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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향이 지천으로 피어오르던 그날 밤, 나는 창의성에 대해 쓴 참 좋은 책을 독파했다는 기쁨에 들떠 있었다. 그 후에도 나는 생각이 막힐 때면 아무 페이지나 열어 손에 잡히는 대로 다시 읽었다.


- 자넷 룬고, "창의성을 키우는 365일" 옮긴이의 머리말


Photo by Celestine Chua


창의성을 키우는 365일 - 10점
자넷 룬고 지음, 김병희 옮김, 이경아 그림/나남출판

창의성에 대한 책을 참 많이 샀습니다. 제가 예술적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예술적 행위들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늘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을 손으로 그리고 싶고, 소설 같은 글을 쓰고 싶고, 내 목소리로 노래와 음악을 만들고 싶고, 리듬에 몸을 싣고 춤도 추고 싶고, 작은 보드 게임이나 카드 게임을 직접 만들고 싶습니다. 물론 어느 것도 제대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덕분에 각각의 분야에 대한 책을 잔뜩 샀죠.


이런 책들을 통해서 지식과 요령을 얻는 것도 물론 가치가 있습니다만, 그런 예술적 행위를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방아쇠"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내 머리와 가슴에서 동시에 "지금 당장 하고 싶다"라는 욕구가 일어나게 해주는 것을 원했습니다.


이 작은 책, "창의성을 키우는 365일"은 그런 책이었습니다. 아티스트이자 창의성 전문가인 자넷 룬고가 쓴 이 책은 읽는 것만으로 내 안에 있는 창의성의 불꽃을 튕겨주는 책 같습니다. 이 책을 옮긴이가 우리글로 옮겨 쓰면서 스스로 변화한 것을 느꼈다는 고백이 있습니다.


단 한 번도 나는 '창의성'이라는 당어를 잊어본 적이 없다. 창의성은 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생각하는 가치이자 일용할 양식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과 연구를 업으로 하는 교수가 되고 나서 한참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나는 창의적인 생활과는 한참이나 동떨어진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너무나도 슬픈 자화상이었다.


아무튼 이 책을 번역하는 동안, 나는 내가 창의적인 생활을 다시 되찾고 있음을 느꼈다. 나는 다시 창의적인 생활로 되돌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기에서 제시하는 365개의 확신과 60가지 연습 (개인 차원, 집단 차원)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창의성의 키가 몰라보게 부쩍 커버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 자넷 룬고, "창의성을 키우는 365일" 옮긴이의 머리말


책이 크기도 아담하고 편집도 읽기 부담없이 되어있어서 들고 다니기 가볍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소개하기도 짧고 저는 이 책을 손에 닿기 좋은 곳에 놓아두고 뭔가 내 안에서 의욕이나 아이디어가 샘솟기를 원할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는 방식으로 사용합니다.


책에는 365개의 확신의 말과 60가지의 연습 방법이 적혀있습니다. 왜 확신일까요? 저자는 "바람"이 아니라 "확신"이 더 강력한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합니다.


당신의 직업이 학생, 선생님, 기업가, 예술가, 작가, 과학자, 전문가, 경영자, 노동자, 대표나 대리점 관련자이건 관계없이, 앞으로 나아가려면 당신에게는 격려의 말이 필요하다. 만약 당신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긍정적인 말을 듣지 못한다면 당신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


확신현재 상태에서 표현하는 긍정적 진술이다. 이 진술들은 당신이 원하는 어떤 것이나 시도하기를 바라는 그 무엇으로 규정할 수 없다. 대신에 확신은 지금 현재 당신의 존재에 대한 단순한 진실을 나타낸다.


- 자넷 룬고, "창의성을 키우는 365일" 머리말


Photo by Kristina Alexanderson


확신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굉장히 동의가 갑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믿는다"라고 말할 때, "믿고 싶다"인지 "의심하지 않고 믿는다"인지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흔히 말하는 "시크릿"이라는 책으로 대표되는 "생각하는데로 실현된다"라는 주장을 제가 지지하지는 않지만, 거기서 말하는 "생각"이라는 것이 앞에서 말한 "의심치 않고 믿는다"라면 일부 동의합니다.


그런 식으로 내가 나 자신을 "믿는 것" 혹은 누군가 나를 "믿어주는 것"은 엄청난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심리학에서도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와 "타인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한다고 나는 느끼는가"가 개인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여러 연구들이 강조하죠.
 

책의 뒷부분에 20가지 창의성 연습이 담겨있지만, 저는 365개의 확신만 이용하기 때문에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연습들이 상당히 실용적인 내용으로 되어있다고 생각하며, 특히 집단이 할 수 있는 연습은 이용해보고 싶더군요.


마지막으로 짧게나마 이 책에 담긴 12가지 주제들에 대한 365개의 확신 중 몇 가지만 적으면서 소개를 마무리하겠습니다.


33

스스로 자연스럽기 때문에

나는 창조한다.

그림을 왜 그리느냐는 질문에

피카소는 이렇게 말했다.

"새들은 왜 노래할까요?"


56

창의성을 억지로 발휘하기 위해

나는 마약을 하거나

술을 마시지 않으며

나의 낙천적인 에너지는

저절로 나를 기쁘게 한다.


150

자신이 가진 창의적인 잠재력을

모두 발휘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타고난 권리다.


325

내 시각이 미쳤다고

사람들이 말할지라도

나는 기죽지 않는다.

가장 좋은 아이디어는

정신병자, 몽상가, 예언자가 노니는

신비로운 일탈에서 시작된다.


327

금전적인 보상을 받든 받지 못하든

창조의 기쁨은

나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 자넷 룬고, "창의성을 키우는 36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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