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르카손: 남태평양 Carcassonne: South Seas


카르카손 남태평양은 유명한 타일놓기 게임인 카르카손의 세계일주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이 게임은 스탠드 얼론(Stand alone)이라 확장이 아닌, 독립된 게임입니다. 게임 시간은 40~60분 정도로 2~5명이서 즐길 수 있습니다.


기존 카르카손은 이쁜 외향과는 달리 치열한 견제와 딴지 게임이고 2인 베스트인 게임입니다. 결코 훈훈한 게임이 아니죠. 상대를 방해하고, 상대 점수를 뺏아먹고 해야 이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개인적으로 카르카손을 매우 좋아합니다만, 보드게임이 입문하는 사람들이나 연인이 둘이서 하고 싶은 게임을 찾을 때, 카르카손을 선뜻 권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꽤 많습니다. 카르카손은 분명 실력차이가 꽤 드러날 수 있고 마음상할 수 있는 게임이거든요.


그러다 얼마전 카르카손 남태평양을 해보고, 이건 완전히 제가 바라던 입문용 카르카손이었습니다. 이건 언제든지 처음하는 사람들에게 들이밀기 좋다! 라고 느꼈습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카르카손과 같습니다만, "점수"를 상품이라는 요소로 훨씬 쉽게 시각화했습니다. 길을 완성시키면 "조개"를 얻습니다. 섬을 완성시키면 "바나나"를 얻습니다. 어부로 수확하면 "물고기"를 얻습니다. 타일에는 모두 해당 상품들이 그려져 있고, 얻은 상품은 아래 사진과 같이 이쁜 나무 컴포로 가져옵니다.


이렇게 얻은 상품을 배로 배달하면 점수를 얻습니다. 게임 내내 아래 사진과 같이 4개의 배가 공개되어 있어서 해당하는 상품을 주고 이 배 토큰을 가져오면서 옆에 적힌 점수를 얻는거죠. 따라서 이 게임에서는 점수판은 없습니다.



그리고 본판에 수도원에 해당하는 "마켓" 주변을 모두 타일로 채우면 가장 점수가 높은 배 토큰을 가져올 수 있게 해줍니다. 아래 사진에 미플들이 놓여있는 타일이 마켓입니다.


이제 제가 카르카손 남태평양을 입문용 추천하는 이유를 이야기해보죠. 크게 두 가지 이유입니다.


첫째, 직관적인 점수 표현입니다. 기존의 점수 대신 "상품 토큰"을 받는 것이 참 알기 쉽게 해줍니다.


특히 기존 카르카손의 "농부"와 비슷한 요소로 "어부"가 있습니다. 어부는 "물고기"를 잡는데, 이것도 해역에 존재하는 물고기를 중간에 수확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가 재밌습니다.


물고기를 수확하는 방법은 2가지 방법이 있는데, 자신의 어장을 완성시키는 경우가 있고, 자신의 어장에 "고기잡이배"를 붙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기잡이배를 붙이면 즉시 어장에 있는 물고기를 받고, 어장에 물고기 표시 하나를 고기잡이배 토큰으로 가립니다. 위의 사진을 보시면 녹색 어부가 있는 해역에 작은 배모양 토큰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 번 물고기를 잡을 때마다 어장의 물고기 수가 줄어드는 거죠. 테마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요소라 너무 좋습니다.


기존의 농부는 게임이 끝나야 얻는 점수이기 때문에 초심자에게 어려움을 주는데, 어부는 즉각적으로 물고기를 받기 때문에 보다 직관적으로 점수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둘째, 미플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기존 카르카손과 다르게 각자의 미플(섬사람)이 딱 4개 뿐입니다. 대신 자기 차례에 원한다면 미플을 놓지 않는 대신 기존에 놓인 미플을 회수할 수 있습니다. 이 요소가 기존 카르카손의 "딴지" 요소를 확 줄여줍니다. 물론 딴지와 견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타일 배치를 이용해서 상대방의 길이나 섬, 마켓이 완성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카르카손에서는 그렇게 묶여버린 미플은 아얘 버려지게 되지만, 남태평양에서는 다시 회수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견제가 되지 않습니다.


처음 카르카손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어떤 타일이 많고 적은지, 어떻게 해야 완성되기 쉬운지 어떻게 하면 완성이 잘 안되는지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게임 후반까지 "왜 내가 원하는 타일 안나와?"라고 외치면서 완성되지 않은 곳에 있는 미플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남태평양은 중반쯤 들어서 "아, 이 녀석은 완성 안되겠구나"라고 깨달았을 때, 미플을 회수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은 초심자들을 위해 매우 좋은 규칙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본판 카르카손에 "입문용 변형규칙"으로라도 넣고 싶은 요소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실력 차이가 없는 단순 파티 게임은 아닙니다. 여전히 농부처럼 어부가 전략적으로 굉장히 중요하고, 효율적인 타일 배치도 중요하며, 미플을 회수가 가능해도 완성하기 힘든 곳에 미플을 놓는 것은 여전히 손해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을 견제도 여전히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이 실력 차이가 상대에게 압도적인 좌절감을 줄 정도가 아니며, 상대의 견제를 피해갈 수 있게 해주죠. "초반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바로 "초심자를 위한 적절한 배려"입니다. 카르카손 남태평양은 그런 점에서 정말 좋은 게임입니다.


기존 카르카손은 "2인 딴지 게임"으로서의 재미에 집중되어 있다면, 카르카손 남태평양은 "2인 딴지 게임"으로도 재미가 남아있고, "가족 게임"으로도 재미가 있습니다.


카르카손의 세계에 첫 발을 딛고 싶다면, 이 카르카손 남태평양이 그 시작에 가장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