의 극단적인 상황의 예라고 봐요.


클 : 레이지니님이 저번에 이야기하셨던 '사람도 컴포넌트이다'의 좋은 예네요.


레 : 네.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게임 컴포입니다.


라 : 뭔가 어마어마한 명언이네요. ㅋㅋ


레 : 없으면 일단 게임이 불가능하잖아요. ㅋㅋㅋ


클 : 아임 더 보스나, 푸에르토 리코나, 원시 스프 같은 플레이어 간의 인터액션 위주로 굴러가는 게임들은 그만큼 어떤 사람과 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양상이 확 바뀔 수 있다는 점. 그게 장점이자... 어떨 땐 단점이 되는 것 같아요.


레 : 네. 게임 컴포가 불균일한 거군요. ㅋㅋ


클 : 게임 컴포로 따지면 카드빨 주사위빨보다 더한... 사람빨이 작용한다는 거겠죠. 그래서 저는 고전 게임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요. 물론 이런 점 때문에 고전 게임들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저는 차라리 요즘 트렌드인 다인 솔리테어 게임이 더 좋더라고요.


출처 : http://cdn.thefederalist.com/wp-content/uploads/2013/12/boardgame.jpg


라 : 저 궁금한게 하나 있는데, 푸에르토 리코 디자이너는 본인의 게임을 어느정도의 인터액션으로 생각하고 만들었을까요? 이게 의도된건지 참 궁금해요.


클 : 그 당시의 기준으로 따지면 그게 심한게 아니지 않았을까요.


라 : 이렇게까지 악랄하게 남 좋은 일 안 시켜주려는 플레이를 예상한건지, 아니면 예상하지 못했는데 게이머들에 의해 게임이 연구될수록 그렇게 발전한건지 좀 궁금할 때가 있더라구요. 특히 컴퓨터랑 하면 그런 기분이 많이 드는데, 컴퓨터는 일단 당장 자신의 이득만 보고 액션을 취하거든요. 마치 원래 그런 게임인 것처럼.


클 : 저는 분명 예상했을거라고 생각하는데, 디자이너만 알겠죠?


레 : 예상했겠죠. 디자이너가 테스트 플레이를 엄청 많이 했을 거고 그 과정에서 게임 상호작용을 줄이고 늘리고도 해봤겠죠. 헤이븐에서 보드게임 디자인 하시는 분들끼리 모여서 매주 테스트할 때마다 그런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게임을 이리 저리 바꿔가거든요.


클 : 방금 제가 보드게임긱에서 2002년 이전 게임을 긱 랭킹으로 정렬해봤어요.


레 : 2002년?


클 : 푸에르토 리코, 엘 그란데,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증기의 시대, 피렌체의 제후, 태양신 라, 카탄, 로스트 시티, 카르카손, 1830, 사무라이, 어콰이어 등이 나오는데요.


레 : 와. 그나마 피렌체의 제후를 제외하면 다 지금 트렌드와 다르네요.


클 : 라이너 크니지아의 몇몇 게임들을 제외하면 하나같이 인터액션 쎄고 상대방 잡아먹어야 이기는 게임들이거든요.


라 : 깨알같은 크니지아. ㅋㅋ


클 : 그러니 그 당시의 기준으로 봤을때 푸에르토 리코가 특별히 인터액션이 강했을거 같진 않아요.


라 : 방금 안드레아스 세이파스의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본인은 게임을 체스처럼 하는걸 싫어한다네요.


, : 헐.


라 : 너무 분석하고 그런건 일하는 기분이 들어서 싫고, 그냥 다양한 방법으로 게임을 즐기는게 좋다.


레 : 푸에르토 리코 고수들은 거의 체스처럼 하시는데.


클 : 그러니까요. ㅋㅋ


라 : 그래서 푸에르토 리코 하면 맨날 진다는군요.


레 : 아, 저랑 통하는 분이네요. 저도 늘 1889 룰 설명하고 지니까 비슷하군요.


클 : 그 분은 자기 게임이 체스처럼 된 것을 어찌 생각하실지...


라 : 그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어요. 사람들이 너의 게임을 자세하게 분석해서 플레이하곤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클 : 묘한 기분이겠네요.


레 : 플레이어들은 게임을 만든 사람의 의도와는 다르게 게임을 즐기곤 하죠.


'푸에르토 리코를... 푸에르토 리코에서!'

출처 : https://boardgamegeek.com/image/205565/puerto-rico


클 : 그럼 푸에르토 리코 이야기는 이정도로 하고요, 아까 언급한, 제가 푸에르토 리코의 대척점이라고 생각하는 게임 이야기를 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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