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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본 Dvonn


드본은 제가 좋아하는 크리스 범 Kris Burm의 기프 시리즈 중 "쌓기"를 테마로 한 2인용 추상 전략 게임입니다. 게임 시간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약 30분 정도 걸립니다. 기프 시리즈의 게임들 총 7가지 중에서 제가 생각했을 때, 초심자가 하기 쉬운 게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추상 전략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한 규칙" 속에서 무한에 가까운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과, 그 속에서 "수 읽기"를 하는 재미가 있다는 점입니다. 최고의 추상전략은 바둑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바둑은 너무 시간이 오래걸립니다.

크리스 범의 기프 시리즈는 이런 추상 전략의 핵심적인 재미요소를 세련되게 담고 있으면서도 30분 정도에 그 맛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게임들입니다. 그리고 어느 게임도 다른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완전히 다른 게임들이죠. 정말 한 사람이 만든 게임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드본의 게임 구성품은 보드판과 흰색과 검은색 말 각각 23개, 그리고 빨간색 드본말 3개입니다. 게임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서 진행됩니다. "전반부"는 드본말과 각자의 말을 배치하는 단계이며, "후반부"는 실질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단계입니다.



위의 사진은 "전반부"가 끝난 모습입니다. 가로로 길쭉한 보드판에 3개의 드본말을 서로 번갈아서 배치하고, 각자의 말도 서로 번갈아서 배치를 한 모습입니다. 이 전반부가 끝나면 이제 본격적인 후반부가 시작됩니다.

"후반부"는 드본의 테마인 "쌓기" 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각자의 말을 서로 번갈아서 쌓기를 반복합니다. 쌓기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위에서 봤을 때 자기 색깔인 스택(쌓여진 더미)만 움직일 수 있다. 즉, 맨 위에 있는 색깔이 그 스택의 주인을 결정합니다.


둘째, 여섯 방향 모두 다른 스택으로 둘러싸인 스택은 움직일 수 없다. 따라서 위의 첫 시작시에는 테두리에 있는 스택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셋째, 스택은 자기 높이만큼 직선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처음에는 모두 1개 짜리 스택이니 한 칸만 움직일 수 있습니다. 2칸 짜리는 반드시 딱 2칸을 움직여야 하겠죠.


넷째, 스택을 움직여서 도착한 곳에는 다른 스택이 있어야만 한다. 즉, 빈 칸으로는 갈 수 없고, 무조건 다른 스택 위에 쌓으면서 이동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게임이 진행되면서 점점 갈 수 있는 곳이 줄어듭니다.


다섯째, 붉은 색 드본말(3개)이 있는 스택으로 연결되지 않고 섬처럼 고립된 스택은 게임에서 제거됩니다.



서로가 더 이상 쌓을 수 있는 말이 없을 때 게임이 끝납니다. 게임이 끝났을 때, 자신이 소유한 스택을 모두 하나로 쌓아서 서로 비교해서 더 높은 사람이 승리합니다.



드본말로부터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는 규칙이 이 게임 모든 전략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처음 드본말 3개의 배치가 전체 게임의 구조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각자의 말 배치는 마치 바둑에서 초반 포석 혹은 장기에서의 초반 기물 배치와도 같은 느낌입니다.

그 후 후반부에 쌓기 게임이 시작되면 드본말을 둘러싸고 서로의 수읽기가 이어집니다. 붉은 색 드본말을 차지하거나 상대가 차지하지 못하도록 방어를 하는데, 이것은 마치 체스나 장기에서 서로의 기물을 얼마나 서로가 보호해주고 있는지와 비슷합니다. 물론 그보다 더 다양한 변화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수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더군요.



아무리 내가 높은 스택을 쌓아도 그 스택이 드본말로부터의 연결이 끊어지면 곧장 게임에서 사라집니다. 한 번은 드본말 3개를 모두 한쪽 구석에 붙여놓고 게임을 시작한 적이 있었는데 초반부터 저 길죽한 보드판의 중앙의 연결이 끊기면서 전체의 2/3가 순식간에 게임에서 사라진 적이 있었습니다.

드본말을 차지하고, 상대방의 높은 스택을 뺏고, 상대방의 강한 스택들이 제거되도록 하는 등, 다양한 전략이 가능합니다. 스택의 주인은 결국 마지막에 맨 위에 올라간 사람이기 때문에 높은 스택은 항시 뺏기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드본과 연결 상황도 놓치면 순식간에 역전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본을 혹시 구하기 힘드신 분들께는 임시로나마 포커칩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팁을 드려봅니다. 보드판이 없어서 빈칸을 표시하는게 조금 불편하긴 합니다만, 위의 사진처럼 임시로 포커칩으로 어떤 게임인지 맛보는 것 정도는 가능합니다.



내 말들을 쌓고, 드본말과 잇고, 남의 말을 뺏고, 남의 말을 끊어버리는 게임입니다. 수읽기와 다양한 전략이 가능한, 그러나 초보자도 숙련자도 함께 즐겁게 할 수 있는 멋진 게임입니다. 추상 전략을 좋아하신다면 무조건 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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